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favorite music ?
세번째 아티스트로 누굴 꼽을까 고민을 하면서 뮤지션들을 떠올리다보니 멈춰지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한 팀의 공연을 여러번 보다보면 공연마다 편차가 나는 걸 느낄 수 있는데요. 물론 그것은 공간, 음향이나 진행 등의 환경적인 영향과 팀의 개인적인 상황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변수들 사이에서도 언제나 어떤 선 이상의 무대를 보여주는 팀들이 있는데요. 그 중의 하나가 내귀에 도청장치가 아닌가 합니다. 특히 보컬 이혁 씨의 독특한 캐릭터는 공연을 보지 않는 이상 설명하기 힘든 마력을 가지고 있죠.
전화를 걸어 뮤지션이 좋아하는 음악과 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좋은 음악을 나눠듣고자 하는 카테고리가 있다고 설명을 하니 흔쾌히 O.K 하시더군요. 사실 밴드들이 싫어하는 질문중에 하나가 좋아하는 밴드나 곡을 물어보는 건데요. 그 이유는 좋아한다고 꼽은 밴드들에게 영향받을 걸로 기사가 나오거나 밴드의 음악을 그 선으로 국한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Artist's favorite music 의 의미는 좋은 음악을 나눠 듣자는데 있습니다. 혹시나 위와 같은 오해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취지를 잘 이해하시고 정성껏 이야기 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문장의 뉘앙스나 어투에서도 개성이 묻어 나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을 그대로 살려서 정리했습니다.
참고하시고요. ^^그럼 독특한 아우라를 지닌 이혁 씨가 아끼는 음악세계로 떠나 볼까요?
이혁 _ 내귀에 도청장치 Vocal
* 위의 사진은 작년 8월 말 사진작가 김중만 선생님이 찍어주신 사진이며
김중만 선생님의 허락으로 게재합니다.
1. David Bowie - Space Oddity
음악도 좋지만 데이빗 보위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좋아합니다. 전체적으로 목소리가 우울해서 영국 사람들한테는 잘 맞겠지만 우리 나라 정서에는 오랜 시간 듣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곡은 몇 주 동안 한동안 반복해서 듣던 음악 중 하나예요. 저는 거의 모든 것을 이미지나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판단합니다. 이런 점이 단점도 많지만 분석하는 것 보다 강할 때가 많아요. 영화를 볼 때 잔인한 장면(예를 들면 홀로코스트 같은 영화에서 돌로 사람을 쳐서 죽인다던가 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배경음악을 좋아해요. 아름답고도 슬픈 기운이 감도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그런 멜로디죠. 이곡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코러스를 잘 넣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노래 해보고 싶은 곡이랍니다.
2. Brilliant green - Hello another way
- There will be love there
브릴리언트 그린의 앨범이 일본에서 나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때 운 좋게 일본에서 살다 온 사촌누나에게 이 앨범을 선물로 받았어요. (air 의 음반과 함께) 내귀1집 작업할 시기에 아주 많이 들었죠. 우선 목소리 톤이 매력적이고 멜로디와 사운드가 아주 좋아요. 당시에 일본음악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이 있었는데 사운드와 음악, 색깔에 있어서 여지없이 저의 편견을 깨주는 음반이였죠. 본래는 angel song 이라는 곡을 많이 좋아했었는데 리메이크되고부터는 좀 안듣게 됐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차에서 너무 자주 틀어서 멤버들은 좀 싫어하는 편이에요. 저도 몇 년간 너무 들어서 많이 익숙해진 상태지만 몇 년간이나 들었다는 것은 충분히 추천하고도 남을 만한 음악인 것이죠. ^^ 보컬이 여자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진도 모으고 그랬는데 멤버들은 사적인 감정으로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
3. Pulp - Disco2000
- Common people
뮤직비디오에서도 그렇고 거의 보컬만 나오다보니 그룹인지 솔로인지 잘 모를 정도죠. 처음에는 이상한 춤을 추는 재밌는 음악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고 '영국 쪽에서는 저런걸 좋아하는 사람이 많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잘 만들었군' 하며 지나쳤다가 최근에 와서 자주 듣게 됐어요. 감각적이면서도 들을수록 정이가고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이에요. 좀 딴 애기를 하자면 보컬이 입이 작아요. 입이 작은 사람을 좋아하긴 하지만 무척 작답니다. 스타일은 아주 맘에 들어요.
