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산수화(山水花)
1. 멀리 왼쪽은 일월산, 오른쪽은 묘적봉
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 줄어드는데
바람에 만 점 꽃잎 흩날리니 참으로 시름겹구나
이제 다 지려는 꽃잎 눈앞을 스쳐가니
마음 상함 많다 말고 술이나 마셔보세
一片花飛減却春
風飄萬點正愁人
且看欲盡花經眼
莫厭傷多酒入脣
―― 두보(杜甫, 712~770), 「곡강(曲江)」에서
▶ 산행일시 : 2026년 4월 16일(목), 맑음, 미세먼지 보통
▶ 산행코스 : 다리안관광지,천동계곡,천동삼거리,비로봉,(뒤돌아 하산)
▶ 산행거리 : 이정표 거리 15.0km
▶ 산행시간 : 06시간 56분(08 : 25 ~ 15 : 21)
▶ 갈 때 : 청량리역에서 KTX열차 타고 단양역으로 가서(요금 13,000원), 군내버스 타고 다리안관광지로 감
▶ 올 때 : 다리안관광지 천동주차장에서 택시 타고 단양역으로 가서(요금 16,900원), KTX열차 타고 청량리역
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27 – 청량리역
07 : 54 – 단양역, 다리안 버스(08 : 05)
08 : 25 – 다리안관광지 천동주차장, 산행시작
08 : 42 – 천동탐방안내소, 천동주차장 0.8km, 비로봉 6.6km
09 : 38 – 천동쉼터, 비로봉 2.3km
10 : 08 – 모데미풀 안내판
10 : 27 – 천동삼거리
10 : 35 – 비로봉(毗盧峯, 1,439.5m)
10 : 47 – 천동삼거리, 휴식( ~ 11 : 00), 1408.9m봉
13 : 22 – 민백이 대궐터
13 : 28 – 천동쉼터
14 : 57 – 천동탐방안내소
15 : 13 – 다리안폭포
15 : 21 – 다리안관광지 천동주차장, 산행종료, 택시(15 : 55)
16 : 15 – 단양역, 청량리행 KTX열차(17 : 15)
18 : 49 – 청량리역
2. 천동계곡
5. 모데미풀
매년 소백산에 모데미풀을 보려고 죽령으로 가서 연화봉 아래 그 자생지를 찾았다. 그때마다 약간씩 철이 늦었고,
그 개체수도 얼마 되지 않았다. 소백산 국공에게 모데미풀이 소백산 깃대종이라면서 어디를 가야 많은 꽃들을 볼 수
있는지 물으면 훼손될 우려가 있어 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았다. 어쩌다 들른 천동삼거리 아래 천동계곡 쪽 모데미
풀 안내판은 소백산 깃대종이라는 점을 자랑하려고 내세운 것으로만 알았다. 오늘 가서 보니 그 근처가 주된 자생지
였다!
소백산 모데미풀의 개화기를 알기 위해 지난 수년간의 자료(인테넷 카페나 블로그, 신문 방송 등)를 종합하여 분석
하고 검토했다. 그곳까지 거리가 멀어 수시로 가서 관찰할 수는 없는 일이라 한 번에 적중해야 한다. 4월 16일 오늘
이다.
천동계곡 쪽 그 자생지까지 천동탐방안내소에서 2시간 거리라고 한다. 소백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 들러 혹시 산불
을 예방한다고 입산을 통제하는지, 비로봉까지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았다. 소백산은 국망봉과 도솔봉 쪽만
입산을 통제한다. 천동탐방안내소에서 비로봉까지 6.6km, 3시간이 걸릴 것을 예상한다. 나는 소요시간 예상이 못
마땅하다. 도중에 쉬지 않고 가야 하는 시간인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오르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면 나는 모데미풀은 물론 다른 풀꽃들도 찾아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그 시간이 상당하다) 비로봉은 오르지 못
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아울러 교통비를 최대한 아끼고자 했다. 청량리에서 단양 가는 열차를 타려면 집에서
택시 타고 가야 한다. 그 택시비가 단양 가는 KTX 열차운임과 맞먹는다. 그래서 첫 전철 타고 청량리역에서 가서
두 번째인 06시 27분발 열차를 탔다.
오늘따라 열차가 더디게 달리는 것 같다. 차창 밖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단양역까지 1시간 30분이 채 걸리
지 않는데 말이다. 단양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다리안관광지까지 가는 버스가 바로 있으면 다행이고, 늦으면 단양시
내 상진1리에서는 그쪽으로 가는 버스가 자주 있다고 하니, 그 버스로 환승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버스정류장에
여성 한 분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카카오버스 앱도, 네이버 길찾기도 알지 못한다. 알만한 분에게 묻는 게 상책이
다. 08시 05분에 오는 버스가 다리안으로 갈 거라고 한다.
