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관 외 1편
권은중
야트막한 잔디가 덮인 사각 대리석 뚜껑
온 천지 흰 눈으로 덮여 입구가 사라졌다
간신히 찾아낸 반듯한 입구
6.25 전쟁의 두려움도
남편의 술 주사도
허리 펴지 못하는 노동도
그곳까지는 미치지 못해
이제 어머니는 석관 속에서 편안해졌다
시부모 모시던 닳아버린 손톱도
그곳에서 한 마디 더 자라겠다
지상의 모든 것들이 스미지 못할
단단히 봉인된 저 석관
그 누구도 뚜껑을 열어
모처럼 맞은 어머니의 평화를
건드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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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길목
담쟁이는 벽을 붙잡고 삶의 터전을 잡았다
푸른 잎에서 붉은 잎으로 변신을 하고
잎을 떨어뜨려도 여전히 벽에 갇혀있다
겨울을 난다는 것은 봄을 낳기 위한 입덧
실핏줄까지 물을 끌어올리며
손가락 오므리고 올라올 이파리를 기다린다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가는 길목
곁에 있는 동백은 온몸에 봄을 뒤집어쓰고
봄은 담쟁이를 건너 동백에게 넘어갔다
한 계절에 두 개의 계절이 뒤섞여
이곳과 저곳의 경계가 분명하다
동백은 입덧을 끝내고 꽃을 낳았다
봄의 입술이 빨갛다
바닥은 또 한 번 꽃을 피워 올린다
<시문학> 등단
시문학문인회 사무국장, 한국시문학아카데미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 스토리문인협회 이사, 문학공원 동인
2003년 전국시조백일장 차하, 제2회 스토리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수상
동인지 『기억은 소금없이도 간간하다』외 다수
첫댓글 봄의 길목까지 걸어갈 힘이나 있을까 모르겠답니다.요즈음의 심경 변화가 그렇거든요.출판기념회때 먼발치 뵙고도 인사를 못 나누고 왔어요.늘 찾아봅니다.권은중 선생님의 작품이 주는 온화함이 좋아서요 ^~
첫댓글 봄의 길목까지 걸어갈 힘이나 있을까 모르겠답니다.
요즈음의 심경 변화가 그렇거든요.
출판기념회때 먼발치 뵙고도 인사를 못 나누고 왔어요.
늘 찾아봅니다.
권은중 선생님의 작품이 주는 온화함이 좋아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