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멘틀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약 30분간 신나게 달려가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환상의 섬 로트네스트가 나옵니다. 로트네스트에는 이 섬에서만 볼 수 있는 Quokka라는 큰 쥐(?)가 살고 있는데, 섬 이름이 바로 'Rat(설치류?) + nest', 즉 Quokka들의 서식처라는 뜻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섬에 가기 위해서는 페리를 타야 하는데, 퍼스와 프리멘틀 아무곳에서든지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철비까지 합한다 하더라도 프리멘틀에서 타는 것이 쌉니다. 제가 탄 페리는 'B' shed에서 출발하는 Oceanic Cruise Ferry인데, 돌아오는 배편을 저녁 8시로 (거기서는 이걸 Sundowner Ferry라고 하더군요. 해질때 타는 페리..뭐 이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 Day return 티켓으로 예약하게 되면 $30에 표를 구할 수 있습니다. 학생증 소지자는 $25이구요.
저는 운이 계속 좋았는데요, 제가 간 날은 미 해군의 '링컨' 항공모함이 프리멘틀 항에서 멀지 않은 바다에 정박해 있던 날이었습니다. 페리를 타고 가던 사람들 모두 항모 구경하느라 정신 없었죠. 그 큰 항모를 가까이에서 보다니..흐흐
도착할 때쯤 되면 항구에 떠있는 많은 보트들과 정말 '뷰티풀'한 바다가 보입니다. 모래가 얼마나 하얀지, 모래만 있는 바다는 연녹색, 해초가 자라는 곳은 청록색으로 두가지 색의 바다가 뒤섞여 있어서 정말 환상적으로 아름답더군요.
배에서 내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도를 얻고 바로 간 곳은 자전거 대여점! 로트네스트 섬이 Quokka말고도 유명한 것이 바로 섬 전체를 자전거로 둘러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녀보면 알겠지만 항구 주변의 카페나 숙박 시설 빼고, 이섬에 인공 시설이라고는 2개의 등대, 대형 포, 그리고 잘 정비된 도로뿐입니다. 그리고, 그 도로를 전혀 공해없는 자전거로 둘러 보게 한다는 이 기가막힌 얘네들의 관광아이템 개발은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들더군요.
자전거는 로트네스트 호텔 옆에서 빌릴 수 있는데 하루종일(4: 30 pm까지) 빌려서 타는데 $20불 전후입니다. 제가 빌린 것은 15단 짜리 자전거인데, 이것을 주로 빌리더군요. Deposit $25까지 $45이면 헬멧과 자물쇠까지 빌릴 수 있습니다. 기어가 없는 1단 자전거는 더 싼데,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섬에 생각보다 언덕이 많고, 경사도 만만하지 않아 하루종일 섬을 돌아다니려면 기어가 있는 것이 좋습니다.
자전거를 빌리고, 지도를 보면서 신나게 달립니다. 보통 도로는 해변을 끼고 돌게 되어 있는데, 가는 곳곳마다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강한 충동에 사로 잡히게 됩니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말이죠. Activity(자전거)와 관광을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아닐까요? 돌아다니면서 더욱 놀라운 것은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투어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돌아다니는 곳인데 섬에 쓰레기 하나 볼 수 없는 요 얘네들의 시민 의식입니다. 호주 여행을 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이곳의 자연들이 아니고, 성숙된 시민 의식이었는데 로트네스트 역시 그중에 하나입니다. '우리 나라였으면 벌써 여기에....'하면서 혼자 자조섞인 말을 했던 것이 한두번이 아니죠...쩝
섬 전체를 자전거로 돌아다닌다면 아침 9시 페리를 타고 와서 일찍부터 돌아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생각보다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쉬엄쉬엄, 사진도 찍고 즐기려면 1시간이라도 일찍와서 구경하는게 낫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인.도.양'에서 헤엄도 치고 말이죠. 저희는 정말 발에 땀나도록 페달 밟고 다녔습니다. 엉덩이가 나중에는 시큰시큰하더군요. 허벅지에 경련도 오고..^^;;
섬 동쪽에는 호수가 있는데, 많이 말라 붙어서 몇개는 그저 호수가 있던 자리만 남아 있습니다. 이 호수를 끼고 올라가면 로트네스트가 한눈에 보이는 'Oliver hill'이 나옵니다. 항구에서 이곳까지 기차가 운행되는데 이것도 참 별난 관광 상품이더군요. 이쁜 산호 바다들과 곳곳의 Quokka, 신나는 자전거 여행을 끝내고 자전거를 반납. 8시까지 3시간을, 자전거 여행빼고는 그다지 할 것없는 곳에서 무작정 기다렸습니다.
돈이라도 넉넉했다면 해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겠지만, 가난한 여행객인지라 슈퍼마켓에서 '감자칩'이랑 음료수 사서 허기를 달랬습니다. 원래 가격보다 $10이나 싸게 왔으니 이정도는 각오해야겠죠...^^;;
저녁에는 바다 바람이 쎄서 꽤나 쌀쌀합니다. 더군다나 낮에 흘린 땀이 식어서 더 춥죠. 긴팔 하나 정도는 챙겨가는게 좋을 듯 합니다. 만일 8시배를 탄다면 말이죠. 페리를 타고 프리멘틀 항으로 돌아와, 다시 기차를 타고 퍼스에 도착. 간단히 짜파게티 하나 먹고 정말 세상모르고 잠들었습니다.
퍼스에 가게 되면 꼭 가봐야 할 곳! 로트네스트 섬 자전거 여행!! 정말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첫댓글 아~ 좋았겠다. 나도 퍼스 가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