버스정류장 안에 버스운행시간표가 부착되어 있으나 단양역을 지나는 시간표이지 어디로 간다는 목적지나 행선지
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아닌 게 아니라 08시 05분 버스가 들어온다. 버스 앞 이마에 ‘단양 ― 다리안’이라고 쓰고
온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버스가 예전 마이크로버스만한 크기이다. 승객이 다 찬다. 승객들은 단양시내에서
그리고 고수동굴에서 모두 내리고, 거기서부터는 나 혼자다. 택시나 진배없이 달린다.
다리안관광지에 내리자마자 곧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대로는 한산하다. 계류 물소리가 우렁차다. 간밤에 큰비라도
내린 것 같다. 다리안폭포를 보려면 등로를 벗어나 계곡으로 약간 내려가야 한다. 지금은 시간을 저축해야 한다.
그냥 지나친다. 천동탐방안내소 지나고 완만한 오르막이다. 계류 물구경은 곁눈질로 한다. 가다 숨이 차면 와폭 골
라 사진 찍으며 숨 고른다. 그러나 카메라 셔터 누르는 것도 소총 격발이나 다름없다. 숨을 멈추고 치약 짜듯이 느긋
이 셔터를 눌러야 한다. 더구나 장노출(장노출이랬자 1/4초이다)이니 가쁜 숨을 진정하기 오래 걸린다.
산행 시 식습관을 개선(?)했다. 딱히 조ㆍ중ㆍ석식을 별도로 정하여 먹을 필요가 없이 수시로, 쉴 때마다 주전부리
할 일이다. 오늘 아침은 일찍 서두르느라 거르고 왔다. 쉬면서 주전부리 할 시간도 아깝다. 그야말로 행동식이다.
걸으면서 빵조각 씹는다. 천동쉼터 즈음해서 내려오는 젊은 등산객과 마주친다. 수인사만 나누고 모데미풀의 소식
은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다. 피었다고 하면 어서 가서 보자 하고 발걸음이 조급하여 더욱 힘이 들 테고, 피지 않았다
고 하면 그 낙담에 또 얼마나 오르기가 힘들겠는가.
천동쉼터는 비로봉을 오르는 등로의 변곡점이다. 여기서부터는 계류 물소리도 들리지 않고, 등로는 여태와는 달리
울퉁불퉁한 돌길의 연속이다. 아까처럼 한 눈 팔고 걷다가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 십상이다. 오르막이 가팔라지
고 목재계단이 이어진다. 올라갈 때 못 본 꽃은 내려갈 때 보자 하고 그저 오른다. 가파름이 수그러들고 모데미풀 안
내판을 본다. “모데미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모데미풀은 한국의 특산식물이다. 4~5월에 흰색 꽃이 피고 한라
산부터 금강산까지 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특히 소백산국립공원 비로봉과 연화봉에 많은 개체가 서식하고 있다.(…)”
그랬다. 길섶에서는 물론 목책 너머 낙엽 위로 모데미풀 꽃들이 너도나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 광덕산이나 청태산은
접근하기 쉬운 계곡 주변에 서식하고, 그래서 사진발도 잘 받아 이맘때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데, 여기는 1,350m
고지에다 낙엽더미에 있으니(연화봉도 마찬가지이다) 보러오기가 힘들고, 사진도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나 혼자다. 오붓하다. 간혹 오가는 사람이 있으나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다.
비로봉을 알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모데미풀과 눈맞춤하기를 중단하고 비로봉을 향한다. 금방 천동삼거리다.
비로봉 0.6km. 걸음걸음이 경점이다. 미세먼지는 보통이다. 대기는 삽상하다. 원근농담의 첩첩 산이 가경이다.
소백주릉 너머 멀리 월악산 영봉이 반갑다. 이윽고 비로봉 정상이다. 주변 돌며 천봉만학 바라본다. 일단의 고등학
생들이 소풍 왔다. 비로사 쪽에서 올랐다고 한다. 비로봉 정상 표지석과 인증사진 찍기 바쁘다. 표지석 뒷면에는
서거정의 한시 「풍기의 소백산(豐基小白山)」이 음각되어 있다.
