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같은 질문을 가끔 받는데, 이번 칼럼에서 자세하게 다뤄보려고 합니다. 먼저 헤지(hedge)라는 단어는 울타리를 뜻하는 영어단어입니다. 알다시피 울타리는 외부의 적이나 도둑으로부터 집을 방어, 또는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헤지라는 단어에는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즉 위험회피라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 헤지펀드는 일반펀드에 비해 위험회피기능이 높고 대박수익률보다는 시장평균보다 약간 높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다소 보수적인 펀드였습니다. 위험회피가 가능한 이유는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이를 이용한 무위험차익거래라는 기법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인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원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현재의 헤지펀드는 무위험차익거래는 물론이고 에쿼티 롱-쇼트(equity long-short) 전략, CTA 전략, event-driven 전략 등 이름도 생소하지만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수익, 또 수익, 오로지 고수익만을 추구하는, 탐욕스러운 느낌마저 주는 펀드로 변질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99%를 위한 것이 아닌, 1%만을 위해 만들어진 금융상품이라는 헤지펀드의 태생적 한계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보여집니다. 왜 1%냐고요? 2011년 12월에 우리나라에도 이른바 한국형 헤지펀드 12개가 출시되었는데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최소금액이 5억 원입니다. 말이 5억 원이지, 총 금융자산이 5억 원인데 그걸 몽땅 헤지펀드에 통 크게 투자하는 대범한 사람은 없을 테니 금융자산이 최소한 50억 원은 돼야 헤지펀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1%가 아니라 0.1%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헤지펀드, 펀드매니저, 그리고 보수
전세계의 헤지펀드 규모는 2010년 기준으로 약 2,200조 원. 전세계 투자자금의 1% 수준이고 1만개 정도의 헤지펀드가 설립되어 있습니다. 이 중 자산 20조 원이 넘는 펀드만 11개에 이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로는 조지 소로스, 존 폴슨, 제임스 사이먼스, 데이빗 태퍼 등이 있는데 이들의 이름보다 더 유명한 것은 이들의 수입입니다. 조지 소로스는 그 유명한 퀀텀펀드의 설립자이고 세계 7위의 부자로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에 못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2010년 한해 동안 증가한 존 폴슨의 자산가치는… 놀라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놀라지 마시길. 무려 49억 달러입니다. 원화로 5조 3천억이고 이는 펀드매니저 보수와 본인지분의 자산가치 상승을 포함한 금액입니다. 삼성전자의 2010년 순이익이 17조 2천억인데 그것의 약 30% 수준이고, 연봉 5,300만원인 사람 10만 명의 연봉합계와 동일하고, 하루에 145억씩 자산이 증가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게 존 폴슨 한 사람의 1년 수입입니다. ‘뭐 이런 미친…’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나요? 자산가치 상승이 포함된 금액이니 순수한 펀드매니저 보수는 아니지만 펀드매니저 보수만도 1조 원이 넘을 걸로 예상됩니다. 그것은 헤지펀드에 성과보수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헤지펀드의 보수체계를 보면 수익률 10%까지는 기본보수 2%만 받고, 수익률 10% 초과분에 대해서는 그 초과분의 35%만큼 성과보수를 추가로 받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50조 규모의 헤지펀드가 30% 수익률, 즉 15조를 벌었다면 기본보수가 1조(50조의 2%)이고, 수익률 10% 초과분은 20%(30%-10%)이므로 초과수익 10조(50조의 20%)의 35%인 3조 5천억이 성과보수가 되니 총 4조 5천억이라는 보수를 떼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런 천문학적 수입이 가능한 이유이고 그저 놀라울 따름이지요.
헤지펀드의 명(明)과 암(暗)
모든 것에는 명암(明暗)이 있다고 하는데 헤지펀드의 밝은 부분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책에는 헤지펀드가 대체투자 수단을 제공해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고, 다양한 투자기법을 발전시킨다고 써 있는데 그건 1%에게 해당하는 얘기 아닐까 싶네요. 그러니 적어도 99%의 입장에서는 헤지펀드의 장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어두운 부분은 상대적으로 많이 보입니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합법적인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나눠주고, 그 중 일부를 규정에 따라 보수로 받아가는 일들이 반드시 비난의 대상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헤지펀드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헤지펀드는 99%를 위한 상품이 아니라 1%를 위한 상품입니다. 그 1%의 수익을 위해 나머지 99%에게 희생을 강요하지는 않았을까요? 펀드매니저의 성과보수를 위해 99%에게 눈물을 강요하지는 않았을까요? 일례로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는 1992년에 영국의 파운드화를 공격해서 일주일 동안 33억 달러의 이익을 남겼습니다. 그들이 돈 잔치를 하는 동안 영국 국민들이 흘리던 눈물소리가 들렸을까요? 파운드화를 사고 파는 것이야 물론 합법적인 일이지만,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한 나라의 통화를 공격해서 경제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옳은 일일까요? 미안하지만 ‘아니올시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본주의 경제의 상징 월 스트리트(Wall Street), 그 1%의 탐욕. 그들의 탐욕을 더 이상 용납하지 못하는 99%의 외침, 월 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이런 일들이 괜히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