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렸던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유산" 학술토론회에서 김일권 정신문화연구원 연구교수의 발표를 들은 바가 있었다.
김일권 교수는 그날 덕흥리 고분벽화 앞방 천장 동벽에 보이는 5각형 별자리를 서양식의 케페우스 별자리로, 서벽에 보이는 W자 별자리를 카시오페아 별자리로 각각 추정했다. 그날 발표문에서는 좀 새롭다 정도로 끄치고 별다른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다음날 서울랜드에서 열리고 있는 "고구려특별전" 개막식에서 나는 김일권 교수와 만나서 어제 발표 논문에서 이 부분이 매우 신선하다고 말하고, 이 부분을 더 적극적으로 확대해서 동서문화 교류까지 연결시켜 보라고 했더니, 김일권 교수는 크게 자극받아 기분이 좋다며 흥분을 했었다.
카시오페아는 중국식 표현으로는 仙后이고, 케페우스는 仙王이 된다. 왕과 왕비를 표현한 별자리를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표현한다는 것은 분명 재미있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로 알려진 이런 이야기가 고구려에 전해졌다는 것은 동서문화교류의 중요한 단서로 선정될 수 있다. 중앙아시아나 중원지역에는 아직 이런 별자리 표현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고구려가 그리스와 직접 교섭이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중원의 천문사상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고구려만의 독특한 천문사상의 발전의 흔적으로 볼 수가있을 것이다.
선후와 선왕 별자리는 고구려에서는 북두칠성과 함께 일년내내 볼 수 있는 별자리다. 북두칠성이 고구려 고분벽화에 자주 그려지고 있는 것을 비교한다면 분명 의미잇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고분벽화에 보이는 도상을 통해 고구려 문화의 성격을 파악하는 일은 어떤 역사책의 한줄의 기록보다 더 큰 정보를 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북한의 이준걸 정도외에는 이런 별자리에 주목한 사람이 드물었다. 나는 김일권 박사와의 개인적인 오랜 친분(나의 1년 선배)으로 인해 내가 알고 있는 천문정보를 이미 예전에 김박사에서 넘겨주고 옆에서 박수만 쳐주어왔다. 덕흥리 고분벽화에서 선후, 선왕 별자리를 찾아낸 김일권 박사의 연구는 분명 고구려 연구에 작지만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을 것 같다.
고분벽화 다시 한번 정밀하게 살펴보자. 그 속에 더 중요한 무엇이 아직 우리의 발견을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첫댓글 고구려에 천문도라는 것이 있었다던데 독자적으로 천문을 관찰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