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전 지구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 전통 종교 인구는 급격하게 줄고 있습니다. 농업과 유목 시대에 등장했던 전통 종교는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산업화와 개발-성장 시대 새로운 절대종교는 오히려 폭발하듯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80억 인구 가운데 절대 다수가 새로운 절대종교 유일신 신도들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교회나 절에 가는 전통 종교인도 사실은 이 새로운 유일신을 섬깁니다. 다름 아닌 '자본 신' '돈 신'입니다. '쩐(錢)'이 최고의 신인 이 종교의 이데올로기는 '과학기술 만능주의'와 '무한성장주의'입니다.
자본주의에서 물신화된 자본은 '법으로 만든 인격체'인 법인을 통해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자본가들도 지배하고 사회와 국가도 지배합니다. 자본은 법인이 망하지 않는 한 수명도 무한인 괴물입니다. 오직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자본은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팔아야 하고 새로운 상품 판매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백인들의 유럽 자본주의는 자본의 무한 성장을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상품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를 식민지로 만들었습니다. 식민지 침략은 독일의 유태인 학살과는 비교가 안 되는 대규모 피의 제노사이드 살육 전쟁이었습니다.
영국인들은 호주의 태즈메이니아 원주민을 짐승보다 못한 동물 취급하면서 강간하고, 사냥하듯 가죽을 벗기며 마구잡이로 잔인하게 학살했습니다. 태즈메이니아인들은 백인을 처음 접촉한 지 75년 만에 몰살당했습니다. 과거 약 1억 명으로 추정된 아메리카 원주민은 오늘날 수백만 명만 살아남았습니다(피에르 클라스트르,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생존 원주민은 대부분 집단수용소 비슷한 보호구역에서 인도의 불가촉천민처럼 살고 있습니다.
자본에 가장 수지맞는 투자는 뭐니뭐니해도 전쟁입니다. 3000만 명 이상 죽은 1차 세계대전도, 5500만 명이나 죽은 2차 세계대전도, 6.25동란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자본에는 엄청난 돈벌이 기회일 뿐입니다. 양차 세계대전 기간 듀퐁, 포드, GM, IBM, ITT, 스탠더드오일 등 미국의 대자본은 전쟁 전보다 수백 퍼센트(%)에서 1000% 이상 떼돈을 벌었습니다. 록펠러, 모건 등 국제 금융자본가들의 돈벌이 규모는 천문학 단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에서는 적국인 나치를 지원한 독점 대자본가와 금융업자를 향해 거센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들 대자본가들이 일반 대중의 시선을 돌려 곤경에서 탈출하고, 멈춰 선 전쟁물자 생산라인도 다시 돌리며 돈을 벌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 다름 아닌 6.25동란이었다는 '남침유도론'이 지금까지도 유력한 설로 제기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더 개척할 식민지가 없어지자 자본은 새로운 미지의 식민지에 눈독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인간 자신의 몸과 마음입니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유전자와 호르몬, 시냅스 등으로 환원되고, 자연스런 노화와 심리변화까지도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상품화되었습니다. 오늘날 극소수 거대 글로벌 IT기업이 주도하는 디지털 경제란 사실 인간의 몸과 마음, 자연과 세계, 푸른별 지구, 나아가 우주까지를 가상의 데이터로 바꾸어 자본의 최대 이윤 도구로 판매하는 새로운 식민지 침략 전쟁에 다름 아닙니다. 그리고 마침내 등장한 그 완결판이 AGI입니다.
조국을 떠난 영국의 청교도들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에 미국이라는 신생 독립국을 세웠습니다. 세월이 변했다고는 해도 오늘날 미국인 생활의 모든 분야에 개신교 전통이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은 미국인의 생활 어디에 뿌리내렸는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국은 건국 초기 상비군도 없었습니다. 그런 미국이 지금은 전 세계 군비의 거의 절반 정도를 쓰면서 이미 AI 무기로 무장한 약 133만 상비군을 보유한 전쟁국가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에 있습니다. 미국이 AGI 전쟁국가로 치닫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사실 위험한 것은 AI 기술 자체가 아닙니다. 근대 국민국가 체제 자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개발과 성장 그 자체가 더 큰 위험 요소입니다. 거대 빅테크 기업의 무한 탐욕이, 그런 돈벌이 빅테크 기업의 탐욕을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후원해주는 사람의 무지와 탐욕이 더 위험합니다.
제국주의 국가 간의 세계대전을 2번이나 치르고도 21세기인 지금, 인류는 여전히 3번째 세계대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전쟁기계인 국가에 가공할 AGI 무기가 공급된다면 패권국가 간의 3차 세계대전은 언젠가는 터지고 말 상수일 것입니다. 약 1만3000여 개나 되는 전 세계 핵폭탄이 터진다면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거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될 것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대량살상무기는 다름 아닌 인간의 지능과 인간의 지능을 그대로 모방 학습한 AI의 지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능폭발을 일으킨 호모 사피엔스의 전 세계 확산과 정복의 역사는 또한 전 세계 원시림과 대형 포유류의 멸종 역사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화석연료 기업의 탐욕으로 6번째 대량멸종이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