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에 이로운 도라지
도라지는 기침·가래약으로 유명한 '용각산'의 주성분입니다.
한방에서도 귀한 약재로 널리 처방되는데, 한방명은 '길경
桔梗' 즉 '귀하고 길한 뿌리가 곧다'는 뜻입니다.
도라지를 먹어서 가래가 더 심해졌다고?
가래가 심할 때 도라지를 약 대신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도라지를 먹으면 오히려 가래가 늘어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도라지에 포함된 사포닌인
플라티코딘 D 성분이 기관지 점막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래를 희석시켜 가래 배출을 촉진하기 때문에 가래의 양이 늘어난 것처럼 여겨집니다.
도라지는 우리 선조가 귀천貴賤을 가리지 않고 즐겨 먹은 채소입니다. 기제사忌祭祀엔 뿌리·줄기·채소로 삼색三色 나물을 만들어 한 접시에 담았습니다. 이때 도라지나물은 반드시 포함되는 채소입니다.
대부분 도라지를 흰색 식품으로 알고 있지만, 백도라지·청도라지·흑도라지 등 색이 다양합니다. 뿌리가 아닌 꽃 색깔에 따라 품종이 나뉩니다. 색깔에 따른 영양 성분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면역력을 높이고 노화를 억제하는 사포닌 함유
도라지는 영양적으론 저열량(100g당 74kcal)·고탄수화물(100g당 19.2g) 식품입니다. 노화의 주범인 유해(활성)산소를 없애고 피부 미용, 감기 예방 등에 유용한 비타민 C가 의외로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칼슘(뼈 건강 유지), 철분(빈혈 예방), 칼륨(혈압 조절), 식이섬유(변비 예방), 나이아신(비타민 B군의 일종으로 혈액순환 촉진과 구내염·피부염 치료 보조 역할)도 상당량 들어 있습니다.
특히 도라지에는 사포닌이 100g당 2g가량 들어 있습니다. 사포닌은 껍질에 많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는 가급적 도라지 껍질을 벗기지 말고 먹는 것이 좋습니다. 사포닌은 노화를 억제하고 각종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입니다. 또 침 분비를 촉진해 입 냄새를 없애고 구강 건강을 지켜줍니다. 염증과 궤양을 억제하고 항암·진통·혈당강하·혈관확장 효과도 있습니다.
위 점막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도 있어
민간에선 폐에 가장 이로운 식물로 도라지를 꼽습니다. 도라지는 기침·가래약으로 유명한 '용각산'의 주성분입니다. 한방에서도 귀한 약재로 널리 처방되는데, 한방명은 '길경桔梗' 즉 '귀하고 길한 뿌리가 곧다'는 뜻입니다. <동의보감>에는 도라지가 포함된 처방이 278종에 달할 정도입니다. 대개 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린 것을 약재로 쓰며, 주로 기관지·폐 질환자에게 처방합니다. 맛이 쓴 도라지의 약 기운이 주로 폐로 가서 폐 윗부분의 기운을 잘 돌게한다고 봅니다.
한방에선 도라지를 기혈氣血을 보강하고 배 속의 냉기를 빼주는 약재로 칩니다. 따라서 설사나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장기간 기침 증세를 보이는 노약자나 위궤양 환자에겐 좋지 않습니다. 도라지가 위胃 점막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이 아프거나 기침·가래·천식으로 고생한다면 도라지 끓인 물을 수시로 마시면 좋습니다. 도라지를 달여 차로 마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말린 도라지나 꿀에 잰 도라지청을 차로 만들어 마시면 목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몸통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곧은 것이 좋아
도라지의 수명은 3년입니다. 한 장소에서 3년이 지나면 '뿌리썩음병'이란 바이러스 질환이 퍼집니다. 인삼이 6년, 장뇌삼이 12~18년, 산삼이 50년 이상인 것에 비하면 단명短命하는 셈입니다. 이는 도라지가 그만큼 단기간에 많은 영양분을 땅에서 흡수한다는 의미입니다. "10년 묵은 도라지는 산삼보다 낫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입니다.
'장수 도라지'를 키우려면 3년마다 옮겨 심어야 합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20년가량 키운 것이 '장생도라지(상품명)'입니다.
도라지는 어린잎과 줄기를 데쳐 먹을 수도 있지만 주로 뿌리를 섭취합니다. 뿌리를 캐어 생으로 먹거나 나물로 만들어 먹습니다. 잔뿌리가 많은 것이 좋습니다. 국산은 수입 도라지에 비해 잔뿌리가 많고 원뿌리가 갈라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몸통(뿌리)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곧은 것이 상품上品입니다. 껍질 벗긴 도라지를 살 때는 흰색인 것을 고릅니다.
오래두고 먹으려면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신문지에 싸서 서늘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둡니다. 잔뿌리를 떼어내고 칼로 긁어 껍질을 벗긴 다음, 물로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빼고 냉장 보관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도라지는 그냥 먹으면 맛이 씁니다. 껍질을 벗긴 뒤 소금을 약간 뿌리면 쓴맛이 제거됩니다. 소금이 잘 스며들도록 바락박락 주무른 뒤 물에 담가놓으면 쓴맛이 쏙 빠져 맛이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도라지는 꿀과 '궁합'이 잘 맞습니다. 도라지와 꿀을 함께 섭취하면 도라지에 부족한 칼로리를 꿀이 보충해줄 뿐만 아니라 쓴맛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글/ 박태균 fooding123@hanmail.net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회장입니다.저서로는 <푸드백신>, <내 몸을 살리는 곡물 과일 채소> 등이 있습니다.
위 내용은 공무원연금공단에서 발행하는 월간'공무원연금'지 2018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