4. Prodigy - Hot ride
이 곡은 프로디지의 싱글 음반 모음집에서 듣게 됐는데 영화배우 줄리엣 루이스가 피쳐링했데요. 그녀의 보이스는 아주 매력적이죠. 끼가 물씬 느껴지는 보컬이에요. 노래하는 것도 연기 하는 스타일과 비슷한 것 같아요. 영화 로스트 하이웨이였는지 올리버 스톤의 킬러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줄리엣 루이스가 공연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이 곡은 아니었지만 그때 노래하는 모습이 참 좋았고 이곡은 프로디지의 강렬한 비트와 줄리엣 루이스의 퇴폐적이고 섹시한 보컬이 잘 어우러진 멋진 음악이랍니다.
5. Carpenters - Please Mr. postman
카펜터즈는 명곡이 너무나 많아요. 그래서 오히려 이곡을 추천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가사 내용은 우편배달부에게 남자친구의 편지를 빨리 전해달라고, 가방 어딘가에 잘 찾으면 있을꺼라는 이야기에요. 오지 않는 편지를 기다리는, 약간은 안쓰러운 내용인데 노래가 밝고 즐겁게 편지를 기다리는 내용을 상상하면 왠지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떠올라서 그 순수함을 음악과 함께 느끼게 돼요. 이런 부분을 생각하며 창가에 턱을 궤고 이 곡을 들으며 머리를 박자에 맞추어서 조금씩 흔드는 귀여운 소녀를 떠올리게 돼죠. 그래서 기분이 좋아져요. 기대하는 어떤 것이 지금은 이뤄지지 않아도 앞으론 올 것 같은 기분이 되서 좋은 마음이 된답니다.
이곡의 영향으로 카펜터즈 DVD까지 구입했는데 뮤직 비디오는 그냥 70년대 디즈니랜드에서 노는 장면이었어요. 기대가 컸던지라 조금은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좋았답니다.^^
6. New Trolls - Cadenza
이 음반에서는 아다지오가 유명하지만 전 카덴자를 더 좋아해요. 제가 음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주변에서 추천해서 들었던 음반 중 하나에요. 클래식과 록이 결합된 프로그래시브 락인데 'To die to sleep May be to dream' 이 가사는 저로 하여금 음악을 하게 만든 원동력이었어요. 볼륨을 크게 하고 이 음악을 들으면 '어떻게 이토록 인간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을까?' 하고 놀라게 될 거에요.
곡을 듣다보면 처음에 바이올린 연주로 가다가 51초 가량 지나서 첼로소리와 결합되는 부분이 있는데 주의를 기울여 들어보세요. 말로 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거예요. 이런 음악을 들으면 음악과 사랑, 영혼 등을 계산하거나 분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일인지 알 수 있죠.
7. Duran Duran - Ordinary world
좋은 멜로디와 아름다운 편곡이 돋보이는 곡이죠. 음악인으로써 한없이 작게만 느껴지는 곡. 바다 속 어느 궁전 안에 조그만 파티장에서 연주한 것 같은 음악이에요. 제목을 보곤 모르시는 분들도 들어보시면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곡일 거예요. 잘생기고 음악도 잘하고 연주도 잘하는 듀란듀란은 음악인들로 하여금 하늘은 불공평하다는 말이 나오게 하는 밴드죠.
