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79
제8장 양산박으로 가는 길
제34편 심양강 34-2
송강이 호송관과 함께 후원 초당으로 가서 주인 태공을 만나 인사를 드렸더니
방과 식사를 주었다.세 사람은 종일 굶은 배를 채우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에 세 사람만 남자 호송관이 말했다.
“압사 어른,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어서 칼을 벗으시고 편히 누우십시오.”
송강이 행가(行枷)를 벗고 막 잠들려는 순간 밖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송강이 문틈으로 엿보았다.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장정들 중에 아까 거리에서
시비를 걸던 사내가 있었다.사내가 주인 태공에게 말했다.
“오늘 게양진에서 약장수 한 녀석이 나한테 인사 한 마디 없이 장사를 하기에 사람들에게
피전 한 닢도 주지 말라고 단단히 일렀는데, 어디서 굴러 들어온 귀양 가는 놈이
돈을 닷 냥씩이나 던져 줍디다.그래서 제가 그놈 버릇을 가르쳐 주려고 하는데,
약장수 놈이 옆에서 내 배를 냅다 질러서 아직도 아픕니다.
내가 객점에 통문을 돌려 그놈들한테는 뭐든 팔지 말 것이며, 방도 빌려 주지 말라
단단히 일러놓고, 아이들을 풀어 약장수 놈은 잡아 도두 집에 맡겨 놓았는데,
죄수 놈은 어딜 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군요.
그래서 형을 깨워가지고 같이 나가서 찾아볼 참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난 태공이 좋은 말로 타이른다.
“쓸데없는 데 힘쓰지 말고 제발 아비 말 듣고 어서 잠이나 자거라.”
그러나 그자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기어코 제 형을 불러 같이 가겠다고 들어갔다.
송강은 호송관에게 말했다.“참 공교롭게도 하필 찾아온 곳이 그 녀석의 집이오.
태공이 설마 우리 얘기를 안 하겠지만 장객들이 말하면 큰 코 다치겠소.
어서 여길 빠져 나갑시다.”“옳은 말씀입니다.”
그들은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은밀히 집에서 빠져나갔다.
송강 일행은 마침내 심양강변에 도착했다.거기서부터 강 하나만 건너면 강주가 지척이다.
그러나 배가 없어서 강을 건너갈 방법이 없었다.세 사람이 황망히 앉아 있을 때
문득 강에서 노 젓는 소리가 들리며 숲을 헤치고 배 한 척이 다가왔다.
송강이 소리쳐 불렀다.
“여보, 사공, 우리를 좀 건너 주시오. 돈은 얼마든지 드리겠소.”
사공이 배를 대자 세 사람은 보따리부터 배 위에 던지고 허둥지둥 올라탔다.
사공은 노를 빨리 저었다.그러나 그들은 사공의 함정에 빠졌다.
배가 강 한 가운데 이르렀을 때 사공은 갑자기 도적으로 변했다.
“이놈들아, 네놈들은 판도면이 먹고 싶으냐, 혼돈이 먹고 싶으냐? 어서 말하라.”
판도면은 밀국수이고 혼돈은 도래떡이지만 이 경우에는 떡이나 국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다.제 배에 탄 손님을 보고 그렇게 큰 소리로 협박하는 수작을 보면
보통 사공이 아니었다.송강은 어안이 벙벙하여 사공의 기색을 살피며 물었다.
“도대체 판도면은 무엇이며 혼돈은 무엇이오?”“일러주겠다. 판도면이란 한 칼에
한 놈씩 두 동강을 내서 강 속에 처박는 것이고, 혼돈이란 구태여 내가 칼을 쓸 것도 없이
네놈들이 곱게 옷을 벗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자아, 무엇을 먹겠느냐?”
세 사람은 흉측한 악마의 소굴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싶었는데 범의 재앙을 만나고 만 것이다.
송강과 두 호송인들은 무릎을 꿇고 빌었다.
- 80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