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대 있는 집안의 전통 있는 멸치쌈밥, 동광동 멸치쌈밥집. | |
얼마 전에 끝내주는 멸치 쌈밥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갔는데 벽에 많이 보던 글이 붙어 있었다. '멸치쌈밥 찬가'라고도 불렀던 이상개 시인과 멸치쌈밥집의 인연이 소개 된 글인데 옛날 알던 그 집에서 본 기억이 나는 게 아닌가. 그래서 혹시 백산기념관 뒤에 있다가 옮긴 거냐고 물었더니 벌써 옮긴지 2년이나 됐단다.
백산기념관 바로 앞에 있는 멸치쌈밥집은 중앙대구탕이란 이름보다 멸치쌈밥집이 더 유명하다. 멸치쌈밥집이란 간판이 더 크고, 또한 중앙대구탕 간판보다 위에 붙어 있는 것만 봐도 알만하다. 옛날에는 멸치쌈밥집이 백산기년관 뒤편 식당가에 있었다. 좁은 식당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그 계단이 어찌나 가파르던지 치마 입고는 올라가기 힘들 지경이었다. 점심시간엔 12시 이전에 가서 미리 줄을 서던지 아니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는데 그래도 멸치쌈밥을 먹기 위해 자주 찾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멸치쌈밥집이 자랑하는 메뉴, 멸치쌈밥. | |
멸치쌈밥집이 자랑하는 메뉴, 멸치쌈밥 2인분과 대구탕 1인분을 주문했다. 보글보글 끓는 멸치된장찌개가 정말 와글거린다. 뼈째 먹는 생선 멸치지만 멸치국물 낼 때도 내장을 넣으면 쓴 맛이 난다더니 이 집 찌개에도 내장은 안 보인다. 딸은 멸치된장찌개를 난생 처음 먹어 본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큰 멸치는 처음 본단다. 그도 그럴 것이 멸치볶음도 조금 큰 것은 무서워서 안 먹는다는 게 요즘 아이들 아닌가. 그런데 상추에 척척 싸서 먹는 게 참 신기하다. 맛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다른 말이 필요 없다. "맛있어요." 피자나 파스타에 길들여진 세대인줄만 알았는데 멸치쌈밥집의 멸치된장찌개는 세대를 뛰어 넘는 맛을 가진 모양이다.
멸치를 상추 위에 얹고 된장찌개를 한 숟갈 떠서 멸치에 부은 뒤 입으로 직행하면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른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 |
대구탕엔 커다란 대구 두 토막이 들었다. 하얀 대구 살이 보기에도 쫄깃하고, 뽀얀 국물은 뜨거운데도 한없이 시원하다. 멸치쌈밥과 된장찌개, 그리고 대구탕이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투박한 된장찌개가 뚝배기를 넘으며 튀어 오르는 모습과 잔잔하면서도 은은한 대구탕, 찐한 맛의 된장찌개를 먹다가 잠시 입맛을 진정 시켜주는 시원한 대구탕. 멸치를 상추 위에 얹고 된장찌개를 한 숟갈 떠서 멸치에 부은 뒤 입으로 직행하면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른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멸치쌈밥과 된장찌개, 그리고 대구탕이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 |
이른 저녁시간인데도 잠시의 쉴 틈도 없이 손님들이 들어온다. 쌈에 된장, 매운 고추, 김치, 깻잎 등 몇 가지 반찬이 전부인데도 먹고 일어나면 치우기가 바쁘게 다른 손님이 자리에 앉는다. 주문하는 메뉴가 대부분 멸치쌈밥이다. 가격 면에서 제일 싼 메뉴기도 하지만 멸치쌈밥의 참맛을 아는 사람들이 그 만큼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맛 본 멸치쌈밥으로 영양과 입맛을 한꺼번에 얻었다. 멸치의 비린 맛은 상상도 하지 마라. 진한 된장으로 비린내는 저리 가고 고소한 멸치 맛이 씹을 때마다 배어 나온다. 화창한 봄날 집에서 먹는 식사도 좋지만 뼈째 먹는 생선인 멸치를 전통 있는 멸치쌈밥집에서 제대로 한번 맛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멸치쌈밥집 전화번호 : 051-245-8330
교통 : 지하철 1호선 중앙역 또는 남포역 하차 백산기념관 앞
참고사항 : 멸치쌈밥집을 검색하면 중앙대구탕이 나온다. 놀라지 말 것. 같은 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