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보조금 삭감 ‘쓴 약’ 처방에… “아르헨티나 12월 물가 180% 급상승”
초인플레 30여년만에 최대폭 증가
1주새 휘발유 60%-빵값 50% 올라
“보완 필요” “개혁 지지” 평가 갈려
급진 자유주의 성향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사진)이 취임 직후 단행한 경제 개혁 정책 여파로 아르헨티나 물가가 초고속 상승하고 있다.
24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12.8% 올랐고, 12월에는 11월보다 25∼30%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180% 뛰어 1990년대 초(超)인플레이션 위기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커진다.
NYT는 “밀레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충격 요법’을 공약한 대로 고물가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도 “구조조정과 충격 말고 대안이 없다.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이 있을 것이지만 국가 재건을 위한 쓴 약”이라고 강조했다.
“무료 급식소 지원 늘려라” 국자 시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22일 한 시민이 국자를 들고 무료 급식소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 뉴시스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60%를 넘을 정도의 고물가에 대해 이전 정부는 페소 공식 환율을 실제 시장 거래 수준보다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하고 보조금을 지급해 에너지 교통 전기 가격을 낮게 유지했다. 하지만 밀레이 대통령은 12일 페소 가치 54% 절하 및 보조금 삭감이 핵심인 단기 경제 조치를 내놓았다. 그 결과 휘발유 값은 일주일 만에 60% 올랐다. 우버 운전사 마리솔 카르도소 씨는 “기름값이 감당 안 되지만 (그동안 억지로 낮춘) 환상 속에 살았다. 경제 개혁을 지지한다”고 NYT에 말했다.
현지 일간 인포배 조사에 따르면 12∼19일 쌀 빵 파스타 우유 같은 식료품 가격은 50% 올랐다. 주식인 소고기 값은 이달 들어 40% 뛰었다. 식료품점 주인 로사 알바레스 씨는 “이렇게 가격이 빨리 오르는 건 처음 본다. 하루에 두 번씩 가격표를 갈아 끼운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NYT는 “전문가들 사이에 (국가) 경제를 위한 조치였다는 평가와 (인구 40% 빈곤층을 감안한) 보완책 없이 강행했다는 비판이 함께 나온다”라고 전했다.
이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