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오지奧地
김형미
내게는 오지奧地가 있다
유년의 걸음으로는 가 닿을 수 없는
휘파람 같은 가까운 오지가 있다
무디고 과묵한 영토, 무표정으로 일관한 깊이는
눈망울로만 우는 소의 눈처럼 깊었다
등 기슭에 자주 피던 소금 꽃
혹여, 그 꽃그늘에 얼굴을 묻어볼까 하여
살짝 다가가 기웃거리다
돌아서곤 했다
적막한 꿈으로 둘러싸인 바깥
병마로 허리가 기운 후, 헐거워진
틈으로 새어나온 뒤를 엿볼 수 있었다
쓸쓸히 고립된 채 갈라진 등껍질
여기저기 웃자란 가시와 엉겅퀴
아버지의 등은
망설임 없는 사선을 가졌다
넘어지려는 흙 담 귀퉁이에
기대놓은 오래된 굄목처럼
인생의 지워진 문패가 되어버린 지금
먼 길 돌아 와 기운 등에 얼굴을 묻는다
팽팽한 생의 한 끝이
오목가슴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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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 산문
가까운 오지奧地/김형미
함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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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9 13:2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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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슴 한 켠을 뭉클하게 하는 시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