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아침 강연을 가는데 전화가 왔다. 운전 중이었다. 하지만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계시는 요양원이었기 때문이다. 항문출혈이 심해 급하게 병원이송을 해야하니 빨리 오란다. 어쩌나? 짜증이 났다. 아오. 요양원 으로 괜히 옮겼어. 이렇게 걸핏하면 불러댈 줄 알았지. 하지만 짜증낼 수는 없다. 간병하는 분께 구급차를 타고 먼저 가시라고 했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가보라고 했고. 짜증내지 않고 협조해주는 고마운 남편. 운전만 잘하면 더 고마울 텐데 쩝.
강연을 어찌 마쳤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놀이터를 돌려줘>를 학교책으로 돌려가며 다 읽었고. 그래서 기특하다.
담당샘은 젊은 남자교사였는데 강당 문앞에서 안녕히 가시란다. 요즘 학교가 미로라서 주차장을 찾느라 뱅글뱅글.
점심도 굶은 채 분당서울대 병원으로. 어머니는 마취도 안 되어 검사를 하나도 못 받았단다. 응급실에서 난리. 난리. 수혈줄까지 빼버려 두 번이나 피투성이. 에고. 앞이 캄캄하다. 주사를 4대나 맞고 가까스로 시티를 찍었지만 출혈 된 곳을 못 찾았단다. 온갖 수단 다 쓰다 겨우 지혈되어 병실로 올라온게 밤 10시. 간병인이 염려말고 들어가란다. 고마운 분. 하나님은 이런 분에게 상 줘야 한다. 교회를 다니든 안 다니든 따지지 말고. 병원문을 나서는데 어지럽다. 금방 쓰러질 거 같다.
얘들아. 난 요즘 행복하지 않단다. 니들 앞에서 행복한 척 해서 미안하다. 난 글 쓸 때 행복한데 글을 쓸 수 없어 불행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