小白山連太白山
逶迤百里插雲間
分明畵盡東南界
地設天成鬼破慳
태백산에 이어진 소백산
백리에 구불구불 구름사이 솟았네
뚜렷이 동남의 경계를 그어
하늘과 땅이 만든 형국 억척일세
24. 멀리 왼쪽은 일월산, 오른쪽은 묘적봉
25. 멀리 가운데는 도솔봉, 알 오른쪽은 연화봉
26. 멀리 왼쪽은 묘적봉, 오른쪽은 도솔봉
27. 소백주릉 너머 멀리 가운데 오른쪽은 월악산
28. 앞에서부터 연화1봉, 연화봉, 연화2봉
29. 중간 가운데는 원적봉
(중간 가운데는 옥녀봉)
31. 왼쪽이 국망봉
이 시의 4구 해석은 역자마다 다르다. 직역하자면 “땅이 베풀고 하늘이 이룬 곳에, 귀신이 그 아끼던 마음을 깨뜨렸
구나.” 정도인데, 한국고전번역원의 임정기는 “천지자연의 비밀을 귀신이 깨뜨렸구나” 라고 한다. AI버전으로 그
의미를 설명하면 “하늘과 땅이 만든 이 절경은 너무나 신비롭고 완벽해서, 인색한 귀신조차도 탐내며 숨겨두려 했
던 비경을 결국 세상 사람들에게 내어준 것만 같다는 뜻이다.” 나 또한 이 절경을 보고 있으매 전적으로 그에 동의
한다.
여의곡으로 갈까? 죽령으로 갈까? 늦은맥이재로 갈까? 거기는 지난 일을 회상하기로 하고 천동계곡으로 간다. 다 못
본 모데미풀을 더 보아야 한다. 천동삼거리에서 잠시 휴식하고 소백주릉 가까운 1408.9m봉을 다녀온다. 그곳에서
월악산 영봉과 금수산 등을 다시 본다. 시간이 넉넉하다. 아까는 등로 위쪽을 보았으나 이번에는 아래쪽을 본다.
이제 막 꽃을 피우려고 꿈틀거리는 축과 활짝 피어 하늘바라기 하는 축까지 다양하다.
모데미풀이 소백산 깃대종이라 할만하다. 광덕산은 몇 개체되지 않고, 청태산이 많지만 이보다는 훨씬 덜하다. 청태
산은 금년에는 산불방지기간이라고 5월 15일까지 출입을 막았다. 그런데 이 두 산은 모데미풀 말고도 다른 야생화
들이(얼레지, 꿩의람꽃, 만주바람꽃 등) 흔한데, 이곳은 모데미풀 일색이다. 돌길 서서히 내려간다. 돌 틈에는 천마
괭이눈이 부라리고 있다. 등로 옆에서 새끼노루귀를 본다. 새끼노루귀는 꽃과 잎이 함께 핀다. 잎도 귀엽다.
나라고 질소냐. 큰괭이밥이 무리지어 나타난다. 여기서도 수줍음은 여전하다. 흰제비꽃, 숲개별꽃도 사방에서 서로
보아달라고 아우성이다. 민백이 대궐터 안내문도 들여다본다. 구한 말 대원군과 명성황후(민비)가 대립할 때 명성황
후를 추종하는 지방 토호 세력들이 은신처 및 세력 확장용 지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의 지명을 민백이재, 민폐동이라고도 부른다 한다.
천동쉼터 지나고 다시 물구경이다. 오전에 올 때와는 달리 햇빛이 강해 사진 찍기가 어렵다. 다리안폭포를 들른다.
관폭대에 내려서지만 폭포는 바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고산자 김정호 추모비 지나 다리안관광지 천동주차장이
다. 단양 또는 단양역 가는 버스가 언제 올까? 버스운행시간표는 아무데도 없다. 주차장 관리원에게 물어보니 14시
40분 버스는 이미 갔고, 이다음은 17시 10분에 있다 한다. 택시를 부를 수밖에 없다.
시간이 어중간하다. 단양 시내에 들러 하산주를 마시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단양역 대기실에 앉아 카메라에
담은 모데미풀을 본다. 이 시간도 즐겁다.
32. 멀리 왼쪽은 묘적봉, 오른쪽은 도솔봉
33. 비로봉 정상
34. 멀리 가운데는 일월산
35. 모데미풀
첫댓글 소백의 모데미를 만나셨군요. 높이 자리해 더 고고해 보입니다. 비로봉의 광풍은 여전하겠지요?
묵은 숙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날 비로봉은 광풍이 아닌 순풍이었습니다.^^
소백산이 모데미풀 천국이군요.
보면 볼수록 예쁜 놈입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소백산 깃대종이라 할만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