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호> 소매치기와 한 젊은이의 죽음 2002년 07월 23일
새벽 졸린 눈으로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주어 들고 화장실 변기에 앉았다
(이런! 화우의 매일 생활습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군요). 내용을 쭉 읽다
가 망치로 한 대 맞는 충격적인 기사가 있었다.
소매치기 추적하던 대학생 교통사고로 사망.
이것이 기사제목이었다. 장세환씨. 고려대 행정학과(편입) 4학년 휴학중.
갑자기 부산의 모 해수욕장에서 익사 직전의 아이를 건지다 아이는 살리고
죽어 버린 대학동기가 생각났다. 죽음이란 이렇게 허망한 것인가. “의롭
다”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어떤 것과 어떤 것을 비교하여 의롭다는
것인가. 갑작스런 죽음으로 슬퍼하고 있을 고인들의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
로를 드리며, 아울러 고인의 명복을 빈다. 어린이나 젊은이의 죽음은 부모
의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참으로 슬픔을 가름할 수 없어 나온 말인 것 같
다.
안그래도 기사를 보고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대하여 한 번 다루
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자료를 모두 입수해 놓았는데, 예상대로 서울경찰
청장이 조문을 가서 “의사자 심의 및 보상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사고경위
진상조사를 신속히 마무리 하는 등 적극 지원”하겠다는 얘기를 했다.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은 원래 <의사상자보호법>이라는 제목으로 법률
이 만들어져서 현재의 이름으로 변동되었는데, 이 법률이 만들어진 목적은
다음과 같다.
타인의 위해(危害)를 구제하다가 신체의 부상을 입은 자와 그 가족 및 사망
한 자의 유족에 대하여 필요한 보상등 국가적 예우를 함으로써 사회정의 구
현에 이바지한다.
참으로 선진적인 법률이다.
의로운 죽음에 대한 사회적 부조를 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법률이다.
의사자가 되는 경우에는 다음의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3조, 이하 법률이라고만 한다)
1. 타인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강도, 절도, 폭행, 납
치 등 범죄행위를 제지하거나 그 범인을 체포하다가 의상자 또는 의사
자 된 때
2. 자동차, 열차 기타 승용물의 사고 또는 기타의 이유로 위해에 처하여진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다가 의상자 또는 의사자가 된 때
3. 천재지변 기타 수난, 화재, 건물의 도괴, 축대나 제방의 붕괴 등으로 인
하여 위해에 처하여진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다가 의상자 또는
의사자가 된 때
4. 천재지변 기타 수난, 화재, 건물의 도괴, 축대나 제방의 붕괴 등으로 인
하여 일어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인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를 하다가 의상자 또는 의사자가 된 때
5. 야생의 동물 또는 광견 등의 공격으로 인하여 위해에 처하여진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다가 의상자 또는 의사자가 된 때
이상 다섯 가지에 해당하는 때에 위 법률이 적용된다. 그러니까 장세환씨
는 이에 해당되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알아둘 것은 위 의사자와 의상자는 “직무상의 의무를 가진 자”에
는 적용이 없다는 점이다. 즉, 소방대원이나 경찰 등 직무상으로 위와 같
은 위해를 당한 사람을 구할 의무가 있는 사람은 위 법률의 적용은 받지 않
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법률의 적용을 받으면 어떤 혜택이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것이 역
시 유족에 대한 <보상금>이 될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정부(보건복지부에
서 담당하고 있다) 의사상자심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의사자에 대하여는 최
저 4천320만원에서 최고 1억4천40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되도록 되어 있단
다. 아마 법률 제7조 제2항에 따른 금액(의사자의 유족에 대하여는 사망당
시의 국가유공자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기본연금월액에 240
을 곱한 금액)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큰 돈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부조의 최대한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위 보상금 이외에 의료급여(제9조), 자녀의 교육보호(제10조), 취업보호(제
11조), 장제보호(제12조) 등의 해택이 있다.
이것도 법률상으로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을 둘 수 있다. 이것은 기억해 놓아
야 할 것이다.
법률 제14조
보상금 및 보호는 그 지급 또는 보호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경과한 때
에는 이를 신청할 수 없다.
최근 친구끼리 놀러 갔다가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 사망한 사람을 과
연 이 법률을 적용시켜 의사자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논란이 있었다. 어떤
결론이 났을까.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로 결론이 났다.
서울행정법원 4부(조병현 부장판사)는 2002년 7월 5일 저수지에 빠진 친구
를 구하다 사망한 김모씨와 같은 과 후배를 구하다 익사한 김모씨의 유족들
이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자불인정처분취소 청구소송(2002구합
13543)에서 보건복지부의 불인정처분을 취소하는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건복지부는 친구나 동료사이에 상대방에게 위해
가 발생하면 서로 돕는 것이 사회통념상 당연한 도리여서 국가적 예우를 받
은 만큼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별한 희생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며 “하지만 구조행위자와 피구조행위자가 서로 친구 또는 동료였다는 사정
만으로 자신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위난에 처한 상대방을
구조해야만 할 ‘직무상의 의무’가 있다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연한 결론이다. 주위에 이런 의로운 죽음이 발생하면, 반드시 챙겨줄 일
이다. 법률상식으로 알고 있는 우리가.
생명은 결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하지만 법률은 생명을 “돈”으로 보상해 줄 수 밖에 없다.
나머지는 우리가 채울 일이다.
충분히 그럴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