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피’는 24년이 지난 올해 5월 `붉은’ 젊음이 되어 금남로를 채웠다.
금남로의 붉은 5월에는 타도 대상을 향한 거친 분노도 없고, 386세대들을 무겁게 짓누르는 부채의식도 없고, 장엄한 `님을 위한 행진곡’도 없었다. 지난 22일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레드 페스타(Red Festa)’.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분단이데올로기와 맞물려 금기시돼 온 `빨강’에 대한 상상력을 제멋대로,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풀어낸 `Red Festa’는 광주의 5월을 새로운 형식으로 변주했다.
기성세대들에게 5·18이 격렬한 분노와 저항이었다면, 붉은 티셔츠를 입고 환한 촛불을 든 채 때론 `오~필승 코리아’를, 때론 `미선이 효순이’를, 때론 `탄핵반대’를 외쳤던 `젊은’ 세대들은 유쾌한 축제를 만들어 냈다.
반미축제장인 `오비미락(5飛美落)’에서는 `NO WAR’ 깃발을 꽂다가 그래피티 작업현장에서는 `V’자를 그리며 디카를 찍다가 레이지본의 `사노라면’에 맞춰 몸을 흔드는 10~20대 젊은이들은 패스트푸드점에서 메뉴를 고르듯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광주출전갗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던 격전장이었던 금남로는 `민족운명을 개척하는 불패의 애국대오’들에서부터 `Fucking USA’에 헤드뱅잉하는 세대들까지 담아내는 곳이 되었다.
하나로 단결된 통일성이 아니라, 곳곳에서 다른 색깔의 다양성을 담아낸 `Red Festa’는 분명 즐거운 축제의 장이었다. “그냥?” “그냥!”을 말하는 감성세대들이 만들어낸 놀이터였다.
그러나 5·18 오감전과 `빨간’ 작품전으로 소개된 프리마켓 등을 `오월 축제’의 맥락에서 바라보기엔 설득력이 부족했다. `붉은’ 먹거리를 소개한 프로그램 등은 `빨강’을 따라간 마인드맵이 그저 엉뚱하고 기발한 쪽으로만 뻗친 건 아닌지 되짚어보게 한다.
다음해 펼쳐질 청소년, 젊은이들의 오월축제엔 재기발랄한 상상력에 `역사적 상상력’까지 포함되기를 기대해 본다. ibox@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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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후기/ 평가
[광주드림] 유쾌하나, 유쾌하기만 한 축제
짱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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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5.2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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