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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한가운데에서 – 송악산,장수봉,연인산,우정봉
1. 우정봉 내리면서 조망, 멀리 가운데는 축령산과 서리산, 그 뒤는 천마산
봄 그늘 찌푸려도 새들은 조잘대고
늙은 나무 무정한데 바람만 서글프다
세상만사 한바탕 웃음거리조차 되지 못하니
청산도 세월을 겪으면 다만 뜬 먼지
春陰欲雨鳥相語
老樹無情風自哀
萬事不堪供一笑
靑山閱世只浮埃
―― 박은(朴誾, 1479~1504), 「복령사(福靈寺)」에서
주) 위 시에 대한 정민의 해설을 덧붙인다.
위 시의 앞 두 구는 박은 작품 중 절창으로 일컬어진다고 하며, 복령사 7언 율시 중 뒤 5~8구이다.
“그늘은 잔뜩 찌푸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다. 새들은 아랑곳 않고 노래가 한창이다. 풍상을 겪은 늙은
나무는 무표정하다. 슬픈 것은 엉뚱하게도 바람이다. 찌푸린 봄 그늘과 지저귀는 새, 무정한 늙은 나무와 유정한
바람, 대구의 짜임새에 미묘한 긴장이 있다. 시무룩할 새들은 신이 났고, 덤덤해야 할 바람이 슬프다. 바람이야 슬프
고 말고 할 것이 없으니, 이를 슬프게 듣는 것은 시인일밖에. 시인의 정이 경에 녹아들어 자장자리를 찾을 수 없
다.”(정민 지음, 『한시 미학 산책』, 휴머니스트, 2010)
▶ 산행일시 : 2026년 4월 18일(토), 맑음, 미세먼지 보통
▶ 산행인원 : 3명(악수, 메아리, 하운)
▶ 산행코스 : 백둔리 연인산 입구,깊은돌 마을,임도,장수고개,송악산,장수봉,942m봉,연인산,1,055m봉,우정봉,
우정고개,국수당
▶ 산행거리 : 도상 12.8km
▶ 산행시간 : 06시간 34분(09 : 26 ~ 16 : 00)
▶ 갈 때 : 전철 타고 가평역으로 가서 15-1번 군내버스 타고 백둔리 연인산 입구로 감
▶ 올 때 : 국수당에서 마을주민 트럭 타고 마일1리 작은예수회 입구로 가서, 택시로 환승하여 현리로 가서 저녁
먹고, 1330-4번 버스 타고 대성리역으로 가서 전철타고 옴
▶ 구간별 시간
08 : 45 – 가평역
09 : 26 – 백둔리 연인산 입구, 산행시작
09 : 45 – 깊은돌 마을, 임도
10 : 22 – 장수고개, 제1주차장 1.4km, 연인산 정상 4.2km
10 : 55 – 송악산(△705m)
11 : 39 – 820m봉, ┳자 청풍능선(용추버스 종점 6.0km) 갈림길
11 : 55 – 장수봉(874m)
12 : 26 – 942m봉, ┣자 소망능선 갈림길, 점심( ~ 12 : 50)
13 : 16 – 연인산(戀人山, 1,068m), 휴식( ~ 13 : 21)
13 : 35 – 1,055m봉(회패산), 헬기장
14 : 15 – 우정봉(916.4m)
15 : 21 – 우정고개
16 : 00 – 국수당, 산행종료
16 : 10 - 마일1리 작은예수회 입구
16 : 40 – 현리, 저녁( ~ 18 : 00), 버스 출발(18 : 15)
18 : 47 - 대성리역
2. 연인산 지도
특히 봄철에 산을 오르는 모토를 ‘1화(一花) 2산(二山) 3채(三菜)’로 정했다. 무엇보다 꽃이 먼저고 그 다음은 산이
며, 산을 가다가 괜히 눈에 밟히는 나물은 뜯기로 한다. 08시 45분에 가평역에서 백둔리 가는 15-1번 버스는 만차
다. 그 절반은 나물꾼으로 보인다. 백둔리 연인산 입구에서는 우리 일행 셋만 내린다. 연인교 건너고 제1주차장에는
안내산악회 대형버스가 이제 막 도착하였다. 등산객들이 무리지어 간다. 연인산에서 명지산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백둔리 과수원 울타리 너머로 사과나무 꽃이 피기 시작한다. 농부들에게도 바쁜 계절이다. 사과만 해도 사과가 열리
고 익는데 사과 1개에 사과나무 잎 12장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잎을 솎아주어야 한다. 마을길도 꽃길이다. 산괴
불주머니, 냉이, 벚꽃, 복사꽃 등이 줄을 잇는다. 우리는 깊은돌 마을 허름한 다리 건너 임도를 간다. 계곡 바위틈에
는 돌단풍이 우르르 쏟아지는 와폭을 구경하며, 그 물보라 맞는다.
