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름으로.’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게 야구다. 야구인 2세들이 아버지를 뛰어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지만 성적표는 그리 신통하지 않다.
지난달 30일 열린 2004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2치지명에서는 딱 한명의 야구인 2세가 지명돼 눈길을 모았다. 경기고 3학년 좌완투수 김준이 그 주인공이다. SK에 2차지명 8번으로 낙점된 김준은 김인식 전
LG 수석코치의 아들이다. 22년의 국내 프로야구사에서 야구인 2세가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것은 김준을 포함해 19차례다.
야구인 2세들은 ‘피는 속이지 못한다’고 유년 시절 뛰어난 기량으로 주목받지만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고교 시절부터 아버지라는 큰 그림자에 주눅들며 무대 뒤로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프로에 지명된 선수들은 그나마 나름대로 인정을 받은 사례에 속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 프로무대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일찍 현역에서 물러났다. 야구인 2세 가운데 가장 성공한 선수는 단연 김경기다. 김진영 전 삼미감독의 아들로 태평양, 현대를 거치며 인천을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한 뒤 현재 SK 타격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현역 프로선수로 뛰고 있는 야구인 2세는 모두 10명이다.
이 가운데 삼성 김한수는 ‘아버지의 피를 물려 받은’ 야구인 2세들의 자랑이다. 고인이 된 김영복 전 농협감독이 김한수의 아버지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강한 승부근성과 허슬플레이로 유명했다. 포지션도
3루수로 아들과 똑같았다.
김성근 전 LG 감독과 윤동균 전 OB 감독의 아들인 김정준과 윤준호는 아버지의 스타성에 큰 부담을 느끼며 일찌감치 야구선수로서의 꿈을 접었다. 김정준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뛰어난 야구 분석능력을
인정받아 현재 SK 전력분석팀 과장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최근 프로에 입단한 야구인 2세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선수는
LG 김용우다. 김호인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의 아들인 김용우는 정교한 타격으로 대성할 가능성이 크다.
야구인 2세들의 지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기량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얼굴’로 무임승차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프로에 지명된 모든 선수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들이 더욱 땀흘려 분발해야 하는 이유다.
고진현기자 jhk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