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시 변화… 수능 고득점자에 유리
2010학년도 수능시험이 끝났다. 이제 수험생들은 본인의 가채점 성적 분석을 바탕으로 치밀한 정시모집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 수능 성적이 발표된 후에는 실제 원서접수까지 시간이 빠듯해 우왕좌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 발표가 되기 전인 현재 시점에서는 다양한 변수들을 종합해 보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다. 2010학년도 정시모집 전략을 세우기 전에 꼭 염두에 둬야 할 사항들이 무엇인지 정리해 봤다.
1. 수능 응시생이 크게 증가했다
우선 2010학년도 수능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했다. 물론 수능 결시율이 5.8%(언어영역 기준)으로 지난해 4.95%보다 증가했지만, 지난해보다 8만명 이상이 늘어났다. 수능 응시자가 많아지면 수능 점수대별 누적 인원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각 대학별 경쟁률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수능시험이 실시된 1994학년도 이후 2000학년도 수능 응시자 수가 89만6천122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2001학년도 87만2천297명, 2002학년도 73만9천129명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수능시험에 응시한 것이다.
[표 1] [표 2] 참조
2. 수능 응시생 증가로 동점자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본인의 원점수가 아닌 수능 각 영역별 표준점수 및 백분위 성적은 상대평가에 의해 산출된다. 상대평가로 매겨지는 수능 점수 반영 방식은 수능 응시자가 많아지면 표준점수 및 백분위 성적에 해당되는 학생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 지난해보다 각 대학의 합격자 성적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전체 수능 응시자 인원을 분류해 보면 언수외사 기준 28만9255명, 언수외과 기준 18만7578명으로 추정된다. [표 2]의 선택 영역별 수능 지원자 수를 감안하면 2010학년도 언수외사 응시 인원은 33만2643명(사탐 기준 15% 증가), 언수외과 21만2845명(수리 가형, 과탐 기준 13.47% 증가)으로 추정된다. 백분위 산출 방법의 특성상 동일 백분위 기준 인원은 비슷한 비율이기 때문에 2009학년도 대비 2010학년도 동일 백분위 합(400점 만점 기준)에 따른 누적 인원은 다음의 [표 3]과 같이 추정할 수 있다.
누적 인원은 백분위 점수 합이 작아질수록 증가한다. 따라서 최상위 성적에 해당되는 백분위 390(평균 97.5)은 2009학년도와 대비해 볼 때 2010학년도의 인원은 언수외사 조합의 경우 275명, 언수외과 조합의 경우에는 97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백분위 평균 320(평균 80)점 대에서는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인다. 누적 인원으로 합격선을 예상해 본다면 지난해 310점대에서 합격선이 이뤄진 대학은 2010학년도의 경우에는 320점을 받아야 합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수능 응시자 수의 증가로 인해 정시모집뿐만 아니라 남은 수시모집에서도 상당히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표 3] 참조
3. 많은 대학이 학부에서 학과 모집으로 변경했다
우수한 수험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각 대학들은 정시모집을 앞두고 정시 전형에 많은 변화를 두고 있다. 2010학년도 정시모집의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많은 대학들이 기존의 학부 모집에서 학과별 모집으로 변경한 점이다. 연세대, 경희대, 강원대 등 상당히 많은 대학들이 학부의 세부 전공을 학과로 변경해 선발하기로 했다. 학과로 세분화해 모집단위를 변경되게 되면 지난해 합격자 성적이 없기 때문에 올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실제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지원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극단적으로는 일부 인기 학과의 경우 점수가 올라갈 것이라는 불안감에 지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져 합격선이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4. 주요 대학들의 군별 이동 변화가 크다
정시모집에서 매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각 대학들의 분할 모집 등 모집 군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중앙대, 한국외대가 '나'군 위주의 선발방식에서 벗어나 '가'군에 많은 인원을 배치했다. 또한 '다'군의 대표적인 대학이었던 인하대의 경우에는 과감히 '다'군 모집을 폐지하고 '가'군과 '나'군에서만 신입생을 선발한다. 숭실대 인문계열의 경우에도 '가·다'군 모집에서 '가·나'군으로 모집 군을 변경했으며, 수능 '2+1' 유형으로 선발하는 경기대는 '가'군 모집에서 전 학과에 걸쳐 '가·다 분할모집'을 실시한다. 지난해까지 선발하던 모집 군을 과감하게 폐지한 대학들도 있다. 서울시립대, 한국외대는 '다'군 모집을 폐지했다. [표 4] 참조
5. 서울대 정시 전형의 변화로 수능 성적이 우수한 고교의 합격자가 늘어날 것이다.
서울대는 지난해까지 2단계 전형에서 실시한 면접을 폐지하고 수능 성적을 20% 반영한다. 2단계 100점 만점에 20점으로 돼 있는 수능 변환점수의 경우 수험생간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서울대의 2단계 반영 방식에서 수능 성적은 당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시모집에서 학생부 성적의 불리함 때문에 고배를 마셔야 했던 수능 고득점 특목고 학생들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