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양절 염불천도(念佛薦度) 이야기
염불천도(念佛薦度)는 이름 그대로 불보살님의 명호를 외워
그 가피력(加被力)으로 영가를 좋은 세상으로 보내는 천도법이다.
어느 불보살님이나 영가를 천도시킬 수 있는 권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가천도와 관련하여 현재 불자들이 많이 부르고 있는 명호는 ‘아미타불’과 ‘지장보살’이다.
왜냐하면 아미타불과 지장보살의 근본 서원력(誓願力)이
그 어떤 불보살님들보다 죽음 뒤의 문제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곧 아미타불은 ‘나의 이름을 부르는 중생 누구나 극락에 태어나게 하겠다.’
라는 것을 근본 원으로 삼고 있으며,
지장보살은 모든 중생으로하여금 삼악도를 벗어나도록 하고
마침내는 육도윤회로부터 해탈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력을 지닌 분이다.
따라서 아미타불이나 지장보살의 명호를 부르면서 그 원력에 의지하게 되면,
영가가 그분들의 가피를 입어 좋은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염불 천도의 원리이다.
먼저 이들 불보살님과 관련된 천도 이야기를 함께 음미해보도록 하자.
☞ 서울 경동시장 부근에 이북에서 내려온 정 경남 처사님이 있다.
정 경남 처사는 6‧25사변의 1‧4후퇴 때
20대 중반의 나이로 부모님을 북쪽 고향 땅에 남겨두고 홀로 남하하였다.
물론 그때만 하여도 휴전선이 가로막혀 오지도 가지도 못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아버지 어머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모시러 올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곳으로 가시지 말고 기다리십시오.”
이렇게 서울로 와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을 기다렸지만, 그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래도 20여 년 동안은 부모님께서 살아계실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살았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온 지 30년이 되고 처사의 나이도 50대 중반에 이르자
부모님이 이 세상에 계시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크게 자리를 잡았다.
“지금쯤은 부모님도 세상을 떠났으리라. 하지만 임종하신 날조차 알 수가 없으니……
그냥 9월 9일을 택하여 제사를 올려드려야지.”
그해 음력 9월 9일(중양절),
정 경남 처사는 첫 제사를 지내면서 부모님의 천도를 위한 기도도 함께 시작하였다.
새벽에 2시간 저녁에 2시간 하루 4시간씩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며 축원하였다.
“아버님 어머님. 부디 괴로움의 나라를 벗어나 좋은 나라로 가옵소서.”
정 경남 처사는 참으로 부지런히 기도하였다.
아침 기도 하다가 밥 먹을 시간이 없으면 굶은 채로 출근하였다.
늦게 퇴근하는 날 저녁기도를 하고 편한 잠자리에 들면
늦잠 때문에 다음날 새벽기도를 제대로 못 하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옷을 입은 채 벽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이다가 새벽기도를 하고 출근하였다.
몹시 바쁠 때는 2시간을 1시간 30분 정도로 줄여서 한 적은 있었지만, 그것도 몇 번에 불과하였다.
이렇게 정 경남 처사는 10년 동안을 하루도 빠짐없이 부모님의 천도 기도를 봉행하였다.
참으로 무섭도록 정성이 깊은 분이었다.
만 10년이 되던 해 초봄.
처사가 아미타불을 부르고 있을 때 눈앞에 큰 배가 나타났다.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물인지 육지인지 공중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배는 백 미터가량 앞쪽에 있었다.
배 안에는 수갑과 족쇄를 차고 있는 이들이 수백 명이나 있는 듯, 하였고
부모님의 모습도 어렴풋이 보였다.
정 경남 처사는 부모님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미타불만 열심히 불렀고 약 10분가량 경과 했을 때
배가 눈앞으로 다가왔으므로 배 안의 모습을 매우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부모님의 손과 발에 채워졌던 수갑과 족쇄가 풀어지면서
기쁨에 가득 찬 모습으로 두 분이 손을 잡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곧이어 배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의 수갑과 족쇄도 풀어지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너울너울 날아가고. 어떤 이는 걸어서 떠났다.
모두가 고통이 가득한 배에서 벗어나 동서남북 사방과 하늘로 흩어져 간 것이다.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준 정 경남 처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나에게 물었다.
“스님. 이제 우리 아버지 어머니께서 좋은 나라로 가셨다고 믿어도 되겠지요?”
정 경남 처사의 부모님은 가장 좋은 나라인 극락세계로 가셨음이 틀림없다.
아미타불의 원력과 처사의 지극한 정성이 하나가 되었으니 어찌 천도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처사의 부모님과 함께 고통을 받던 다른 수많은 영가(靈駕) 들까지…
- 우룡 스님의 (천도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