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좀 보소?
2008년 6월 12일 오전 7:08공개조회수 9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밀양 아리랑 중 ‘날 좀 보소’ 대목을 들을 때마다 가진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어서 외롭고 쓸쓸하고 열등감에 찌들어야 했던 한반도 사람들의 풀 죽은 얼굴이 떠올라 측은함을 금할 수 없다.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마음을 나눌 사람 하나 없는 가운데, 세상의 길목을 막고 자신을 좀 봐달라고 간청하는 사람들이 오죽 많았으면 그게 전통(?) 민요로 남았겠는가를 생각하면 가슴 속 한 구석이 아려오기도 한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귀천이 따로 없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와서 행색을 우스꽝스럽게 꾸미고 바보짓을 하는 것도 ‘날 좀 보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국민학교 다닐 적 소풍 가서 바보짓을 해서라도 급우들의 주목을 받으려고 애써본 적이 있는 사람들 또한 뒤통수 긁적이며 인정하리라고 믿는다.
‘날 좀 보소’를 다른 말로 하면 ‘인기(人氣)의 구걸’, 인기를 말 그대로 풀면 사람의 기(氣), 기운 ‘氣’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밥 지을 때 피어오르는 김을 그린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구름의 층을 그린 것이라는 게 정설, 구름의 변화 즉 대기의 변화처럼 만져지지는 않지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보다 많은 인기를 끌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손으로 붙잡으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게 인기, 사람들이 대중적 인기를 끌어 모은 캐릭터를 주목하는 것은 소외감을 달래기 위해서일 뿐, 인기 캐릭터가 더 이상 자신의 소외감을 달래주지 못할 때는 그 즉시 관심을 거둬버린다는 것을 무대 뒤편에서 “내가 지금은 요 모양 요 꼴이지만 왕년에는...”하고 긴 사설 늘어놓은 한물간 가수들과 배우들이 온몸으로 말해준다. 인기는 얻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 주는 사람의 것,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도둑놈 심뽀, 그래서 공자 또한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으면 역시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라고 빙그레 웃었던 게 아닌가!
먹고살만해진 탓에 각설이도 사라지고 소풍가서 이주일 병신춤 흉내 내는 꼬맹이들도 눈에 띄게 줄었지만 ‘날 좀 보소’는 여전한 것 같다.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무슨 일이 터졌다 하면 촛불 들고 방송 카메라 앞에 서서 침 튀기는 사람들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잊을 만 하면 보도자료 돌리고 기자들에게 술밥 사주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누가 감히 그들을 비웃으랴. 문학과 현실정치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을 타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작가 이문열, 모 일간지에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박정희 전기를 연재한 후 박정희 광신도가 되어 누가 박정희 욕하면 백배 천배 심한 극언을 퍼붓는 조갑제, 영향력이 합참의장보다 더 커 보이는 육해공군해병대예비역대령연합회장 명함을 발판 삼아 ‘국민행동본부’라는 거창한 조직을 만들어 인생말년을 심심치 않게 보내고 있는 서정갑, 남의 속을 긁는 데 천재적인 소질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이따금 언론에 손톱만한 사진이나마 띄우는 전여옥, 군사전문가를 자처하면서도 사회전문가로서 더 열을 올리던 중 입 잘못 놀렸다가 고소를 당한 후 몸 사리고 있는 지만원 등등...그런 자극적인 ‘날 좀 보소’들이 없다면 신문 읽는 재미가 반감할 것이라는데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비록 동지섣달 꽃은 아니더라도 따분하고 답답한 일상에 소금과 식초와 고춧가루를 듬뿍 쳐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건성으로나마 땡큐 소리를 들을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불평불만과 이해충돌로 잘 달궈진 대한민국 사회의 프라이팬 위에서 톡톡 튀는 각설이표 팝콘을 보는 듯하다. 품위 교양 시시비비 따지지 말고 그저 심심풀이로 맛있게 즐기면 어떨지! 그런 각설이표 팝콘을 맛있게 먹을 때마다 공부는 못했지만 오락시간 때마다 코미디언 서영춘 자빠지는 흉내를 내서 인기를 끌었던 그 친구가 생각나기도 한다. 세상 참 외롭고 쓸쓸한데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어떤 사람들 틈에서, 어떤 바보짓을 하면서 ‘날 좀 봐 달라’고 톡톡 튀고 있을까?!
왠지 내가 그랬던 적이 있으니까 공감이 간다. 고등학교때 혜린이는 그랬으니까. 인기가 좋았지...ㅋㅋㅋㅋ 앞으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모르겠다. 참. ㅋㅋㅋ 옛생각에 잠기게 해줘서 이노래에 땡큐다. 갑자기 생각난 노래에 이런 많은 뜻이 담겨 있을 줄이야. !!
애써 웃음 지으며 돌아오는 길은
왜 그리도 낯설고 멀기만 한지
저 여린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 때
이렇게 아픈 그대 기억이 날까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 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저 여린가지 사이로 혼자인 날 느낄 때
이렇게 아픈 그대 기억이 날까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 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 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첫댓글 ㅠ.ㅠ 가사 공감..
이 노래 정말 좋아함 .... 지금도 혜린님은 +ㅁ+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ㅋㅋ 감사일기 게시판의 히어로 +ㅁ+ 아자아자!!
좋은 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