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서~~
문재인
<제20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축사>
1.
스무 번째 맞이하는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축하합니다.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기념하여 시작된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지며 발전해 왔습니다.
행사의 의미가 자못 크고, 준비하는 분들의 변함없는 열정과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덕분에 이 행사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실천적으로 논의하는 수준 높은 국제학술 심포지엄의 위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하며 발전시켜 온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부산광역시가 큰 역할을 했고 노고가 많았습니다.
문정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님, 박형준 부산시장님, 최우성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님, 그리고 행사를 준비해 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반가운 마음으로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최근 부산시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바람대로 특별법이 제정되고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의 비전을 실현해 나간다면 부산 경제의 도약은 물론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부산시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고 동아시아 평화와 협력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부산시민들의 희망이 이뤄지길 한마음으로 응원합니다.
2.
전 세계가 대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전지구적 차원의 생존 위협에 직면해 있고,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 패권경쟁의 심화로 호혜와 협력의 국제질서가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의 평화와 안보가 심각한 위기 국면에 처해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 등 지구촌 곳곳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고, 본격적인 신냉전시대 돌입이 우려되는 가운데 세계는 지금 2차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안보불안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격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 한반도 상황은 더욱 위태롭습니다.
대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은 사라진 지 오래고, 남북관계는 파탄상태입니다.
평화의 안전핀 역할을 해온 9.19 군사합의가 파기된 가운데, 대북전단과 오물풍선, 대북확성기 같은 비군사적 충돌이 일상화되며 언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지 모르는, 6.25 전쟁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입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 안보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군의 파병은 세계 안보와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대단히 잘못된 선택으로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국민의 안보 불안을 부추기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제공 등 군사적 지원으로 북한에 맞불을 놓으려고 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이고 위험천만한 대응입니다.
가뜩이나 파탄난 남북관계와 불안한 국제 안보환경으로 인해 한반도가 신냉전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불똥이 순식간에 한반도로 옮겨붙을 수 있습니다.
한국이 스스로 한미일과 북중러의 진영대결을 강화하면서 선봉에 나서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는 것은
그 전쟁의 조기 종식을 강력하게 공약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자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해 노력한다면 한국도 그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현 정부에 조언하고 싶습니다.
3.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게 될 전망입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합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갈수록 커져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해결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과 안전을 위한 길이며,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북한과 정상회담을 한 최초의 미국 정상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와 평화협상을 재개하는 용단을 내린다면, 하노이 노딜로 못다 이룬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대화와 협상에 성공하여 한반도가 항구적 평화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연 위대한 지도자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대화 재개를 추진할 것으로 봅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원할 것입니다.
그럴 때 지금 같은 대결주의적 남북 관계가 지속된다면 북한은 우리 정부를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고자 할 것이며, 미국도 그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국면에서 한국이 이른바 패싱을 당하고 뒷전으로 밀려나 소외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도래할 수 있는 대화 국면에서 한국이 소외되지 않고 당당하게 역할 하려면 현 정부가 더 늦기 전에 대북정책의 기조를 전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더 늦기 전에 선제적으로 진정성 있게 대화를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에 기여할 경우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다시 협력 관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 관계를 활용하여 러시아에 북한의 핵 활동과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주문하게 될 것이며, 북한과의 대화 국면을 조성하는 데 있어서도 러시아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관계가 한편으로는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러시아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의 안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 정부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필요한 시기에 러시아의 긍정적인 역할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과 함께 러시아와의 관계를 다시 정상화하고 협력 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을 염두에 두면서 지금부터 균형 있는 국익 외교를 펼쳐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흐름에 뒤쳐진다면 한국은 단지 대화 국면에서만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대화 국면의 진전에 따라 북한과 미국, 일본, 러시아 간의 관계가 개선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남북 관계만 적대관계가 지속되는 대단히 퇴행적이고 반역사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이 소외된 가운데 북미대화가 재개될 경우 한국과 미국의 입장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북미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한은 과거와 달리 핵보유국의 지위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 틀림없습니다.
러시아와 중국도 그 주장을 비호하고 나설 것입니다.
그에 대해 미국 역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더 고도화된 현실을 받아들여 대화의 목표를 완전한 비핵화에서 현상 동결과 엄격한 통제, 중장거리 미사일의 폐기 등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심지어 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까지 미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자칫 한미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당혹스러운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적으로 새로운 평화 담론과 전략을 모색하는 한편, 대북한 대화 목표와 전략에 대해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의해 나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대결주의적 대북정책을 버리고 진정성 있는 대화추진으로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꿀 때에만 그와 같은 접근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정부가 대결주의적 대북정책을 고수할 경우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세변화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엄중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4.
모쪼록 오늘부터 이틀간 열리는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이 글로벌 대전환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면서, 한반도에서 다시금 평화의 시대를 열어 나갈 지혜를 나누고 의지를 모으는 활발한 소통이 장이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이 행사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에 기여하는 국제심포지엄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내일.
수험생 여러분, 고생 많았습니다.
참고 견디며 여기까지 온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열심히 했으니 노력한 만큼 결과도 좋을 것입니다.
평소 실력 마음껏 발휘해 주길 바랍니다.
늘 곁에서 지켜주며 힘을 주신 학부모님과 선생님들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능이라는 큰 산을 넘고 나면 더 자유롭고 넓은 세상이
여러분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자기만의 멋진 꿈을 자신있게 일구어 나가길 바라며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