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전면 체벌금지 50일… 현장 교사들 '교실붕괴' 토로
"학생들 권리만 강조… 지휘봉으로 어깨만 쳐도 '왜 체벌하냐' 소리질러
사제간 신뢰·情 사라져"
지난달 1일 서울시교육청의 초·중·고교 전면 체벌 금지 조치 이후 50일이 지났다. 일선 교사들은 교육 현장이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조선일보 편집국 인터뷰실에서 가진 난상토론에 참석한 서울지역 교장과 교사 네 명은 "체벌 금지 조치에 대해 확실한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토론에는 이정현(58·강동구 명일초) 교장과 이한배(45·금천구 가산중), 김소미(41·노원구 용화여고), 최명숙(40·강서구 신곡초) 교사가 참석했다.- ▲ 19일 조선일보에서 열린 난상토론에서 현직 교원들은 체벌금지에 따른 교실의 붕괴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김소미·이한배 교사, 이정현 교장, 최명숙 교사.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무너지는 교육현장
―어제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을 보고 '야, 이렇게까지 선생님을 막 대할 수 있느냐'는 생각에 가슴을 쳤다. 체벌 금지 이후로 학생이 교사를 놀림 대상으로 보는 일이 부쩍 늘었다. 신뢰가 떨어지고 존경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과거에도 문제 학생은 항상 있었지만 이제는 제재 수단조차 없어져서 더 어렵다. '선생님이 나를 때리거나 야단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함부로 하는 학생들이 많다.
―몇 달 전부터 수업과 쉬는 시간을 구분하지 못하고 화장실과 매점을 들락거리거나 잠자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파마나 염색을 지적하면 "왜 그래요?"라며 대들기도 하고,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지적했더니 전화기를 내던져버린 사례도 있다.
―수업에 늦게 들어온 학생을 꾸짖자 "요즘 선생님(교원) 평가기간인 건 아시죠?"라며 씩 웃는 아이도 있다고 하더라. 지휘봉으로 어깨를 툭 치니까 "왜 체벌을 하느냐"며 소리를 지르는 일도 있었다.
―친구를 때리는 초등학교 고학년생을 복도에 세워 놨더니 "나한테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대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교사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발로 차고…. 숱한 교사들이 이렇게 당해도 좀처럼 언론에 제보하는 일이 없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체벌 대체 수단도 마땅치 않아
―특히 여교사가 더 힘들다. 초등 6학년 남학생들이 아이들을 괴롭히고 담배를 피우고 다니는 일이 많은데 지도가 어려워 교사들이 기피한다.
―체벌 금지 이전에도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체벌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게 제도화되니까 아이들을 지도하기가 어려워진다. 야단치려면 "선생님, 체벌 못하게 돼 있잖아요. 동영상으로 찍겠어요"라고 하는데 실제로 좀 무섭다.
―마땅한 체벌 대체 수단이 없는 현실이다. 문제 학생을 성찰(상담)교실에 둬서 반성하게 하는데 오히려 수업 듣기 싫은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장난칠 수 있어서 거기 가는 걸 즐기기도 한다. 성찰교실의 상담교사 혼자서 지도하기도 벅찬 노릇이다.
◆사제 간 신뢰가 사라진다
―일부 학생들이 수업 분위기를 망치는 바람에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 "쟤들 좀 체벌할 수 없느냐"며 하소연하는 아이들도 있다.
―사제 간에 신뢰가 떨어졌다는 게 사실 제일 큰 문제다. 예전에는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는 아이를 적발하면 고분고분 따라왔는데 이젠 "증거 있느냐"며 대든다. 그래서 흡연측정기를 구입했는데 "끊은 지 오래됐다"고 우겨서 이젠 소변측정기까지 들여 놨다. 인간적이고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교육 현장이 아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의 문제 행동을 듣고서도 "우리 애가 그럴 리 없다"며 펄펄 뛴다. 학교에 찾아와서 교사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해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체벌 금지나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 권리만 신경 썼을 뿐 그 아이들이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해선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타인에 대한 배려, 공동체 생활, 질서 의식 같은 것들을 함께 강조하는 보완 조치가 필요한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