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산(摩尼山472.1m)
마니산 정상부 전경
강화도 최남단 국민관광지인 마니산은 몽고군의 침공(1231년)으로 고려의 왕도 개성으로 부터 강화도로 천도된 도읍지(1232년~1270년)였던 관계로 예로부터 국가적인 제천의식(祭天儀式)이 거행되던 참성단(塹星壇 사적 제136호)이 있어, 이곳에서 국태민안을 비는 하늘에 제를 드릴 때, 소의 머리를 제물로 사용하여 천제를 드렸던 머리산 곧 마리산이다.
이산을 처음 두악(頭嶽)이라 불려 졌던 것과 의미 상통한다. 두발 달린 짐승의 숫자를 셈할 적에는 수(首)라 하고, 네발 달린 짐승의 숫자를 셈할 때는 두(頭)라 하며 두수(頭首)의 구별 없이 짐승의 수효를 셈할 때는 통상 마리라 한다. 그것을 본래의 뜻과는 관계없이 불교에서 한자로 음역하여 마니산(摩尼山)이 되니 지금의 공식 명칭이다. 다시금 본래의 이름을 되찾아 마리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농경시대의 부는 토지 이외에는 가축의 수효이고 국가적인 행사나 지역공동체의 천제를 드릴 때 유목 민족에게는 양을 제물로 하고, 농경민족인 우리민족은 주로 소를 큰 제물로 썼다.
우리민족 국난의 역사현장 강화도에 있는 이 산은 백두산과 한라산의 일직선상에 놓여있고 그 중간쯤에 위치한다. 매년 시월상달 초사흘에 개천대축제가 개최되고, 매년 전국체전의 성화가 마니산 참성단에서 채화되어 널리 알려진 산이기도 하다. 때문에 마니산은 산의 높이는 높지 않으나 남쪽에서 바라보면 홀로 우뚝 솟아 기세 (氣勢)가 등등 (騰騰)하다. 그래서 마니산은 기(氣)가 세다는 입소문으로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사람들이 생기를 받으러 몰려들기도 하고, 무속인 들이 많이 찾아들기도 한다. 정상에 서면 조망이 좋아 멀리 북한산과 인천대교가 보이고 경기만의 여러 섬들이 조망되는데 주변에 해안과 접한 강화도의 아름다운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놀라울 정도로 바위능선이 아름다워서 봄가을 가벼운 산행지로 인기가 있다.
개천절에 올라 본 마니산 종주기
정상 직전에 올려다 본 정상 주변풍경
마니산은 2009년1월6일 함허동천~정상~참성단~계단로~삼방리 매표소 약6km 3시간 산행에 이어 내게는 개천절인 오늘 두 번째 산행이다. 첫 번째 산행에서 느낀 매력을 버릴 수 없어 언젠가 다시 한 번 찾을 것을 마음에 두어왔다, 당분간 일교차가 심한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계속되리라는 일기예보가 있고, 개천절 당일인 오늘 잘하면 행사도 볼 것 같아 다시 찾게 되었다. 산 아래 남쪽에 펼쳐지는 황금빛 들판과 개천절 행사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삭막한 겨울풍경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부푼 나머지 간밤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산은 높지 않으나 암릉 산행이어서 수면이 부족하면 졸음 운전하는 만큼 위험할 수 있어 05시 마산역을 출발하여 10시45분 삼방리에 도착할 때까지 간간히 수면을 취했다. 오늘은 첫 번째 산행 때와는 정반대로 삼방리매표소~단군로~참성단~정상~ 정수사~함허동천~주차장까지다. 약7km에 3시간거리를 오늘은 개천절 행사관계로 다소 혼잡 할 것을 감안하여 산악회에서 충분하게 4시간을 주었다.
창원을 출발하여 서울까지 오는 동안에는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가을 날씨였는데 김포에서부터 구름이 보이더니 강화에는 구름이 많았다. 구름이 가려 햇살이 뜨겁지 않아 산행하기는 좋으나 사진 찍기에는 좋은 날씨가 아니다. 세상일이 어디 내 마음대로 아니 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10시50분 상방리 매표소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개천 대축제 행사인력과 탐방객들로 다소 붐비는 길을 따라 300m 쯤 걸어들어 가니 좌측 계단로 계곡 길과 우측 단군로 능선길이 갈라지는데, 계단로는 지난번 산행에서 하산 길로 이용했던 터라 오늘은 단군로를 이용하여 오르기로 했다. 여기서 참성단까지 계단로 2.2km, 단군로 2.9km 이다. 단군로 초입은 걷기 좋은 흙길이다. 각 방송사의 행사 취재헬기가 경쟁을 하듯 날아 들었다. 통상10시에 행사가 시작되니 이전에 참성단에 도착 했더라면 행사도 관람할 수 있었을 터인데 아쉬운 감을 느꼈다.
