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쯔이 주연의 이 영화는 1958년 어느 시골마을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찾아온 아들이
아버지의 장례절차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 사범학교출신의 엘리트 남자 선생님이 부임하는 것으로 얘기는 시작된다.
온 마을 사람들이 선생님을 반기며 우선 학교부터 짓기로 결론짓고 공사를 시작한다.
선생님의 임시숙소는 학교내 교무실(일인실로 비좁음)로 정하고 식사는 주민들이 돌아가며
맡기로 한다.부임 첫날 어머니(장쯔이 역.앞으로 장쯔이라 표기함)는 18세 꽃다운 나이로
동네 사람들과 선생님(화자의 아버지)을 맞이하는데 먼 발치에서 서로의 운명을 감지했음은지
삘이 통했던 모양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는 세워지고 교실 안 서까래에 당시 풍습으로
마을에서 제일 예쁜 처녀가 손수 베틀로 짠 붉은 천을 감아놓는 전통이 있었는데,장쯔이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그렇게 하여 완공된 학교에서 아버지는 낭랑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훗날 회고록이지만 어머니 장쯔이는 40년 동안 하루도 안거르고 남편의 아이들 가르치는
그 목소리를 학교 인근에서 엿들었다 한다.
"지금 생각해도 너희 아버지 목소리가 왜 그리 맑으면서도 듣기가 좋았던지..."
둘은 그 사랑이 결실을 맺기까지에는 참 우여곡절도 많았다.
아버지가 사상범으로 끌려가던 날 장쯔이는 그이가 좋아하는 만두를 그릇에 담아 보자기에
싸서 마차를 쫓아가기 위해 지름길로 내달린다.허나 끝내 못따라잡고 그만 넘어져 그릇은
깨지고 이미 식어버린 만두를 소중히 다시 싸서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허나 그 과정에서 헤어지기 전 아버지가 선물한 머리핀을 잃고말았다.
장쯔이는 몇날몇일을 그 머리핀을 찾으러 자신의 행적을 뒤쫓으며 헤메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집앞 울타리에서 그 머리핀을 발견하고 함박꽃같은 웃음을 짓는 장쯔이...
장쯔이의 어머니는 그 깨어진 그릇을 수선공에게 맞겨 자기 딸이 추억이나마 고이 간직하라고
그릇값보다 더 후한 값을 치룬다.내가 봐도 정말 그릇 못지않게 기막힌 작품인듯 싶다.
12월 8일 방학하기 전 돌아오겠다던 선생님은 돌아오지 않고,장쯔이는 선생님을 그리며
기다리다 지쳐 결국에는 직접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고자 결심하고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겨울에 중무장한 채 집을 떠난다.그러나 도중에 길가에 쓰러지고 우연히 길을 걷던 사람에게
발견돼 구사일생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상사병이란 그런 것인가?
장쯔이는 그 날 이후로 시름시름 앓고 의식이 가물가물해져 가는데...
드라마틱하게 선생님이 돌아온다.
학교에서 울려퍼지는 선생님과 학생들간의 낭랑한 글읽는 소리...
나는 이 대목에서 심훈의 상록수를 떠올렸다.
채영신이 그 똘망똘망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목소리를 말이다.
선생님은 그리도 애타게 그리던 장쯔이와 해후한다.
그러나 그것도 단 하루...
이튿날 선생님은 다시 돌아가고 2년간이나 복역한다.
2년이 지나 마을로 돌아와 장쯔이와는 단 하루도 헤어지지 않고 변함없이 학생들을 가르치며
사십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아버지(장쯔이의 남편이자 마을의 선생님)는 교실에 들어서면 맨 먼저 서까래에 걸린
장쯔이가 베틀로 짠 그 붉은 천을 쳐다봄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한다.
그 하늘과 같았던 신랑이 유명을 달리했다.
어머니는 고집스레 서까래에 자신이 손수 짰던 그 붉은 천을 상기하며 남편의 관을 덮을
천만은 짜야한다며 낡은 베틀을 수리하여 밤새 천을 짠다.
