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화
1.
미용실에 염색하러갔다. 손님들끼리 부모님제사를 합치는 얘기가 나왔다.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는 첫 제사 모시고 나면 합쳐서 제사를 줄이는 게 맞다는 얘기와 자녀들에게는 제사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등 부모인 자기들도 이런 마음이니 우리 부모님들도 시대가 이러니 다들 동의를 하실 거라는 얘기들을 나누었다.
지난 일요일에, 교무님과 차를 마시다 곧 다가오는 조부모님 제사 얘기를 나누다 수타원님(시어머님) 제를 올해만 따로 지내시고 내년부터는 아버님과 합해서 지내시나요? 라는 말씀에 “아뇨~ 다문 몇 년이라도 따로 모시다가 합쳐야겠죠. 아직 합치기는 너무 이른 것 같은데...”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내 생각을 말씀드렸었는데
오늘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요즘 문화가 많이 바뀌어 있다는 걸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족들과 의논을 하고 결정하게 되겠지만 지난 일요일만 같은 마음이라면 1년만 지내고 합친다는 얘기가 나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을 텐데,..이제는 가족 중에 누군가가 이런 얘기들을 꺼내도 거부감 없이 얘기 나누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분명 그건 아니지 였었는데 오늘 내 마음은 why not? 또는 그런가 보구나로 바뀔 수 있음을 보게 된다.
** 시대가 변해서 다들 그러구나 하고 받아 들이게 되었내요.**
2.
부산에서 파리바게트 에그타르트를 맛있게 먹어서 우리 동네 파리바게트를 들려 에그타르트를 사고 집에 와서 영수증을 챙겨보니 부산보다 1개당 200원이 더 바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이 특별한가 싶어 먹었더니 그닥 나은 것도 아니었는데 왜 비싼 거지!! 파리바게트 옥포점과, 신현점, 아주점에 먼저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다 부산가격과 같았다. 영수증을 보고 장승포 점에 전화를 걸어 혹시 아까 사간 에그타르트가 계산이 잘못된 것인지 물어보니 맞게 계산이 되었다고 하길래 체인점인데 왜 가격이 다르냐고 물으니 지역마다 가격이 다를 거라고 답을 해서 거제 쪽 다른 지점들은 다들 가격이 같더라고 하니 그렇냐며 별 상관없다는 듯이 대답을 했다.
혹시 에그타르트를 거기서 직접 만드는지 물어보니 그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럼 특별한 맛을 내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체인점인데 가격이 같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하나에 200원씩 차이가 나는 것은 동네장사하시면서 그러시는 거 아니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끊고 나서야 든 생각이 물 1병도 일반마트에서 파는 거랑 병원마트에서 파는 게 차이가 많이 나도 어쩔 수 없으니 필요에 의해 사먹는 것처럼 가게마다 가격을 임의로 변동하여 파는 것이라면 다른 빵은 다른 체인점보다 싼 것도 있을 수도 있고 비싼 것도 있을 수 있었을 텐데.
장사하시는 분 마음이니, 내가 이곳이 비싸다 생각하면 안가고 다른데서 사먹으면 되는 것인데 다른 사람 장사하는 것도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안한다고 화를 내며 이렇게 장사하면 되니 안되니라는 말을 했을까. 또 먼저 알아차리지 못하고 뒤늦은 후회를 하네.
** 그래도 뒤에 대조가 잘되었네요.
상대를 인정하는 쪽으로 헤아렸으니...**
3.
저녁 먹는다고 앉았는데 갑자기 천장에서 두두두두하는 드릴로 작업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일어나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찾아보니 부엌위쪽이었다.
1~2분 들리는 것 같더니 잠시 멈췄다 다시 또 두두두두 소리가 들렸다.
느낌에는 집이 울리는 것 같아 불안한 생각과
이 시간에 작업을 하다니...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다 보니 ‘오마나’ 이거 블렌더 돌리는 소리였구나!
나도 블렌더를 구입하기 전에 소음이 몹시 심하는다는 댓글을 보고 그나마 소음이 작은 것을 골랐었는데...
제품마다 소음의 크기가 다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다들 소음이 엄청 심하다고 하더니 ... 막상 아랫집 입장에서 듣게 되니 이른 아침이나 저녁시간에는 안 돌렸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도 신랑 출근할 때 콩갈아 준다고 일부러 시간 맞춰 7시면 블렌더를 돌렸었는데...
다른 집들도 몹시 괴로웠겠구나! 안 쓸 수도 없고... 제품특성상 소리가 크게 나는 것이니ㅠ 사용할 때 창문을 닫거나 너무 이른 시간을 피하면서 내가 더 조심해서 사용해야겠구나.
** 소리에 만감한 나도 발견해 보면 좋겠네요. 그럼 너는 너 나는 나가 되어 소리들리거나 말거나 관심없는 나도 찾게 될테니까요.**
4.
계문체크를 하려고 상시일기를 펼치고 하루를 돌아보니 ‘오늘 하루 큰 경계가 없었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난한 것도 상이라 하신 말씀이 떠올라
하루를 찬찬히 돌아보니 집 밖에 나가지도 않았고,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니 혼자시간을 보내면서 그리 요란함도 없었던 것 같았는데...