장수고개로 가는 임도도 작년에는 꽃길이었다. 올해는 삭막하다. 작년 여름철 폭우로 크게 망가져서다. 계곡마다
산사태로 성한 곳이 없고, 임도 주변의 산기슭도 쓸려나갔다. 작년에 보았던, 그리고 다시 보기를 고대했던 선괭이
눈이며 남산제비꽃, 알록제비꽃 등이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임도 산모퉁이 돌 때 전망이 트여
바라보는 건너편 백둔봉의 연봉은 시시각각 푸르러 가는데…. 계곡에는 아직도 복구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장수고개. ╋자 갈림길 왼쪽은 노적봉(옛날 구나무산, 3.1km)으로 가고, 직진은 산허리 도는 임도이고, 오른쪽은
장수능선 연인산(4.2km)으로 간다. 고갯마루 그늘에는 공사관계자들이 차량과 모여 있어, 우리는 약간 오른 연인
산 쪽 나무그늘 공터에서 휴식한다. 우선 입산주 냉탁주로 목 축인다. 봄날 산에 오는 시원한 맛이다. 사람에 따라서
는 연인산 4.2km가 퍽 재미없는 길이다. 무엇보다 조망이 트이지 않는(소망능선 갈림길인 942m봉에서 화악산 쪽
으로 잠시 트이기는 한다) 숲길이다.
그래도 봄날에는 등로 주변에 반가운 풀꽃들이 있어 조금도 심심하지 않다. 각시붓꽃, 양지꽃, 흰젖제비꽃 등이
무더기로 피어 있어서다. 그들의 경염장이다. 송악산까지는 0.8km는 된 오르막의 연속이다. 등로에 쌓인 낙엽 헤치
며 오르자니 흙먼지가 풀풀 인다. 송악산 정상에 올라도 울창한 나무숲 둘러 아무런 조망이 없다. 삼각점은 ‘일동
429’이다.
여기던가 저기던가, 작년에 등로 바로 오른쪽 비탈에서 처녀치마를 보았었다. 인적이 보여 주변을 자세히 살폈으나
빈 눈이고 두 번째 짧은 바위지대 지날 때 오른쪽 비탈이었다. 아, 애들에게는 때가 이른 모양이다. 여러 겹의 잎은
돋았으나 꽃대는 올라오지 않았다. 철쭉터널(지금은 빈 가지뿐이다) 지나 내렸다가 펑퍼짐하고 야트막한 안부를
지나고 긴 오르막이 이어진다. 꽃길이다. 양지꽃 제비꽃 들여다보느라 힘 드는 줄 모르고 오른다.
3. 사과나무, 백둔리 과수원 길을 지나며
4. 돌단풍, 깊은돌 마을 계곡에서
5. 백둔봉, 장수고개 가는 임도에서
6. 명지2봉
7. 각시붓꽃
9. 양지꽃
10. 족도리풀, 아래쪽에 꽃이 피었다. 부부가 아기(꽃)를 품고 있는 것 같다
11. 얼레지
820m봉. ┳자 갈림길 왼쪽은 청풍능선(용추버스 종점 6.0km)으로 간다. 연인산 얼레지는 여기서부터 보이기 시작
한다. 처음에는 한 두 개체 보이기 시작하다 장수봉(874m)을 넘으면 거대한 얼레지 화원이다. 모두 하나같이 긴
머리를 뒤로 넘긴 날씬한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 화판을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
카메라를 라이뷰 모드로 하여 모니터 틸팅을 저각으로 보고 찍어야 한다. 엎드려 모니터로 그 환상적인 모습(그런데
도 찍힌 사진은 다르다) 볼 때는 시간도 멈추고 생각도 멈춘다. 무아지경이다.
수많은 얼레지에 대한 시 중에서 박얼서 시인의 ‘얼레지꽃(2)’가 그럴 듯하다. 시인은 얼레지 꽃을 자세히 관찰하였
다. 얼레지를 보는 듯하다. 얼레지의 꽃말인 ‘바람난 여인’을 마지막 연에 절묘하게 투영하였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사월 중순, 산비탈 무대를 장악한 츔사위
관중들에 둘러싸인 발레리나들
화무(花舞)에 취해, 제 자신에 취해
화들짝 들춰진 치맛자락
어차피 피치 못할 어이없는 저 쑥스러움
자연에 순치된 아름다움 극치인가!
