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848) - 2021 조선통신사 옛길 대장정 기행록(14)
- 팔공산을 조망하며 영천에 들어서다(군위 산성면사무소 – 영천 조양각 33km)
4월 18일(일), 아침에 춥다가 낮에는 따뜻하여 걷기에 적당한 날씨다. 아침 7에 숙소를 나서 승용차편으로 전날 걷기를 종료한 산성면사무소로 향하였다. 7시 반에 산성면사무소를 출발하여 영천으로 향하였다. 산골의 숙소가 열악한데다 날씨마저 추워 속옷을 껴입고 햇빛가리개로 귀를 감싸니 견딜 만하다.
한 시간쯤 걸으니 군위군 산성면에서 영천시 신녕면으로 행정구역이 바뀐다. 신녕면에 들어서니 오른 쪽으로 높은 산봉우리가 구름 속에 웅자를 드러낸다. 대구와 영천 주변에서 가장 높은 팔공산의 늠름한 모습이다. 명산의 정기 받아 힘차게 걷자.
두 시간 가량 열심히 걸어 이른 곳은 통행량이 적은 도로변의 치산(예전에 꿩이 많은 산골이라서 雉山이라 이름 지었다는 동네)주유소, 코로나 시국에 주유소의 화장실 이용이 예전 같지 않은데 나이 지긋한 주인(최광석, 70세)이 일행을 따뜻하게 맞아 사무실에서 쉬게 하며 뜨거운 커피를 대접한다. 밤새 기온이 급강하하여 밖의 물이 얼었다며 4월 중순에 얼음구경하기는 드문 일이라고 말한다.
뜨거운 차로 추위에 움츠린 몸을 녹이고 다시 걷기, 30여분 더 걸으니 전날 묵었던 여관에 이른다. 신녕면소재지까지는 5km 남짓, 쌀쌀한 날씨라서 조용한 시골길 걷기에 속도가 붙는다. 10시 반경 신녕면소재지 초입에 이르니 마늘작물이 가득한 동네 어귀의 교문에 ‘경북식품과학 마이스터고등학교’라 크게 적힌 웅장한 건물이 눈길을 끈다. 지역마다 그런 특성화교육기관이 들어서면 좋으리라.
고등학교 바로 앞 골목길은 찰방길, 담벼락에 그려진 조선통신사 인마행렬도가 눈길을 끌고 옛적 말에 물을 먹였다는 우물 근처의 담벼락에는 영천 태생인 포은 정몽주, 화산관 이명기의 초상화를 곁들인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곳에 마상재(馬上才)전시관을 세우려던 계획을 추진하다가 이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어 중단되었다는 이야기를 어제 저녁 영천시 관계자에게서 들었다.
신녕면 행정복지센터에 이르니 오전 11시, 복지센터 앞 신녕초등학교 뒤편에 조선통신사 일행이 이곳을 지나며 쉬어가던 백화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휴일이어서인지 학교 문이 닫혀 먼발치로 쳐다보고 지난다. 11시 반경 면소재지 끝자락에 있는 음식점에서 점심식사, 12시 15분에 오후 걷기에 나섰다. 넓은 들판이 온통 마늘밭, ‘경축 영천마늘산업특구지정’이라 내건 현수막이 여럿 눈에 띤다. 의성보다 더 넓어 보이는 마늘재배현장인 것을 지나며 살핀다. 양파재배지도 많이 보이네.
신녕면에서 화산면 거쳐 영천 시내로 이어지는 도로는 고갯길이 거의 없는 평탄한 길, 그 옆으로 간혹 긴 꼬리를 단 화차가 정적을 깨며 달린다.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하며 영천 시내의 조선통신사 기착지 조양각에 이르니 오후 4시 15분, 33km를 순탄하게 잘 걸었다. 조양각 경내 조선통신사 문화사업회가 세운 조선통신사의 길 이정표의 거리 표시, 서울 – 영천 376km, 영천 – 부산 138km. 남은 일정은 5일, 마지막까지 즐겁게 걷자.
숙소는 조양각 바로 옆에 있는 모텔, 10년 전에도 묵었던 곳이다. 저녁 식사는 숙소 옆의 한식집, 10년 전 아침식사를 했던 곳으로 주인도 그대로다. 10년 전 이곳을 지날 때 열흘 이상 강행군의 여파로 허리가 무척 아파 힘들었는데 지금 몸 컨디션은 그때보다 좋은 편, 모두에게 더 나은 내일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