참성단 오름길 단군로 능선에서 바라본 마니산 남쪽 들녘 풍경
1km 쯤 오르니 능선에는 간간히 바위 전망대가 있어 산 아래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잘 정리된 흥왕리 들판과 바다에 떠있는 주변의 섬들이 내려다보이는데 그 풍광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내가 오늘 이 산을 찾은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바위 모퉁이를 돌아 오르는데 곳곳에서 생선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누군가가 제물로 사용했던 생선을 숲속에 버렸는가?
참성단 오르기 직전에 올려다 본 모습 (오른쪽 봉우리가 정상봉)
참성단을 1km 쯤 남겨두고 부터는 다소 가파른 길이 이어지는데 화도면 쪽에서 바라보면 정상보다 가까운 참성단 봉우리는 사뭇 우뚝하여 대개 사람들은 마니산 정상으로 생각한다. 이어 바짝 다가서면 삼칠이(372)계단을 올라서 시계방향으로 돌아서 오르니 12시10분 참성단 (塹星壇465m)이다.
개천대축제 행사가 끝난 후 참성단의 표정
마니산 참성단은 태백산 천제단과 더불어 원형이 잘 보존된 제단이다. 이곳을 통하여 한민족의 제천의식이 잘 보존되어 이어지기를 염원한다. 참성단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미 행사는 끝나고 탐방객만 남았는데 아직도 취재헬기는 마니산 상공을 맴돌고 있었다. 이곳에서 개천대축제 행사의 하나로 개천대제가 봉행되고 헬기를 타고 왔다는 칠선녀의 강신무 (降神舞)는 그림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생기가 충만해 보였다. 여기에 오려고 밤잠을 설친 나의 표정도 그럴까? 내가 나의 표정을 읽지를 못했으니 무어라 설명할 수는 없으되, 분명한 것은 기가 세기로 소문난 마니산의 정기를 듬뿍 받고 간다는 사실이다. 산은 낮으나 우뚝하고 주위에 이보다 높은 산이 없으니 짐짓 고도감을 느낀다. 조망권이 뛰어 나서 통쾌함을 느낀다. 때문에 미로 같은 건물사이로 오가던 도시인들에게는 이곳에 오면 답답한 가슴 뻥 뚫리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참성단에서 바라본 산불 감시 초소가 있는 헬기장 풍경
여기서 나는 삼은 (三隱)의 한 사람인 목은 이색 (牧隱 李穡 1328~1396)선생의 시를 감상해 본다.
登 摩尼山天壇 (등 마니산 천단)
檀君遺蹟古檀留 (단군유적고단유) 단군의 옛 자취가 참성단에 머물러 있고
分明日月臨玄圃 (분명일월임현포) 해와 달은 밝으나 어둠이 내려앉는 구나
浩蕩風煙沒白鷗 (호탕풍연몰백구) 스치는 바람에 갈매기는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天地有窮人易老 (천지유궁인이로) 천지는 다함이 없으나 사람의 늙음은 돌이킬 수 없나니.
此至能得幾回遊 (차지능득기회유) 아차! 무슨 수로 이곳에 또 다시 올 수 있으랴!
그렇다. 해와 달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건마는 인생의 연한은 풀의 꽃과 같아 연한이 있으니, 언제 또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 런지 기약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시 이다. 나 또한 이와 같아서 25년이 넘도록 전국의 산을 오르내렸다. 어느 산을 가던지 항상 그렇지만 오늘도 이 산은 오늘로써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더듬어 가련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참성단
참성단을 내려와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헬기장(459m) 으로 향한다.
