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감독 왕팬입니다"
김재박 감독이 25일(한국시간) 훈련이 끝난 뒤 이번 아시안게임의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 책임자인 압둘라씨에게 야구공에 사인을 해준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도하(카타르)] 송정헌 기자
야구의 불모지인 카타르에도 김재박 감독의 팬이 있었다.
한국야구대표팀 사령탑인 김재박 감독은 25일 알 라이안 스포츠클럽 야구장에서 뜻밖의 사인 요청을 받았다. 이번 대회 조직위에서 소프트볼의 경기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임철환씨가 김 감독이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한 아랍인을 데려와 김 감독에게 인사를 시키며 사인을 부탁했다.
알고 보니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야구와 소프트볼의 경기 책임자인 아레프 무하마드 압둘라씨였다. 압둘라씨는 80년대 카타르 탁구 국가대표를 지낸 유명선수 출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카타르 탁구 국가대표 코치로 참가했고, 이번 대회에서는 알자지라 방송에서 탁구 해설을 할 계획.
선수시절 한국에서 훈련도 하고 경기에도 참가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많았다는 압둘라씨는 82년과 83년에 한국에서 김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활약하던 모습을 자주 봤다며 스윙하는 모습을 흉내 내 보이기도.
압둘라씨는 "될 수 있으면 새 공에다 해달라"고 했지만 김 감독은 "흙 묻은 헌 공이 더 가치가 있다"며 흙이 살짝 묻은 공에 친절히 사인을 해줬다. 압둘라씨는 김 감독의 사인볼을 받고 환하게 웃으며 "감사합니다"를 아주 능숙하게 구사. 임철환씨가 압둘라씨에게 "답례로 탁구공에 사인해서 김 감독에게 선물하라"는 말을 듣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김 감독의 사인 덕분이었을까. 26일엔 한국과 대만, 일본, 태국 등 4개국이 야구장 사용신청을 해와 시간을 많이 내기 힘들었지만 압둘라씨는 김 감독에게 원하는 시간을 말하면 조정해주겠다고 호의를 보였다. 김 감독은 다른 팀이 요청한 시간과 겹치지 않게 오전 8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쓰겠다고 했고, 압둘라씨는 바로 OK 사인을 냈다.
[도하(카타르)] 권인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