8. Radio head - Exit Music
좋아하는 팀을 꼽을 때 빼놓지 않는 밴드가 바로 라디오헤드예요. 좋은 곡들이 많이 있지만 레벨이 비슷해서 한곡을 고르기가 힘든데요. 그래도 고르라면 이 곡을 추천하고 싶어요. (영화음악에 쓰여서인지) 좋은 영화를 보고난 후 자막이 올라갈 때 나오면 아주 잘 어울릴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듣다보면 건반소리 같기도 하고 기타로 작게 스크레치 하는것 같기도 한 잡음 같은 것이 들리는데 이 곡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이곡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고요.
9. Tatu - Clowns(can you see me now?)
동성애 코드를 표방한 여성 2인조에요. 개인적으로 그들의 외적인 컨셉이나 스타일은 맘에 들진 않아요.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동성애 코드를 가지고 (어른들 입장에서 볼 때) 걱정스럽고 속 썩이는 딸의 이미지를 억지로 부각시켜 만들어진 느낌이 많기 때문이에요.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은 잘 만들어졌는데 노래한 사람들이 만들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제가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영화의 어떤 장면에서 잘 어울렸던 음악은 훨씬 좋게 느끼게 되는데요. 이 곡은 영화 '장화홍련'에서 쓰인 곡으로 영화를 볼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영화에서 들었다는 것을 알게된 후 다시 들어보니 좋아졌어요. 침대에 누워서 들으면 훨씬 좋은 곡이죠.
10. Velvet Underground - Sunday morning
일요일 아침, 여유롭게 늦잠을 자다 눈을 뜨고 넓은 창을 통해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그대로 침대에 누워서 들으면 좋은 곡이에요. 드라이브 할 때도 좋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들어도 좋다고 하더군요. 이곡도 2달 정도 한동안 계속 듣고 다녔던 음악이에요. 봄이 오면 이런 곡들을 틀어놓고 잔디밭에 누워 자는 것도 멋진 일이겠죠.
10곡을 열거하면서 적어보니 이 음악들을 많이 듣던 시절의 추억들이 떠오르네요.
제가 추천한 곡들로 인해 여러분들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어요. ^^
2006. 2. 21 내귀에 도청장치 Vocal 이혁
- Behind story -
글을 부탁하고 나서 얼마 뒤 이혁 씨가 사무실에 들리셨는데 상상공장이 일반 사무실과는 다르게 가정집 같은 구조인데다 식물들이 많고(밀림을 연상--) 아프리카에서 온 악기들이 많아서 (감독님의 취미: 아프리카 악기모으기)여러모로 흥미롭게 느끼셨던 거 같아요.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니 재미있는 아이디어들도 나오고 서로 공감하며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저희도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상상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뤄가는 곳이 상상공장이라면 그날은 아티스트와의 소통을 통해 우리의 꿈을 이야기하고 나누면서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꿈을 이룬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아끼는 음악이라는 꿈을 담아 보내주신 이혁 씨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위의 글은 내귀의 도청장치의 보컬 이혁 씨가 보내주신 글을 토대로 김기자가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 순서가 선호도 순은 아님을 밝히며 정성껏 사연을 적어주신 이혁 씨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다음주에는 또 어떤 아티스트의 이야기가 올라갈지 기대해 주세요 ^^
* 사진은 이혁 씨가 보내주셨으며, 현재 카페에서 Radio head의 Exit Music을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 [Artist's favorite music]의 글은 다음 아티스트가 올라갈 때까지는 퍼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음 아티스트의 글이 올라가면 퍼가시고 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
2006.2.22 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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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디속 밴드이야기 현재 스코어! 못의 "언사마님"이 클릭수 1위, 리플은 "혁사마님"이 지존으로 25개가 되겠습니다.(그러나 혁사마보다 한달정도 늦게 하신 언사마님은 20개. 클릭수가 혁사마께서 한 80정도 뒤지시는데 괜한데서 전투욕 타오르고 있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