마을의 젊은 청년들은 다 도회지로 떠났고 어린아이들과 노약자들 뿐이다.
상여를 짊어질 사람이 없다.
촌장을 비롯하여 마을 사람들은 시신을 경운기로 옮기자고 한다.
어머니는...
그 하늘과 같은 남편의 마지막 길을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다.
어떤 댓가를 치루더라도 남편과의 추억이 깃든 그 소중한 길을 자신과 가고 싶어 하신다.
결국 큰 돈을 치루고 산 인부들...
상여가 움직이던 날 하늘에서는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이름도 모를 수많은 제자들이 그 넒은
중국 각처에서 백여명이나 운집한다.상여꾼들도 임금을 안받고 아버지는 학교가 보이는
곳,애틋한 사연이 깃든 우물 옆에 안치된다.
아들이 교육자의 길을 가기 원했던 아버지의 뜻대로 아들은 사범학교를 나왔으나 교직과는
무관한 일에 종사한다. 허나 단 하루만이라도 아이들을 가르쳐보라는 어머니(다른 여배우)의 권고에
적지 않은 고심을 했을터...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집에서 한가롭게 일을 보던 어머니는 깜짝 놀란다.
이미 폐허가 된 학교에서 어린아이들의 책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득달같이 달려간 어머니...
아들이었다.
아들이 당신 남편이 임시로 만들어 사용하던 그 책을 들고 어린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었다.
마을에서는 상부에 보고하여 지원금으로 학교를 새로 짓기로 하였다.
십시일반으로 적지않은 성금이 있었지만 이들 모녀의 성금이 가장 컸다.
어머니는 평생을 모은 돈을 희사한다.
그리고 아들이 도회지로 떠나기 하루 전 아들을 데리고 다시 그 학교를 찾아간다.
"얘야,너희 아버지 평생이 여기있다. 하나하나 어루만지면서 서까래를 가리키며
너희 아버지가 이 교실에 들어서면 아이들을 가르치기 전 맨 먼저 이 에미가 베틀로 짠
저 붉은 천을 쳐다보고 시작했단다.이제 이 학교는 추억속으로 사라지고 네 아버지께서
그토록 원하시던 새 건물의 학교가 들어서게 되었다.
여보! 보고 계시나요?"
그런 사랑~ 그리고 교육~~ 오늘날 꼭 필요한 사랑과 교육~~~ 정말 감동깊은 이 영화...
나는 곧 아이들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오늘 EBS에서 방영한 장쯔이 주연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꼭보렴^^
진정한 사랑과 참교육을 심도있게 다룬 명화란다.건강하게 잘들 지내고 있지?"
履雖新不爲冠
리 수 신 불 위 관
*신발은 아무리 새것이라도 머리에 쓰지 않는다는 뜻으로,
'귀천상하의 구별을 어지럽혀서는 안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한시는 이 고사성어로 대신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영화로 봤는데 님~ 글을 읽으면서 더욱 선명하게 생각나네요..
좋은글 올려주심 감사합니다..
머물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전도연의 '집으로 가는 길' 봤어요
네~ 그러셨군요^^
정말로 아름다운 인연이네요.
사랑이란 무엇인지...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든지 바꾸ㅡ어 놓을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의 집합체~!
그 사랑이란 감정을 평생 지고지순하고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밤입니다~~~
장기려 박사님을 실제 모델로 쓴 춘원 이광수의 '사랑'에 나오는 주인공 안빈과 석순옥이 그랬지요.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떠나간 선생님이 다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학교창문에 일일이 창호지를 바르며 이쁜 문양을 덧대는 장쯔이의 모습이지요.
그러면서 짓는 웃음... 그 어떤 수채화로도 아니 그 어떤 필설로도 형용할 수 없는
가슴벅찬 희열... 사랑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지요.
이쁜님의 그 솔직함이 바로 그런 아름다움입니다.
기품있는 댓글에 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한편의 소설을 읽은 기분입니다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