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 추계 정기총회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결정 내용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바치기’ 운동 전 교구 확산과 2020년 6월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각 교구 동시 미사 봉헌, ‘연중 제3주일’의 명칭을 ‘하느님의 말씀 주일’로 변경,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신심미사(7월 5일)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5월 29일) 기념일을 각각 1등급 조정 및 우선 기념일로 지정, 환경 보호를 위한 실천 방안 제시와 각 교구의 협조 등이다.
우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바치기’ 확대에 대해, 주교회의는 2019년 12월 1일 대림시기부터 2020년 11월 28일까지 전 교구민이 바치도록 하고, 이를 매일미사와 각 교구 주보에 안내하는 등 기도운동을 권고하기로 했다. 또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인 2020년 6월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에는 각 교구가 정한 장소에서 오전 10시 30분에 동시에 교구장 주례로 미사를 봉헌한다.
이에 대해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모경 바치기’는 기존에도 각 교구 재량에 따라 진행했지만,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 전체 교구민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자는 제안이라며, “형식이 아니라 마음을 담은 기도가 되고, 한 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 정착까지 지속적으로 하자는 의지를 드러내는 행위이자, 보다 미래지향적인 평화를 위한 기도”라고 설명했다.
또 내년 6월 25일 미사에 대해서도, 모든 교구가 한 자리에 모여 미사를 봉헌하는 데는 참여에 한계가 있다면서, 내년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에 바빌론 유배 70년을 마치는 의미를 담아 각 교구에서 교구장 주례로 한날 한시에 미사를 봉헌하며, 각 본당에서도 미사를 봉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이 미사는 단순히 기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신자들의 마음이 한반도 평화를 지향하고, 각자가 무엇을 어떻게 실천할지 공감대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기념일을 “신심(기원) 1등급”으로 정한 것은 지역 교회 순교자나 복자를 보다 우선해서 기념한다는 의미다. “신심 1등급” 미사는 매우 중대한 필요 또는 사목적 선익 때문에 교구 직권자의 명령이나 허락을 받아 드리는 기원 미사와 신심 미사다.
주교회의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신심 미사의 경우, 신심 1등급으로 성대하게 기념하며 연중 시기 주일과 겹치더라도 기념 거행을 하도록 했으며,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과 ‘성 바오로 6세 교황 기념일’이 같은 5월 29일로 모두 선택 기념일이지만, 각 교구장의 재량에 따라 기념일을 선택해 전례를 거행하도록 했다. '매일미사'에는 두 선택 기념일 전례문을 모두 싣는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17일, 추계 총회 결과를 발표하며, 환경오염에 대한 교회 차원의 실천은 보다 구체적이고 공동체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 주교회의 미디어부) |
이같은 전례일 등급 조정은 이전까지 보편교회와 지역교회의 축일, 기념일이 겹칠 경우 보편교회가 우선되었지만, 앞으로는 지역 교회 즉 한국의 성인, 복자를 보다 성대하게 기억하자는 의미로 결정됐다.
김희중 대주교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순교자 기념일을 지내는 것은 그들보다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며, 기억과 기념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기억은 과거를 잊지 않고 좋은 것을 현재화한다는 의미다. 기념은 기억을 새롭게 하며, 현재화에서 미래를 향한 징검다리”라고 말했다.
또 김 대주교는 “한국 순교자와 복자 기념일을 보다 성대하게 지내자는 것은 한국 천주교 선조들의 순교정신을 과거의 것으로 묻어 두는 것이 아니라 현재로 가져오고 미래를 위한 힘으로 삼기 위한 것이며, 우리 스스로 순교 정신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주교회의는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가 제안한 환경오염에 대한 교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검토하고, 전국 교구와 본당, 신자 개인 차원의 실천, 평신도생태사도직 ‘하늘땅물벗’의 본당 활성화, 주일학교용 환경교리 교재 ‘지구를 위해 “하다”’ 활용 등에 각 교구가 협조하기로 했다.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이를 위한 교회의 실천과 연대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제안된 이 방안에 대해, 김희중 대주교는 개인 차원의 실천이나 교회의 지시를 통한 실행보다는 공동체 차원의 고민과 논의, 실천 그리고 추상적인 당위보다는 구체적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특히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운동, 서울시의 태양광 판넬 설치 확산과 같은 사업을 각 지역 교회가 지자체와 협조해 진행하는 방안, 한날 한시에 한 등 끄기 운동 등 구체적인 운동이 진행되어야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일학교용 환경교리 교재 ‘지구를 위해 “하다”’는 현재 출판이 완료돼 원하는 본당이나 기관에 배포 가능하다.
‘연중 제3주일’의 명칭을 ‘하느님 말씀 주일’로 바꾸는 것은 지난 9월 30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자의 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고'에서 연중 제3주일을 ‘Sunday Word of God’으로 제정함에 따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의 교서에서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거행하며, 하느님 말씀을 배우고 묵상하며, 그 가르침을 실천하고 증언하도록 힘쓰라고 당부하고, 사목자들 또한 신자들에게 날마다 성경을 읽고 이해하고 기도하는 것의 중요함을 보여 주며 모든 이가 성경을 이해하도록 도와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황은 강론은 “거의 성사나 다름없는 측성을 지녔다”며 강론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갖도록 당부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이에 대해, 이 ‘하느님의 말씀 주일’은 주일 미사에 참석한 모든 신자가 그날의 말씀에 초점을 맞춰 기도와 묵상을 하고, 강론 역시 이에 맞춰 함께하라는 것이라며, 성경 전체에 대해 말씀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교육하고 말씀을 나누는 ‘성서주간’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정신철 주교)는 내년 3월 25-27일까지 “난민은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진행할 예정이며, 국내이주사목 외에 교육위원회, 사회복지위원회, 사회홍보위원회, 생태환경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등 사회주교위원회 산하 위원회가 공동 주최한다.
김희중 대주교는 ‘난민’을 주제로 대규모 심포지엄을 준비하는 배경은 한국인들 역시 일제강점기 등 역사적으로 난민인 시절을 겪었으며, 아브라함, 예수 역시 난민이었다면서, “지구상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순례자이며, 의지할 곳 없이 타지에서 홀로 살아가는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은 형제애의 기본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난민과 함께 하는 사랑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교회의 홍보국장 안봉환 신부는 “이 심포지엄은 국내이주사목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으로, 가장 가난한 이들이 누구인가를 묻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가장 가난한 이가 난민이라고 본 것”이라며, 교회가 가장 가난한 이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주교회의는 이 밖에 2017년 새로 발간된 “로마 미사 경본”과 예식서, 개정된 ‘혼인문서 양식’ 등의 내용을 반영해 “전국 공용 교구 사제 특별 권한”(개정)의 번역 수정을 승인했다. 또 교육위원회와 사회복지위원회,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마리아사업회 등의 회칙과 성빈첸시오아바오로회 한국이사회 정관(개정), 한국레지오마리에(광주, 대구, 서울) 정관(개정)도 승인했다.
또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에서는 주교회의 순교자현양과 성지순례사목위원회 총무 이현태 신부(청주교구)의 총무직 연임도 승인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 추계 정기총회를 열었다. (사진 제공 = 주교회의 미디어부)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