‘이세돌 기념관’ 된 대광초… 드론센터로 바뀐 직동초
[문 닫는 학교들]
지자체-교육청 폐교 활용 고심
서울 화양초, 공원-주차장으로
서울 광진구가 폐교돼 폐쇄되었던 서울화양초등학교를 주민들의 체육 휴게공간으로 임시 개방했다. 동아일보 DB
올 3월 폐교한 서울 광진구 화양초교 정문은 한동안 굳게 닫혀 있다가 올 8월 다시 열렸다. 운동장을 이용하게 해 달라는 주민 요청이 이어지면서 광진구와 성동광진교육지원청이 업무협약을 맺고 운동장을 개방한 것이다.
처음에는 오전 6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만 개방했지만 감시카메라와 비상벨 등을 설치한 뒤 12월부터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차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광진구 관계자는 “공원과 주차장이 부족했는데, 폐교를 활용해 두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주민 반응도 매우 좋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고 폐교가 이어지면서 폐교 활용법을 두고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전남 신안군은 10여 년 전부터 폐교 40여 곳을 사들여 주민 문화공간으로 가꾸고 있다. 비금면 대광초교는 리모델링해 ‘이세돌 바둑기념관’을 지었고 인좌초 안창분교는 세계 화석광물박물관으로 개조했다. 경북 의성군은 1993년 폐교한 다인초 달제분교를 교육청이 인수해 안전체험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인적조차 드물었던 마을에 번듯한 건물이 들어서고 관광객도 유입되면서 귀농인들이 유입되기도 했다. 경북 고령군은 직동초교 부지에 드론센터를 짓고 있고, 경남 통영시는 한산초 용호분교에 ‘길냥이’ 보호·입양 시설을 만들었다.
문제는 폐교가 노후화된 경우가 많다 보니 안전성을 확보하며 활용하려면 적잖은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에 따르면 올 3월 기준으로 전국 폐교 중 358곳이 미활용 상태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전혜진 기자, 박성민 기자
대학도 잇단 폐교… 주변 공실 넘쳐나고 상권 죽어
[문 닫는 학교들]
학령인구 감소 위기, 대학도 예외없어
“2046년 대학 절반 사라져” 예측도
전남 광양시 폐교된 한려대학교. 광양=박영철 기자
‘대학의 사정으로 2024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강원 태백 강원관광대가 대학입시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앞둔 올 9월 8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강원관광대는 몇 년간 신입생 부족으로 몇 개 학과를 폐과했고 적자 상태였다. 지역 사회에서는 강원관광대가 폐교 수순을 밟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학령인구 감소 위기에서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지방대는 생존 위기 상황이다.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며 대학 정원보다 입학 자원이 모자라게 됐다. 일부 지방 국립대에서조차 정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 없이 들어갈 수 있는 학과도 있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지역 내 고등학생들도 ‘수도권 대학 갈 수 있는데 왜 지방대를 가냐’고 생각한다”며 “지역 인재 우대 전형도, 장학금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설사 신입생이 들어오더라도 반수로 ‘인서울’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로 인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과의 존폐 문제가 심각해진다.
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다. 지역에 있는 대학이 폐교하면 상권이 죽고 인구 감소가 빨라지며 지역 기업도 인력을 찾기 어려워진다. 지난해 전남 한려대가 문을 닫은 이후 인근 지역에는 공실이 넘쳐나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원룸뿐 아니라 카페, 치킨집 등 학생을 상대로 장사했던 사람들이 다 어렵다”고 전했다.
2046년에는 국내 대학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는 예측도 있다. 2021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구 변동과 미래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42∼2046년 국내 대학 수는 190개로 2021년(385곳)의 49.4%만 남는다. 특히 전남(대학 생존율 19.0%), 울산(20.0%), 경남(21.7%) 등 지역은 상당수 대학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계에서는 경영 위기 사립대의 퇴로를 마련해줘 대학 수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대학 운영자가 스스로 대학을 청산하면 남은 재산 일부를 돌려주는 내용의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사학구조개선법)’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해산 장려금이 없으면 대학이 스스로 폐교를 결정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과 “일부 방만 경영을 한 대학의 배만 불려줄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기 때문이다.
최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