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오랜만의 휴가를 얻어 아들 녀석과 함께 동경 주변을 유람하였습니다.
10여년전 규슈 지방을 유람했던 터라 말 그대로 본섬인 혼슈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설레임이 적잖이 있었습니다. 또한 일본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인천을 떠나 약 1시간 반 정도 후쿠시마라는 소도시 공항에 내려 도쿄로 향했습니다.
동행하던 아들 녀석은 비행기 여행이 처음이라 아직도 고도 적응이 안되는지 귀가
아프다며 잠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도쿄 초입까지 3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3시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던 때 쯤 건물들도 많이 보이고 대형 간판
이 보이는 것을 보며 도쿄로의 진입이 다가왔음을 직감했습니다.
도쿄로 진입하는 도로에 버스가 진입한 지 한 20여분이 지났을까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 시선이 도쿄 주변을 흐르는 강을 향해 나아갑니다.
"도쿄는 원래 강이 흐르는 곳은 아니었으나 ** 강 같은 경우 인공적으로 끌어온
강이며....."
순간, 제 눈을 의심하게 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뭐야? 저거 야구장 아니야? 진짜네... 야 죽인다. 저런 데에서 한 번 뛰어봤으면....'
몇 해 전부터 사회인 야구를 시작하여 야구 재미에 뒤늦게 빠져버린 본능이 꿈틀대기
시작합니다.
'헉~~~ 뭐냐...저기 또 있네. 엥? 저 강 건너에 몇 개가 더 있는거야?'
"민수야~ 일어나봐! 저 야구장 좀 봐라!"
곤히 자고 있는 녀석을 마침내 깨우고 맙니다.
"아아힝~ 뭐예요... 더 잘래요..."
뭐 아들 녀석은 지금 몸이 천근 만근인데 당연히 차 밖의 경치가 눈에 들어올리 없지요.
혼자보기 너무 아까운 생각에 아들 녀석을 깨웠건만 '뭐냐...짜식'
전 그 때 다시금 확실히 느꼈습니다.
우리가 WBC 때 일본을 두 번이나
연거푸 이긴 것은 기적이었다는 것을.
사진을 미처 찍지 못하여 Google Earth의 도움을 얻고자 합니다.
아래 보이는 사진은 도쿄만을 걸쳐서 찍은 도쿄의 중심부 입니다.
12시 방향 Ichikawa 라는 지역을 걸쳐 흐르는 북쪽의 강이 보이실 겁니다.
또한 6시 방향 부터 9시 방향을 흐르는 큰 강이 보이실 겁니다. 제가 직접 눈으로 보게
된 곳은 Ichikawa 지역을 흐르는 에도강이었습니다.

에도강을 따라 가보겠습니다. 에도강의 폭은 대전의 갑천 정도 되는 너비로 기억됩니다.
아니면 한강의 팔당 지역의 폭 정도 될까요?
사진을 보시면 강 둔치 녹색 지역에 부스럼 처럼 군데 군데 누런 곳이 보이실 겁니다. 바로 그곳이 축구와 야구 전용 구장입니다. Ichikawa 지역 북쪽의 둔치를 확대해보겠습니다.
테두리 안에서 강 북쪽에 야구장이 8개, 남쪽에 5개가 보이실 겁니다.
더욱 확대 해보겠습니다.

확연히 야구장임을 아실 수 있습니다. 이 곳에서 직접 뛰어보신 분이 있을실 지 모르겠
습니다만 제가 직접 밟아 보지 못했기 때문에 프로그램 상에서 거리를 측정하였더니
홈 베이스에서 레프트 끝까지 약 80m 로 측정되었습니다.
(성인 경기장 3종 규격에 적합니다)
또한 외야에 펼쳐진 잔디가 인상적입니다. 거의 모든 구장 외야는 잔디로 되어 있으며
모든 구장에 백넷과 마운드는 기본입니다. 라인조차 인공 위성에서 선명히 보일 정도니
파울이냐 아웃이냐 싸울(?) 일은 적을 듯 합니다.
외야를 가르거나 홈런이 나오면 강에 빠질 것을 걱정하시겠지만 그런 걱정은 사회인
야구인에게는 사치(?)랍니다. *^^*
또 하나의 사치를 바란다면 '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없군요.
이런 야구장이 에도강을 따라 셀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져 있었고 내야에 잡풀이 없는 것을 보자면
모든 경기장이 실제 꾸준히 활용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시 이번엔 제가 직접 보지 못한 다른 강을 따라 가보겠습니다.
7시 지역에 보이시는 Kawasaki지역입니다.

테두리 안을 보시면 클로버 모양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역시 짐작하시겠지요.
확대해보겠습니다.

몇 면인가요?
18개 면입니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일본스러운(?) 설계입니다.
바로 아래의 사진이 저 장소임을 확신합니다.

다시 강을 따라 상류로 가보겠습니다.

