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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갈계골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갈계골
12시 50분 어간에
학교와 유치원에서
동일한 내용의 문자가 날라온다.
"오늘 아영 가족캠프
예정대로 추진합니다.
일부 비 내리지만 지나가는
비여서 곧 괜챦아 진다고 합니다."
아내는 가랑비가 오기에
콩밭으로 가서 못다한 콩을 심었다.
난 카페정리를 했다.
늦은 4시에 만나
문자를 확인하고
곧바로 짐을 챙겨
뱀사골로 향했다.
일정상 5시 30분에
야외부페가 예정되어 있기에
서둘러 그 시간에 맞추려고 빨리 갔다.
비그친 뱀사골을 가는데
운무가 부부의 함께함에
운치를 더해준다.
교무주임선생님이
지리산 북부사무실 앞에서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학부모가 오자 반갑게 맞아주며
장소까지 안내해 주신다.
감사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부페식사를 위해 전주에 있는 곳에 예약을 했는데
차가 그곳까지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가능한지에 대한
협상을 하는 중이였다.
개인이 아니라
45명이지만 아영초등학교라는
한 지역 단체 아이들 행사기에
직원이 양해를 해 준 모양이다.
200여미터지만 차가 들어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기에 교무주임으로서는 다급했던 일이다.
교무주임선생님을 뒤로하고
우선 내 새끼가 어떻게 노는지
궁금했던 터라 서둘러 뱀사골 안쪽으로 갔다.
도착하니 막 간식시간이라 아이들이 계곡에서
나오고 있었다.
고학년들을 중심으로
남자들을 중심으로, 더 놀고 싶어
계곡에서 나오지 않고 물놀이 중이였다.
물에서 나온 아이들이
수박을 먹고 여자들은 옷도 갈아입고
학부모님들은 자녀들과 함께 오손도손
즐겁게 한담을 나누는 모습이 행복하기만 하다.
05시 5분이 못되어
예약한 부페 차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뱀사골 안쪽으로 들어온다.
직원 두 명이다.
주차를 하자마자
곧바로 빠르게 움직여
뱀사골 계곡을 멋있게 장식한다.
자료를 남기면서 도울 것이 없느냐며
달아 붙었더니 금새 주변이 궁전으로 변한다.
직원들은 레이스를 달지 못해 죄송하다지만
내가 보기엔 천국이 따로 없다.
선생님들은 유치원에서부터
저학년에서 고학년 순번으로
아이들 줄을 세운다.
나이 어린
유치원생들이 복받았다.
이 놈들은 아직은 모를 것이다.
얼마나 귀한 순번인지를....
나중에 철들면
선생님들과 부모님들과
선배들을 따라 자기들도
후배들을 책임지겠지......
감동적인 줄서기였다.
당연히 교직원들이 제일 꼴찌다.
그럼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담당 아이들을
챙겨주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늦으막에도 오는 학부모들이 있었다.
농사 일때문에 바쁘니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서로 배려하며
함께 어우러짐이 좋았다.
식사를 마친 뒤
가정별 기념촬영이 있단다.
벌써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도 꼼싸리로 사진을 담았다.
좋은 아이템들이다.
반응이 좋아
결국은 선생님들과
전체 사진도 담았다.
공식적인 행사는 늦은 7시 30분으로 마쳤다.
학교차가 와서 부모가 없이 혼자 온 아이들을 데려갔다.
그리고 가족 캠프를 하는 몇몇 가정들은 뱀사골에 남아
지금도 그곳에서 하루를 오붓하게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 시간
마을에서는
중복다림으로
삼계탕을 마을분들이
회관에 모여 함게 했다.
비가 잦아들자 아내는 콩밭으로
나는 밀린 카페정리를 했다.
그러다보니
뱀사골 산행에
동행하지 못했다.
막 도착하자
유치원선생님이
수빛이 산행 활약상에 대해서 알려주신다.
어리지만 형들과 누이들을 따라 거침없이
산행을 했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자녀 상황을 알려주니
너무 감사했다.
늘 뒷산 그 높은 청룡재를
부모들 농사일때문에 오르내리니
걷기 훈련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특한 녀석이로고.....
요까지가 오늘 진행 현주소다.
이후는 이 사건을 보면서 나의 느낌들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들이다.
아영초등학교랑 유치원에서 학부모들과 교직원들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캠프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 이런 의미있는 캠프가
가능할 수 있었던 대목에 대한 생각이다.
구조적으로 보자면
일단은 전북도 교육감이
진보진영 인사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국 다섯군데에
진보진영 인사가 도 교육감이 되었었다.
중도 서울은 하차하게 되어 너무 아쉽지만...
이는 전북도민들의 자랑이자 승리다.
만약 진보진영 인사가 되지 않았다면
아영초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올해 지정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현장에 있는 뜻있는 교사들이 이런 일들을 적극 추진할 수가 없다.