헬기장이다.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동서로 참성단과 마주보고 있는 봉우리다. 산불 감시초소에서 참성단에 있는 사람과 소리 지르면 대화가 가능한 거리다. 이곳은 마니산에서 조망이 가장 좋은 곳이어서 여기서 참성단을 건너다보는 풍경도 또한 좋다. 헬기장은 마니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주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산불 감시초소에서 바라본 참성단
금년은 연말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무릇 최고 통치자는 자신이 하고 싶다고 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치 앞에 힘의 우열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처 예기치 못했던 악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기(氣)가 세기로 이름난 이 산에서 대권경쟁에 나선 유력후보라면 10월이 가기 전에, 한번쯤 마니산의 정기를 듬뿍 받아보시라! 홍익인간의 통치 이념처럼 무릇 지도자는 위로는 하늘의 뜻을 받들고 아래로는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려 들으며, 이곳 참성단에서 하늘에 고하여 삼가 승리를 기원할 찌라!
정상으로 오르는 산성 같은 암릉 길
헬기장을 떠나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까지 암릉을 밟아 가는데 재미가 솔솔 하다. 우뚝한 정상을 향해 가다가 바위에 올라 이따금 남쪽의 황금빛 들판과 북쪽의 들판을 번갈아 감상하면서 오르다 보니 지루하거나 힘들다는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다. 13시20분 마니산정상(472.1m)이다. 이곳은 조망권이 절반밖에 허용되지 않는다. 남쪽은 조망이 탁 트여 있으나 북쪽은 잡목이 우거져 시야를 가린다. 동서로 이어진 마니산 주능선은 동쪽으로 마지막 암봉인 360봉까지 비교적 까다로운 암릉 구간이 이어진다.
정상에서 함허동천으로 내려가는 암릉 길
정상에서 내려서는 하산 길이다. 360봉까지 이어지는 이 암릉 구간은 얼핏 산성을 쌓은듯하게 보인다. 암릉 구간을 내려갈 때는 다소 긴장감 있게 걸어야한다. 자칫 가벼운 실수로 크게 다칠 수 있으니 경륜을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 물론 걷기 좋은 우회 길이 있으나 산타는 묘미를 즐기려면 다소 힘들고 시간이 좀더 걸리는 조망이 좋은 암릉 길을 선호한다.
정면 360봉 동쪽 아래가 함허동천
360봉을 내려서면 절 고개에서 직진하면 진달래 능선길이고 좌로 함허동천 계곡길이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정수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함허동천(涵虛洞天)은 맑은 하늘에 고요하게 깊이 잠기어 마음을 비울 수 있는 곳이란 뜻으로, 이곳 정수사를 중수한 기화(己和)스님이 득도했다는 골짝이다 해서 그의 당호를 따 함허 동천이라 한다고 전한다.
동천(洞天)이란 우리나라에서 지리산 화개동천 (花開洞天)과 태백산 오복동천 (五福洞天) 그리고 속리산 우복동천 (牛腹洞天)등 몇 안 되는 곳으로, 삼재가 들지 않고 산수가 그윽하여 사람이 깃들어 살만한 무릉도원 같은 곳, 이 세상에서 찾기 힘든 별유천지를 뜻함이다. 함허동천 계곡 길은 지난 번 산행에서 등로로 이용했기 때문에 오늘은 정수사로 하산하기로 했다.
정수사는 이곳에서 걸어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전등사처럼 잘 알려진 사찰은 아니다. 큰 사찰은 아니지만 역사는 오래되었다. 물이 좋아 정수사라 했을 텐데 물맛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정수사를 거쳐 함허동천 매표소 주차장에 도착하니 14시10분이더라.
2012년 10월3일 수요일 구름 많음
첫댓글 그러고보니 마니산 가 본 지도 꽤 되었군요.
사진 구경 잘 했습니다 ^^*
예, 저도 5년 만에 가 봤네요.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쉽게 갈 수 있지만 저 같이 창원에 사는 사람들은 끝에서 끝까지 가야하니 쉽지를 않아요. 3시간 산행을 위해 왕복10시간 차를 탓으니까요. 당일 산행 04시에 집을 나가 22시20분에 귀가했습니다. 저는 그래도 <산이 좋아 >아닙니까? 감사합니다.
정수사 쪽에서 올라 가신듯 합니다 즐겁게 감상 합니다.
마니산 서쪽 상방리 매표소에서 시작하여 정수사로 하산했습니다.
저도 마니산을 가 본지가 꽤 오래 되었네요.
84년도 군의관 시절이었으니까요.
사진 구경 잘 했습니다.감사합니다.漢詩 ^^*
마니산은 작지만 명산이라 한번 쯤 가 보셨겠지요. 30년 가까이 되었으니 다시 한번 가시면 감회가 새롭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갑니다.
읽어 주신것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