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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태_참우양곱창
 
 
 
카페 게시글
건강 식생활정보 자유게시판 스크랩 비가 오면 생각나는 닭발과 소주, 그리고 노무현....
장가이버 추천 0 조회 33 09.07.10 17:00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추모글] 노무현과 하로동선

 

 

 

비다! 시원하게 퍼붓는다. 지인에게 연락했다. “닭발에 소주나 한잔 합시다.” “조오치~” 평소에 나는 소주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마시고 싶다. 안주는 반드시 닭발이어야 한다. 그 바보도 닭발에 소주를 마셨다고 하니 말이다. 누구보다 소탈하고 가식이 없었던 바보 노무현.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더욱 그립다. 그래, 나는 닭발과 소주로서 바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보지만 소주병만 늘어날 뿐이다.

 

지난 5월 23일, KTX에 몸을 싣고 부산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기차 안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소식을 접했다. 믿기지가 않았다. 그 순간 기차는 터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터널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암담했다. 그날 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실로 오랜만에 폭음을 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도도와 같이 일어난 애도의 물결. 단군 이래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추모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그 많은 추모객들이 단지 한 인간의 죽음 때문에 슬피 울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가치들이 있다. 노무현은 원칙과 소신으로서 그런 가치들을 버리지 않았던 정치인이었다. 지역구도, 권위주의 타파, 깨끗한 도덕성 등은 우리의 가치이자 노무현의 가치였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에서 노무현의 가치는 훼손되고 약자의 희생만 늘어갔다. 언론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어렵사리 이룩해놓은 민주주의조차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통은 그들만의 소통이었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다짐은 국민위에 군림하는 통치로서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그들은 자산이라고는 깨끗한 도덕성밖에 남아있지 않은 전직 대통령까지 물고 늘어졌다. 권력에 의해 노무현은 도덕적, 인격적 살인을 먼저 당했다. 그것은 카니발리즘(cannibalism)에 의한 희생과 다름없다.

 

사회적 행위로서의 카니발리즘은 대상의 고기를 섭취함으로서 스스로에게 특별한 효과 또는 영예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족외식인의 경우, 카니발리즘에 복수등 증오의 감정이 담겨지기도 한다. 카니발리즘은 과거 비문명화 된 사회에서 주로 일어났다. 청치보복은 정치후진국에서 주로 일어난다. 강자에 의해서 약자의 희생을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카니발리즘과 정치보복은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정치보복은 문명 속으로 파고 든 또 다른 카니발리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김학민 학림사 대표는 그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사악한 패거리들에 의해 평생을 지켜왔던 자존심이 능멸되고, 상식과 의식을 가진 한 인간의 품격이 조롱당하고,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이루어왔던 숱한 이상과 가치들이 부인되고 유린되는 것을 보다 못해 백 척 바위 아래로 육신을 던진 그.

 

원망도 증오도 생길만 하건만 모든 걸 초연했던 바보. 세상과의 작별에 앞서 바보는 담배 한 개비를 찾았다. 하지만 세상과 마지막 작별하는 순간에도 담배 연기 한모금 빨지 못했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디스 판매가 늘었다고 한다. 디스는 가장 저가의 담배이다. 대통령까지 지낸 분이 서민들의 담배인 디스를 피운다. 그의 소탈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우리시대의 하로동선

 

애연가들이 담배에 관심을 가졌다면 맛집블로거인 나는 하로동선에 관심을 가졌다. 하로동선은 십수년 전 노무현과 몇몇 정치인들이 동업해 차린 고깃집 이름이다. 풀이하자면 여름에 화로, 겨울에 부채가 된다. 사전적 의미로는 격(格)이나 철에 맞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노무현이 차린 하로동선에는 다른 뜻이 있다. <미디어데일리>의 박승진기자가 쓴 글의 일부분이다.

 

하로동선은 자체에 깊은 뜻이있다. 여름의 난로,겨울의 부채라는 말이다.중국 한나라 왕충(王充)이 지은 '논형(論衡)' 에 나온다. 당장은 쓸모없지만 때가되면 긴요하게 쓰일 물건이란 의미다. 무더운 한 여름에 화로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찬바람이 쌩쌩부는 겨울에 부채가 무슨 쓸모가 있는가. 그러나 계절이 바뀌면 화로 없이는 안되는 겨울이 오고, 또 부채가 제격인 여름이 오게 된다는 ‘기다림의 정치’를 이들은 믿고 있었다.

 

낙선의 아픔도 달래고 민심에 귀도 기울일 겸 차린 하로동선이지만, 거기에는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각오도 들어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놓고 “돈이 있어야 정치한다.”고 말하지만 돈도 돈 나름이다. 정직하게 일해서 번 돈으로 정치를 하는 것과 도덕성을 판 돈으로 하는 정치에는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 민초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알지만 후자의 경우, 개인의 명예나 치적이 더 우선이다. 노무현은 돈이 없는 정치인이었다. 승률 90%가 넘는 변호사 출신인데 벌자면 왜 못벌었겠는가? 어쩌면 정치는 돈으로 하는 게 아니다. 따뜻한 가슴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한없이 약했던 그의 정치인생이 증명해주고 있다.

 

가진 것 없이 왔다가 담배한가치 가지고 가지 않은 삶은 여전히 도덕적 가치의 상징이다. 하지만 지금은 하로동선도 없고 노무현도 없다. 그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할 뿐이다. 닭발이 운다. 소주가 운다. 나도 운다. 하늘도 운다.

 

 

[알림] 이 글은 <월간외식경영> 6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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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7.11 12:00

    첫댓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09.07.11 12:30

    하로동선도 가고...노통도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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