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경찰청은 25일 교신 녹음테이프 내용을 조작하는 데 관련된 대구지하철공사 감사부 직원 2명과 감사부장,통신과장 등 5~6명을 이날 중 소환해 녹취내용 조작과정과 조직적인 은폐기도 여부,상부의 지시 등 전면적인 사건 은폐축소 과정을 조사키로 했다.
경찰은 또 24일 오후 지하철공사 윤진태(63) 사장을 소환,사건 은폐조작 지시 여부 등을 조사했으나 본인이 이를 완강히 부인해 일단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지하철공사 종합사령팀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마그네틱 테이프 원본과 지하철공사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테이프 및 녹취록을 비교 분석한 결과 원본에 있는 상당수 핵심내용이 녹취록에는 누락,편집됐다고 이날 밝혔다.
누락된 내용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7분~11분 사이에 1080호 전동차 기관사 최상열(39)씨와 운전사령 손모(42)씨 간에 이뤄진 휴대전화 통화 내용으로,손씨가 최씨에게 전동차 단전조치를 지시하고 빨리 도망갈 것을 재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화내용은 '차 판 내려 놓고(전원 공급 중단시키고). …다른 데로 도망 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찰은 통화 내용에 최씨의 말은 없고 손씨의 발언만 있어 손씨가 사령을 내리는 무선교신 장치를 켜 놓은 채 최씨와 휴대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령팀은 이 과정에서 기관사에게 전동차의 전원공급 중단과 시동을 끌 것을 누차 강조한 반면 승객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경찰은 또 최씨가 사고 직후 경찰에 출동하기까지 12시간 동안 지하철공사 관계자 8명을 접촉하면서 지하철공사 측이 의도적으로 증거를 인멸,사건 은폐를 기도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지하철공사 간부나 경영진이 조직적으로 가담했는지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특히 지하철공사 측이 제출한 폐쇄회로TV 화면도 조작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최씨가 3차례에 걸쳐 작성한 경위서와 담당지도관이 작성한 최종 경위보고서 중 최씨의 1,3번째 경위서에는 '마스컨 키' 부분이 삭제됐다가 2번째 경위서와 최종보고서에는 포함돼 경위서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공사 통신과장 등이 마그네틱 테이프 내용과 상이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과 테이프를 제출하게 된 경위를 조사 중'이라며 '증거인멸이 상부에서 지시한 것으로 일부 드러남에 따라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계자들을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속영장이 신청된 지하철 참사 관련 피의자 10명 중 보완수사 지시가 내린 1079호 기관사 최정환(34)씨 등 3명을 제외한 7명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25일 오전 열린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