봄날 햇살 무르익어 넉살 좋은 날
봄바람 핑계 대기 딱 좋은 날.
소망능선 갈림길 942m봉 쉼터는 일단의 등산객들이 선점하였다. 우리는 그 아래 그늘에 들어 점심밥 먹는다. 물론
바로 곁에 얼레지들이 기웃거리고 있다. 장수샘을 들르지 않고 연인능선 갈림길을 오르는 길은 온통 노랑제비꽃의
세상이다. 온 세상이 노랗다. 노랑제비꽃이 이렇게도 흔하게 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노랑제비꽃의 꽃말이 ‘수줍
은 사랑’이라는데 여기서는 도리어 ‘노골적인 사랑’ 같다.
연인산 정상이다. 미세먼지가 약간 끼었으나 이만하면 훌륭한 조망이다. 사방에 뭇 산들이 둘러 있어 연인산이 세상
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것 같다. 화악산, 매봉, 대룡산, 삼악산, 천마산, 철마산, 주금산 등이 또렷하다. 조망하느라
잠시 서성이다 우정능선을 향한다. 길게 데크계단 내리고 완만하게 봉봉을 오르면 너른 헬기장인 1,055m봉이다.
방화선을 간다.
쭉쭉 내리다 944m봉에서 잠시 주춤하고 다시 내리고 한 피치 바짝 오르면 우정봉이다. 예전에는 ‘전패봉(顚貝
峰)’이라고 했다. 가평군에서는 ‘전패(全敗, 戰敗)’가 (6.25.때 전쟁에서) 모두 졌다는 부정적인 의미로(나 역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오해받을 수 있어 1999년에 공모를 통해 우정봉으로 바꾸었다. 이때 전패고개 역시 우정고개로 바
꾸었다.
21. 연인산에서 조망, 앞 왼쪽은 명지2봉, 가운데는 화악산, 그 오른쪽 뒤는 매봉
22. 중간은 백둔봉, 맨 왼쪽 뒤는 매봉, 맨 오른쪽은 대룡산
23. 한북정맥 청계산, 뒤 왼쪽은 금주산
24. 멀리 가운데는 축령산과 서리산, 그 뒤는 천마산
25. 왼쪽은 칼봉, 오른쪽은 매봉
26. 노적봉, 그 뒤는 삼악산과 등선봉
27. 연인산 정상에서
28. 매봉
29. 홀아비바람꽃
우정봉 내리는 잠깐의 가파른 슬랩에서 모처럼 조망이 트인다. 고도가 낮은 산들은 신록으로 점점 물들어간다. 우정
봉을 내리면 좌우사면에서 홀아비바람꽃을 보았었다. 왼쪽 사면을 들른다. 홀아비바람꽃 이름값 하느라 여러 풀숲
위로 홀로 우뚝 섰다. 그 개채 수가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어쩌면 왜미나리아재비 무리에게 치어서가 아닐까 한다.
왜미나리아재비였다! 작년에 곰배령에서 보았던 곰배령이 자랑하는 그 꽃이었다.
국생정에서는 왜미나리아재비(Ranunculus franchetii H.Boissieu)가 계룡산 및 강원특별자치도 이북의 산지
(해발 약 1,000m)에 분포하고, 햇볕이 잘 드는 깊은 산속의 양지성 습지에서 자라며, 태백산, 대관령 등지의 습윤한
장소에 군락을 이루고 생육한다는데, 이곳에서는 광활한 초원이 좁다 하고 무수히 자라고 있다. ‘미나리아재비’라는
이름은 ‘미나리를 닮은 사촌 식물’이라는 의미이다. 식물체가 미나리아재비보다 작다는 의미에서 ‘왜(矮, 작을
왜)’라는 접두사를 붙였다.
일본명은 ‘에조킨포우게(エゾキンポウゲ, 蝦夷金鳳花)’라고 한다. 에조(エゾ, 蝦夷)는 홋카이도의 옛 지명이고,
킨포우게(キンポウゲ, 金鳳花)는 미나리아재비를 말한다.