더욱이 오늘은 비가 왔다. 더욱이 그 험준한 지리산자락인데 비때문에
핑계대며 오늘 의미있는 행사를 학교에서 하는 걸로 포기할 수 있다.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학교행정을 우선하기에
충분히 가능한 상상이라 나는 본다.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테제가
한국사회에 제안된 것이 내 기억으로는
80년대 중반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맥을 못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의식을 가지고 각 지역으로
각계격파식으로 들어가 있는 인자들은 많다고 나는 본다.
내가 그 대표적인 사람 중에 하나로 나는 자부한다.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브나로드 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오늘 아영초등학교에서
교직원들이 지혜를 모아 미리 계획했음에도
비때문에 뱀사골에서 가족캠프하는 것을 학교로 하는 것으로
포기할 수 있었던 상황을 꼼꼼하게 시간별로 따져 비가 오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대책회의를 긴급히 추진해 결의를 모아내고 원안대로
적극 추진한 선생님들의 노고에 우선 치하를 드리고 싶다.
학교 행사 치루기로만 생각한 선생들이라면
이 정도의 비에 충분히 뱀사골이 아니라 학교에서
하자고 번복했을 것이다. 나는 안다.
전북도교육감의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고
현장에서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내 한몸 부서져도 좋겠다고
결의한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뱀사골 가족캠프라 나는 본다.
그러기에 나는 교장, 교감을 비롯한 교직원들에게
우선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학부모들의 존재도 교직원에 버금간다.
중요하다. 하지만 시골이다보니 학부모님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일상의 농사 일에 바쁠 수 밖에 없다.
나도 마음은 있어도 2시에 가지 못하고 5시가 되어서 간 것이 대표적이다.
교과서엔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동등한 삼주체로 나온다.
하지만 여건상 그러지 못한 경우들이 비일비재하지 않는가?
나는 오늘 우천 중에 교사들이 탁월한 선택을
잘 했다고 본다.
캠프를 마친 뒤
교감선생님과 교무주임선생님과
자모회장님과 총무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고스란히 인터뷰를 땄다. 우천에 대해서 동일하게 질문을 했다.
자모회장님 대화 속에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기에 진행했다는 답변이
나에겐 너무나 폐부 속 깊이 파고 들어왔다.
지리산에 비가 내리면
계곡에 있는 물줄기가 얼마나 불어나는지
초딩들이 뭘 알아라고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그런 지역 특성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가랑비니 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먼저 읽은 것에 나는 더 주목하고 싶다.
80년대 중반부터
한국사회에 불어 온
풀뿌리 민주주의란
민에서부터 시작한다.
작은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것을 정책으로 반영함이
옳다는 당위성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헌법을 유린한 파렴치한
작태에 대해서 아무런 일언반구가 없는 행정부 수반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또한 먼저 배웠다는
먹물께나 먹었다는 나부터
깊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 본다.
우리들 스스로가
선언과 구호만 거창하지
실제 삶의 실재 속에서는
내용성있는 삶을 살지 못했다는
증좌로 무겁게 받아 들어야 할 대목이라 나는 본다.
물론 각자 처소에서 열심들 하고 있음을 알고는 있지만.....
이번 국정원 사건은 단순하다.
국가 공공기관인 국정원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느냐의 여부다.
NLL이 등장해서는 안된다. 등장해도 기본에 충실해 정리하면 된다.
이젠 공문서가 없다는 것으로 국가기록원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국가 기록원에 없으면 그 양반들의 공사를 구분해서 처리하면 된다.
본질은 국정원의 선거개입부분이다.
자꾸만 본질을 흐리는
새누리당 패러다임에 더 이상 쏠리면 안된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건이 증좌가 현 검찰에 의해
드러났기에 그 대목을 중심으로 사건을 이끌어 가야한다.
이번 사안에 대한 비판이 많다.
하지만 전체판으론 행정부 수반이
70%대를 육박하는 지지율이 있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노무현의 말처럼
의조직화의 절박함을
더욱 새기게 되는 시간들이다.
이는 각 지역에서부터
내 삶의 현장에서부터
진행됨이 당연하다고 본다.
이게 바로 80년 중반부터 피터지게
싸우며 죽어가면서도 선배들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호소했던 이유라고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
이젠
고이 잠드소서, 선배들이여!!!!
여전히 철이 없어 죄송합니다.
1922년 6월 22일 개교 처음으로
아영 초등학교랑 유치원, 교직원과 학부모랑
학생들 100여명이 지리산 뱀사골에 함께 모여
가족 캠프를 신바람나게 진행했다.
아영초등학교랑 지역사회에선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소중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 나는 본다.
이 의미를 살려
지역 자체가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지역 자치적으로 움직여가는 기반이
더욱 탄탄해졌으면 좋겠다.
아영가족 캠프를 다녀온 뒤
나에게 찾아온 생각들이다.
01시 4분이 지나고 있다.
밖엔 산들바람이 정겹다.
편집 후기
이날 처음으로 지역 초등학교 교직원, 학생, 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하는 모습에 너무나 큰 감동이 되는 바람에
글이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언급까지 간 듯한 느낌이다.
다시 읽으니 쑥스럽지만 그래도 둔다.
일개월이 다 지나가는데 이제서야 정리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