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약을 받은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재건축)' 전용면적 71㎡C의 1순위 해당지역 청약 경쟁률이 125.25대1로 동일면적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71㎡A와 71㎡B의 경쟁률은 각각 101.29대1, 93.94대1을 기록했다. 71㎡C의 일반분양 물량은 단 8가구여서 17가구인 전용 71㎡A, 18가구인 71㎡B보다 당첨 확률이 낮은데도 청약통장이 몰려든 것이다. 60점대 가점자들의 눈치경쟁이 두드러진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청약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전용 71㎡C는 견본주택 방문객들 사이에서 '못난이' 타입으로 여겨졌던 주택형이다. 전면 공간이 적은 타워형 평면인데다 북동향 배치로 볕이 잘 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주택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전면 공간이 많고 볕이 잘드는 남향 위주의 판상형 평면이 가장 인기가 많다. 전용 71㎡A는 판상형 평면에 남동향, 전용 71㎡C는 타워형 평면이긴 하지만 남동향으로 배치됐다. 비선호 평면인 만큼 당첨 가점 커트라인이 낮을 거라 예상한 청약자들이 전용 71㎡C타입에 몰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약 전문가 박지민씨(필명 월용이)는 "워낙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해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인식이 있으니 청약자들은 평면이나 향에 상관없이 '당첨 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당첨 안정권인 고가점자들은 선호 주택형으로 몰릴 것이기 때문에 가점이 애매한 청약자들이 비선호 평면에 청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단지 분양가는 3.3㎡ 당 4750만원으로 주변 시세(6000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하게 공급됐다. 전용 84㎡를 기준으로 당첨시 기대할 수 있는 시세차익은 5억~6억원 수준이다.
이종성 '래미안 라클래시' 분양소장은 "인기가 낮은 평면이라고 해서 저가점자들만 청약한 것은 아닐 수 있다"며 "선호도 높은 주택형은 고가점자들도 당첨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일부 고가점자가 비선호 평면에 하향 지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수억대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강남권 분양에서 두드러지게 발생한다. 앞서 분양한 '서초그랑자이'에서도 비인기 주택형이 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59㎡C가 서쪽에 치우진 남서향이어서 남동·남서향으로 구성된 전용 59㎡B보다 선호도가 낮았으나 청약 경쟁은 더 치열했다. 전용 59㎡C 1순위 해당지역 청약 경쟁률은 32.23대1로 전용 59㎡B 27.85대1보다 높았다.
이럴 경우 청약 경쟁률은 더 높지만 결과적으로 당첨 가점 커트라인은 더 낮은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실제로 전용 59㎡B의 당첨 가점 범위는 59~72점이었던 반면 전용 59㎡C는 58~69점으로 60점대 가점자들이 대거 당첨됐다. 69점은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다.
박지민씨는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까지 강남권 '로또' 단지 분양이 잇따라 계획된 만큼 당첨 가능성이 높지 않은 60점대 가점자들은 비선호 주택형을 노려보는 것이 전략"이라며 "앞으로도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강남권 단지에서는 경쟁률이 높은 주택형이 가점 커트라인은 반대로 가장 낮게 나오는 역전현상이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