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선거제도가 복잡한 이유
제47대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일 (2024.11.5) 입니다.
누가 대통령에 선출되느냐에 따라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외교, 군사, 정치, 경제 등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지구촌 모든 국가의 관심이 쏠리게 된다.
1792년 제정된 연방법에 따라 4년 주기로 실시되는 미 대선은, 선거권자인 국민이 대통령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는 한국과 달리,주별로 선거인단을 통해 실시하는 간접선거제를 채택
하고 있다. 이것이 미 대통령 선거제도를 복잡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선거인단 선출은 복잡함의 극치다. 뽑는 방식도 각 주마다 다르고, 뽑는 인원도 다르다.
도대체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는 왜 이렇게 복잡한 걸까? 그리고 미국인들은 왜 이를
바꾸지 않는 걸까?이 모든 것들은 미국이 연방제 국가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특히 연방을 이루는 각 주의 독립성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초기 국가 설계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미국의 건국 역사를 알아야 한다.
1607년 배 한 척이 아메리카 대륙에 닿는다. 이 배에는 104명의 사람이 타고 있었다.
영국에서 온 첫 이주민들이다.이들은 미국 최초의 주(州)인 버지니아를 만들었다.
1620년에는 102명의 이주민을 태운 또 다른 배가 미 동부 해안에 도착한다.
이들이 미국인의 조상이라고 하는 Pilgrim Fathers들이다. 그로부터 약 150년이 지난
1776년에 이르자 수백 명에 불과했던 신대륙 이주민들은 약 250만 명으로 불어났다.
주 역시 13개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들은 마침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미국 지도를 보면 매사추세츠부터 조지아까지 동부 해안에 13개의 주가 줄지어 있다.
이 13개 주의 주민들이 오늘날의 미국의 헌법, 연방제 등을 만든 주인공들이다.
미국에선 주를 state라고 한다. 그러나 state는 국가라는 뜻도 된다. 미국의 특별한
13개 주 역시 자신들을 하나의 국가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 13개 주는 각기 법은 물론이고 화폐도 달랐다.
6년 전쟁 끝에 미국은 영국을 이기고, 1781년 실질적인 독립을 이룬다.
우리는 보통 이를 미국의 독립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특별한 13개 주(국가)의
개별적인 독립이다.그러나 언제 또다시 반격해 올지 모를 영국, 미대륙을 호시탐탐 노리는
프랑스,스페인 등 강대국의 위협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서 13개 주는 하나가 되는 힘,
즉 연합 국가가 필요했다.그리하여 이 13개 주의 대표들이 모여 대륙회의를 열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2대 대통령 존 애덤스 등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지만 합의는 쉽지 않았다. 각 주마다 인종도, 종교도, 경제적인 이해관계도 너무나
달랐던 때문이다.각 주의 대표들은 우선 국가의 큰 틀부터 정해야 했다. 이들은 대부분
영국에서 정치적·경제적· 종교적·신분적 억압에 좌절해 목숨 걸고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자유였다. 따라서 자신들이 만든 강력한 중앙 정부가
혹여 각 주를 억압할 것을 두려워 했다.
그 결과, 중앙 정부의 힘이 너무 세지지 않도록 연방제 국가로 뜻을 모았다.
그때의 결정으로 미국의 주들은 지금도 독자적인 정부, 의회, 법원은 물론 자체적인 군대까지
갖게 되었다.연방제 합의도 쉽지 않았지만, 그 다음이 더 어려웠다. 연방을 이끌 대통령과
의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다. 각 주마다 인구가 다르기 때문에, 인구가 많은 주는 더 많은
의석수를 요구했고, 인구가 적은 주는 동등한 의석수를 원했다.
수많은 격론 끝에, 의회를 상원과 하원으로 나누기로 했다.
하원은 인구가 많은 주의 의견을 받아들여 인구 비례로 구성하고,
대신 상원은 인구가 적은 주의 의견을 존중, 각 주당 동등하게 2명씩으로 정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주민들의 집단 지성을 믿지 않았다. 훌륭한 대통령을 뽑을 판단 능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그래서 자신들을 대신해 대통령을 선택해줄 똑똑한 사람을 뽑도록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여 뽑힌 사람들이 바로 선거인단이다.
미국의 선거를 복잡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승자독식제다. 한 표만 더 얻어도 그 주
전체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제도다.
이는 그 주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를 하나로 통일하자는 방식이다.
승자독식제는 주가 하나의 국가 개념이기 때문에,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도 한 명이어야 한다는
의미다.미국의 선거제도는 복잡하기도 할뿐더러 결정적인 결함도 있다. 우선 승자독식제
때문에 많은 사표가 발생한다.전체 득표율이 높음에도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선 여전히 이 복잡한 선거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간혹 직선제를 요구하는 소리도 있긴 하지만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직선제를 할 경우 작은 주들은 미국에서의 영향력이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그러니 이들이
찬성할 리가 없다. 누군가 지금의 선거제도를 힘으로 바꾸려 한다면 연방 해체를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미국의 선거제도는 지금의 복잡한 방식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 자료: 2024 미국 대선(BBC뉴스코리아, 2024.10.21)
첨언하자면, 선거인단제도는 당시 똑똑한 사람만 선거했다기 보다는 공화주의 원리를 따른거죠.
즉 귀족만이 정치를 독차지 아니하고 책임있는 시민은 참정할 수있다는 거지요.
그래서 건국 당시 미국에서 투표권이 있는 시민은 농부라면 토지 160에이커 이상 가진자,
아니면 자기의 개인 상점을 갖고 식구및 고용인 등 자기 식솔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중산층에게만 투표권이 있었어요.즉 재산제한이 있었죠. 이게 성인남성 모두 1인1표의
민주주의로 바뀌는게 건국 50년 쯤 후, 앤드류잭슨 대통령때 입니다.
그것도 미국 전체가 아니라 서부의 한 주에서 처음 일반투표를 시작해 점차 다른 주로
미국 전체에 퍼져나갔죠. 그리고, 선거인단제도는 당시 교통시설이 발달되지 않아 한 국가로
여겨지는 각 주의 결과를 합산하려면대표를 선출, 전국회의장에 보낼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구요.말 타고 다니던 당시는 전국대회가 열리기 까지는 한 달 쯤 걸려 이 선거인단이
자기 주의 당선인을 살짝 배반한 예가 한두 번은 있었으나,대부분 주의 선출 결과를 충실히
반영했어요. 그래서 우선 각 주가 자기네 대통령을 뽑고 주 대표들이 모여 연방의 대통령을 뽑으니
승자독식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요. 미국 선거 때면 매번 현재의 통신과 시스템에 비추어
이런 불합리한 제도를 고쳐야된다는 주장들이 조금은 나오나 전혀 호응을 못 받고 미국인들은
전통을 고수하며 복잡한 선거를 계속하는 겁니다.(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