속명 라넌큘러스(Ranunculus)는 라틴어로 개구리를 뜻하는 ‘라나(Rana)’와 ‘작은’을 뜻하는 ‘운큘러스
(unculus)’의 합성어라고 한다. 종소명 프랑셰티(franchetii)는 프랑스의 식물학자 아드리앙 르네 프랑셰(Adrien
René Franchet, 1834~1900)를 기리기 위하여 붙였고, 명명자 H.Boissieu는 프랑스의 식물학자 앙리 드 부아시
외(Henri de Boissieu, 1871~1912)이다. 그는 중국과 일본의 식물 수천 종을 분류하고 명명했다고 한다.
풀숲에 들어 금붓꽃, 피나물, 홀아비꽃대를 카메라에 담아온다. 어느 해 이맘때 ┣자 갈림길인 840m봉에서 오른쪽
지능선을 갔었다. 그때 막판에 골프장에 막혀 혼쭐이 났었다. 그쪽은 쳐다보기도 싫다. 얌전히 등로 따라 내린다.
우정고개 정자 쉼터다. 연만한 남자 세 분이 쉬고 있다. 고비나물을 뜯으러 왔다고 한다. 그들도 국수당 쪽 하산 길
이다.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었더니 차를 몰고 왔단다. 혹시 현리까지 동승할 수도 있겠다 싶어 걸음 보조를 맞추었
으나, 그들도 3명이고 우리도 3명이니 어렵겠다 판단하고 우리 걸음으로 간다.
마일리는 지난여름 폭우 피해가 가장 막심했던 지역이다. 계곡마다 무너졌다. 지금 보기에도 처참하다. 우정고개
오가는 등로만 뚫었다고 한다. 국수당이 가까워지고 여자 두 분이 묵직한 배낭을 메고 내려온다. 역시 고비나물이라
고 한다. 고비도 종류가 많아 식용가능 여부를 잘 분별해야 한다고 하니 나로서는 애당초 불감당이다. 그 두 분은
트럭을 몰고 왔다. 더블 캡이다. 국수당에서 우리 앞을 지나기에 태워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승낙한다.
마일1리 작은예수회 입구에서 우리는 내리고, (그 두 분 중 한 분은 미리 내렸다) 운전자는 밭마일교 건너 산골짝으
로 갔다. 우리는 현리 택시 불렀다. 이때 해프닝(?)이 벌어졌다. 내 휴대전화의 행방이 묘연하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해진다. 하운 님의 눈썰미가 나를 살린다. 내가 트럭에서 앞좌석으로 옮길 때 흘렸다. 뒷좌석에 휴대전화를 보았
다며 트럭 운전하는 여자 분의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거다! 하고 택시 타고 그 트럭을 추적하였다.
차창 밖으로 마을의 트럭들을 전수 조사했다. 어느 집 마당에 영락없이 우리가 타고 온 더블 캡의 트럭이 보였다.
택시를 돌려 그 집으로 갔다. 트럭을 이리저리 살피는데 건장한 남자 분이 나오더니 왜 자기 트럭을 그렇게 뒤지느
냐며, 오후 내내 여기에 세워두었다고 한다.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그 남자 분이 그 여자 분에게 대뜸 전화를
걸었다. 형수 님, 국수당에서 태워주신 등산객이 휴대전화를 형수 님 트럭에 두고 내렸다고 합니다.
그 남자 분이 300m쯤 올라온 길을 뒤돌아 가면 도로 옆으로 그 트럭이 보일 거라고 한다. 그랬다. 그 여자 분이
도로 옆에서 내 휴대전화를 들고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사소한 일에서 큰 기쁨을 느끼곤 한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기분이 상쾌하다. 현리 단골집에서 삼겹살 안주하여 마시는 덕순주가 유난히 맛 난다.
30. 왜미나리아재비
34. 홀아비바람꽃
35. 왜미나리아재비
36. 피나물
37. 홀아비꽃대
38. 피나물
39. 노랑붓꽃
40. 국수당 주변
41. 금낭화

첫댓글 가평 야생화들이 보기 좋습니다.
그래도 휴대폰 찾으셨으니 일당 빼고도 남습니다. ^^
그렇습니다.
요새 부쩍 정신이 산만해지니 탈입니다..
저는 산에 갈 때만 휴대폰에 고리를 겁니다. 절벽 위에서 사용할 때마다 휴대폰을 꽉 쥐어야 하는게 힘들어서. ㅎㅎ
저도 무언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안경은 몇 번을 잃어버렸지만 그떄는 약간 서운했을 뿐인데,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아무 정신 없이 앞이 캄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