돌이켜보니 경계가 있었는데 알아차리지 못하고 나태심에 끌린 하루였음이 보인다.
엄마 출근하시고, 마음은 집 청소도 하고, 여름 맞이 정리도 해놔야지 했었는데 막상 엄마 출근하시고 나니 잠시 누웠다 일어난다는 것이 오전시간을 소파와 한 몸이 되어 TV보며 뒹굴뒹굴하다 시간을 보냈다.
나태하게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움직여야겠다 생각하고
일어나 점심을 간단히 먹고 설거지를 해놓고는 자연스럽게 다시 또 소파에 앉아 ‘아~아무것도 하기 싫다’하고 있었던 나.
‘아~ 몰라 그냥 누워있을래 꼼짝도 하기 싫어’하는 마음만 있을 뿐 원래 없었던 마음으로 돌리는 연습은 생각만 해볼 뿐 실천이 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끌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원래 없었던 마음으로 돌리고 싶지 않을 만큼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마음이 더 커서 피곤하니 이런 날도 있어야지, 힘들 때는 그냥 쉬어도 괜찮아라며
그 마음을 이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네.
경계였음을 확실히 알아차리지 못하니, 무난하게 지난 하루였다고 생각했는데 나태심에 끌려 다녔던 하루였구나!!
무난한 것도 상이 된다는 것이 전진심이 나지 않기 때문이었구나!
** 무난한것도 상이라는 것이 아니라 무난했다는 것을 알아 차리고 돌아 보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무난하다고 하는 마음이 그 순간 일어난 마음이니까요.**
5.
머리를 감고 헹구다 머리카락이 손가락에 감겨져 나오는걸 보고 흠칫 놀랬다.
아~ 나도 탈모가 심해지는 건가!!
안 그래도 미용실에서 머리 밑이 보인다고 했었는데...
불안한마음이 일어났다.
경계구나!
‘오늘은 좀 많이 빠지는 것 같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머리카락이 빠지긴 했었으니까 이것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거야.
라고 받아들이니
금새 별일이 아닌 것처럼 편안해지는 내 마음.
** 불안해하는 나를 빠르게 알아차리고 공부를 하니 금새 원래 마음이 되어 불안해하는 마음을 없게 하는 자성의 정이 세워진 것이지요.**
6.
교도님 초상과 친척병문안 다닌다고 며칠을 연달아 집에 붙어있지 못하고, 통영과 부산으로 운전을 하고 다녔더니 몸이 지쳐 오늘 하루는 엄마 출근시켜드리고 아무것도 안하고
잠수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루 종일 멍하게 소파와 한 몸이 되어 TV보다가, 자다가 일어나서 먹고 또 소파에 누워 TV보다 자다가를 반복하다
엄마가 오실시간이 되니
저녁준비를 해야 하는데...,신랑도 저녁 한 끼는 집 밥을 먹고 싶어할 텐데...
하는 생각은 드는데 몸을 움직이려니 너무 무겁게만 느껴진다.
어쩌지!!! 하고서야
경계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계임이 알아지니 그냥 일어나 움직이는 나.
처진다, 힘들다가 아니라
내가 지금 그냥 하기 싫다하는 마음을 내고 있으니 처진다 힘들다는 핑계거리를 만들고 있었구나.
얼른 일어나 생선을 꺼내 에어프라이어 넣고 계란말이, 호박나물, 두부구이를 준비하고 있는 나.
“경계를 알아차린다”는 것이 원래 없던 것에서 생겨났을 뿐임을 알아차렸을 뿐인데 생각과 행동을 변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이구나.
** 그렇지요. 정확한 대조가 이루어지네요.
그렇게 공부의 방향로를 잡아가면 공부에 진전이 있게 되지요.**
7.
저녁식사마치고 TV를 보시면서 소파에 앉은 채 꾸벅꾸벅 주무시는 엄마를 깨워 양치하고 기저귀 갈고, 9시경 자리에 눕혀드리고는 나도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다 잠이든 것 같은데 눈을 뜨니 새벽1시10분이었다.
평소 같으면 내가 먼저 잠이 들 땐 12시가 넘으면 신랑이 엄마 화장실 가실시간이라고 나를 깨웠을 텐데...
신랑도 자고 있는 걸 보니 미리 잠이 들었던지 아님 엄마랑 내가 둘 다 곤하게 자고 있으니 깨우지 못했나보다.
엄마 화장실 갈 시간이 늦은 것 같아 엄마 방에 가니 자리가 불편하셨는지 이미 눈을 뜨고 내 발자국소리에 고개를 돌려 들어오는 나를 쳐다보신다.
“아이고~우리엄마 먼저 눈뜨고 계셨네 화장실 한번 다녀올까요?”하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화장실에 앉혀드리고 기다리는 동안 든 생각이, 주무시는 걸 깨울 땐 아예 못 일어나시거나 일어나시더라도 비몽사몽이라 혼자서 잡고 걷는 것이 위험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엄마가 미리 눈을 뜨고 계시니 정신을 차리고 걸을 수 있어 한결 편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일어난다.
** 신랑을 잘 헤이렸네요. **
김혜정
첫댓글 은혜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