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간 산돼지 때문에 고구마를 심지 못했다. 애써 농사지은 고구마밭을 산돼지가 알게되면 내가 좋아하는 유행가 가사처럼 '한순간의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
그래도 올해는 진행 중인 질병의 현실 탓으로 전반적인 먹거리 부족현상이나 가격 폭등을 예상해보며 세상위험에 맞서 보기로 하였다.
지인들과 동물보호와 그에 따른 피해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다. 지리산에 보호 중인 반달곰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을 관리했던 전직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의 말에 의하면 이제 생활영역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하였다. 개체수가 너무 많아졌다는 말이다.
산돼지가 그렇듯 곰도 야생동물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제 야생이 살아나 인간을 위협할지 모른다. 그땐 누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 동물보호단체에서? 인간 사랑이 우선이어야 한다.
왜 그들은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는 동물들까지 보호하려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로운 동물만 보호해도 얼마든 많다. 유해동물이 반드시 먹이사슬에 꼭 필요한 것들도 아니다.
아마도 직접적인 피해를 떠나 피해가 예상되어 농사를 포기하는 부분까지 합치면 그 피해는 전국적으로 어마마할 것이다. 그들은 과연 농작물을 안먹고 무얼 먹고 사는지도 궁금하다. 한마디로 농민들의 원성의 대상이다.
솔직히 지들이 뭘알겠냐 하는 고약한 마음도 든다. 그게 뭐 인성 괜찮고 남들에 비해 쬐끔 특별해 보인다는 가치없는 우쭐거림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져 들게 한다.
누군가의 희생의 수혜는 합리적어어야 하고, 타인의 희생만을 바라는 집단은 공존의 걸림돌이 된다.
고대엔 인과응보를 내세웠고, 모름지기 '보호의 대상이란 선의의 약자'이어야 한다. 세상의 법도가 다 그런 이치가 아닐까 생각된다.
친구와 종묘상에서 고구마 순 4묶음을 샀다. 꿀고구마라 하는데 100개 한묶음에 10,000원이다. 그러나 고구마의 맛과 품질은 토질이 결정짓는다.
우리가 산 가격을 묻는 사람들은 너무 비싸다며 혀를 내두른다. 예전 4~6천원 하던 시절을 떠올리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나도 당연히 그랬다. 그러나 그게 우리 삶의 현실이고 운명이다. 세상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물가가 많이 올랐다.
정부의 통계적인 물가는 별로 오르지 않았지만, 정작 서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부분은 엄청 올라버렸다. 특히 코로나사태를 거치면서 더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들어 물질적 행복의 정점은 지났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짧은 근로시간에 많은 댓가를 바라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모순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금을 고려하여 근로시간을 일부러 단축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의 '댓가는 바라는만큼이 아니라, 행한 만큼'이란 사실을 알게 되는 되는되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는 각개인이 탐욕을 품고 있는한 환상이다.
요즘에 유튜브를 통하여 고구마며, 다른 작물들의 영농방법을 배웠다. 내가 농사를 짓고자함이 아니라, 언젠가는 그쪽이 주목받을 날이 올 것이란 마음에서다.
대략 고구마 순을 심기 위해서는 물을 주거나, 물을 주지 않으려면 비온 뒷날 멀칭을 해서 수분을 확보하고, 심은 후 흙으로 줄기를 감싸서 꼭꼭 눌러 주어야 한다.
이제껏 더운 날씨에 심었더니 열기로 순이 녹아버린 경우가 허다했다. 멀칭속의 열기가 심을 때 빈 공간으로 나와서 그렇단다. 그래서 주변을 흙으로 감싸주고 눌러서 멀칭속의 열기가 내뿜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심기전 1시간정도 물에 담가둔다. 물을 주지않고 심은 경우엔 1주일 내로 물을 주는 것이 좋다.
다수확을 위해서는 순이 나간 후 3~4마디를 땅에 묻어 뿌리 수를 늘여주면 수확량이 늘어나고, 또한 순이 절정을 지났을때 땅에 붙은 순을 걷어주는 순치기를 해야 영양분이 원뿌리로 가서 뿌리가 튼실하게 된다. 그리고 고구마는 시비를 하지않는 편이다.
이상의 고구마 심기 작업도 중요하지만 앞에서의 동물피해는 너무 심한 편이다. 동물보호론자들의 주장대로 하자면 사람들은 그저 농사대신 흙이나 파서 먹으면 좋으려나. 아니다 흙을 파면 두더지, 봄, 쥐새끼들이 불만을 가질테니 그것도 문제가 되네.
하여간 어제 심으려던 고구마는 관리기가 고장나서 심지 못하고, 마늘밭과 감자밭의 잡초를 매는데 그쳤다. 이 또한 사명이라 생각하고 일을 하니 땡볕아래의 즐거움도 있었다.
고구마는 기계가 고쳐지면 친구 혼자서 심겠다고 하니 고마울 뿐이다. 재배를 하면서 산돼지를 어떻게 격퇴할 것인지를 생각해야겠다.
작업을 마치니 후배들이 합류해서 오랫만에 즐거운 술자리가 아루어졌고, 못다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친목도모에 관한 것들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에 대하여는 대체로 비관적이었다.
일을 한다는 것은 살아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가치척도에 대한 기준이 된다.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