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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이 말은 중3때부터 한동안 내가 엄청 좋아했던 시인 랭보의 '지옥에서 보낸 한철'중의 한 싯귀이다. 독일어판을 번역하기 나름으로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혹은 "흠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어릴적 할머니가 행상하는 사람 구걸하는 사람, 무당, 병들어 어린 딸을 데리고 유랑하는 사람, 약장수등 온갖 사람들을 집에 재워 주곤 했는데 나는 할머니 옆에서 밤마다 그들이 쏟아놓는 그들의 다사다난한 삶의 얘기들을 들으면서 사람은 겉으로 판단하기에는 서로 감싸 안아줘야 할 아픔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뒤로 나는 사람을 볼때마다 이 생각과 함께 이 싯귀를 떠올리곤 하였다.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아침에 되어 오갈곳 없으면서도 떠나야하는 이들을 볼때면 나는 할머니 손을 잡고서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덜 먹을테니까 같이 데리고 살면 안되겠냐고 말했었다. 그때 말없이 그들의 뒷모습만 바라보던 할머니의 깊은 눈길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러면서 나는 결심했다. '나는 나중에 커서 이들을 다 데리고 살만한 집을 지어서 평생 봉사해야지'하고.
그러다가 초등학교 6학년때 성탄특집으로 고아들을 돌보는 수녀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기회가 되면 천주교로 개종해서 꼭 수녀가 되어야지 결심했다.
나는 자주 인간이 참~~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한다. 특히 상처를 지닐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인 우리들이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용기를 내며 새로운 시작을 해나가는 걸음을 볼때마다 나는 영혼을 찍는 카메라가 있다면 찍어두고 싶다고 할정도로 그들의 아름다운 영혼에 감탄하고 사랑을 아끼지 않는다.
며칠전 작년말에 제대해서 올해 복학해서 앞만보고 달려오던 건실하고 이쁜 열심쟁이 남학생과 얘기를 하다가 좀 내면적으로 도와주고 싶은 부분이 발견되어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어떤 반복되는 행동이 그의 내면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서 그 마음에 마주하도록 자연스럽게 얘기를 이어가다보니 어린시절 부모의 불화로 인한 영향이 컷었다. 평소 갑바 자랑을 하던 겉으로는 듬직한 청년의 갑작스런 눈물을 보면서 자신을 마주하기 시작하면서 내는 용기에 격려를 보내주었다. 그때 나는 세상에 그 아이의 영혼이 젤 빛나보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뒤로 그 남학생은 나를 작은엄마라고 부르면서 새로운 자신을 만나가고 있다고 기뻐한다.
그 남자아이와 얘기하고나서 어학센터로 돌아오는 길에 '세상은 참 살아볼만큼 아름답다'는 말에 함께 공감했던 순간이 행복하게 다시 떠오른다. 그게 나에게는 울긋불긋 살구꽃 아기진달래보다 더 환한 봄꽃이었다.
예전에 내가 야생화를 쫓아다닐때는 꽃이 젤 이뻤는데 지금은 이런 인간들의 영혼을 만나는것이 젤 행복하다. 사람은 꽃에 비길 수 없을만큼 정말 아름답다.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다 보듬으면서 가야할 상처 입은 영혼들임을 기억하면서 듣는 오늘 빗소리가 참 따스하게 마음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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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상처 많은 제 자신을 반추해 볼때마다 꼭 만나는 분이 있습니다. 나를 만드신 내 아버지입니다. 아버지 사랑 안에서만 치유되는 것을 압니다.... 좋은 글 감사히 읽고 좋은 하루 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