딱 보기에 54홀 정도 되어보이는 대규모 골프장이 보입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4시 방향에 야구장이 보입니다.
또한 주변에 축구장이며 체육관으로 보이는 시설도 보입니다.
또 다른 지역을 보시겠습니다.

테두리 안에 있는 구장은 22개 이며 강 건너편에는 프로야구가 가능할 듯 한 정식구장이
보입니다.
이번엔 도쿄 시내로 들어가보겠습니다.
도쿄에 있는 시청사는 50층 규모의 쌍둥이 빌딩으로 최상층을 전망대로 쓰고 있습니다.
우리의 시청처럼 도쿄 청사가 있는 자리가 중심지 중 하나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면 도쿄 청사 1시 방향에 야구장 2개 면이 보이실 겁니다. 거리를 재보았더
니 약 1.2 km정도 됩니다. 도쿄라는 땅이 어떤 곳인지 잘 아실겁니다.
워낙 밀집 지역이라 땅 값이 천정부지라 들었습니다.
우리 같으면 저런 운동장은 벌써 헐리고 건물이 섰겠지요. 그러나 도쿄에는 시내 중심지
에 쓸만한 야구장이 버젓이 있습니다. 제가 도쿄에 들어간 요일이 토요일이었는데 시내
중심지에서도 야구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
습니다.

도쿄 청사 5시 방향에는 정식구장에 버금가는 야구장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도쿄의 명물인 도쿄 타워입니다.
시뻘건 색으로 칠해져 있어 우리에겐 좀 이질적인 느낌을 주지만 일본이 그 색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하겠지요. 여하튼 우리로 말하자면 63빌딩이나 남산 타워쯤 될텐데 역시 가까
운 거리에 야구장이 존재합니다.
도쿄만 그럴까하여 삿포로로 이동합니다.

삿포로를 관통하는 하천으로 보입니다.
보시듯 4개 면의 축구장과 2개 면의 야구장이 보입니다. 지방도시라 하여 외야에 잔디가
없거나 규격을 채우지 못한 구장이 아닙니다.
이번 카타르 도하 아시아 게임에서 우리 대표팀이 한 수 아래로 여기던 대만과 몇 수
아래로 방심하던 일본 대표팀에게 수치라 여기는 패배를 당했습니다. 경기 내용을 보면
질 수 밖에 없었던 경기였습니다. 빈약한 타선은 원래부터 예견되었었고 김재박 감독의
선수 선발 때부터 말이 많았지요.
또한 일부 선수는 혹사에 가까운 일정에 시달렸고 병역 면제라는 당근의 힘이 일부
선수에게는 작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미국 야구를 이기고 일본 야구를 이겼던 것을 '기적'이라 표현하는 배경은
무엇인가요?
1. 워낙 열악한 스포츠 인프라
2. 엘리트 위주의 선수 양성 방식으로 인해 얇아지는 선수층
매번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정답이기 때문에 매번 나오는 것이고 해결할 방법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매번 나오는 이야기겠지요.
야구를 중심으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스포츠에 대한 우리 나라 전반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직접세와 간접세는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수세율이 부족한건지 아직도 떼어가는 세금이
부족한 건지 국민에게 돌아오는 세금으로 인한 혜택은 피부에 제대로 와 닿지 못한 것도
현실입니다.
'국민 체육의 생활화'를 외치며 여러 부처와 각 경기 단체 등이 일하고는 있다지만
전용 구장 없는 환경에서 아직도 사회인 운동 동호인들은 잔디도 아닌 맨땅에서
그것도 시간 약속 어긴다며 또는 먼저 자리 잡았다며 옥신각신 싸움 실력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 야구하는 사람만 나타나면 조기 축구회와 야구 팀과의 힘겨루기는 매주
반복됩니다. 이러다보니 한 경기 한 경기 제대로 소화해내기 힘들고 야구 선수들 다칠세라
야구안하는 주변 사람들 다칠세라 2중 3중으로 신경쓰는게 이만저만 피곤한 일이 아닙니다.
자연스레 동호인들도 경기를 즐기지 못하고 경기 결과에 집착하게 됩니다. 업으로 하는
운동이 아닌데 이 정도니 운동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겐 얼마나 치열한 나날일까요.
일본이 그저 돈많은 선진국이기에 우리보다 땅덩어리가 좀 넓은 나라이기 때문에 저런
시설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님을 아실겁니다. 국민을 우선으로 하는 여러가지 정책 중
일면일 뿐입니다. 당연히 저런 시설을 무료로 쓰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유료라도 좋으니
좋은 토질과 준 규격을 갖춘 곳, 안전이 확실히 보장되는 운동장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준다면
패배하더라도 그 결과를 겸연히 받아들이고
이기고 싶다면 어떻게 다시 도전해야 하는지 스스로 분석하고 더 보완하는 훈련을 하고
일본의 야구처럼 프로와 아마추어와의 층의 차이가 크지 않은 선수층이 만들어지지
않을런지요.
제발 더 이상 '정신력의 승리'라는 말은 나오지도 말고 하지도 말며 바라지도 않았으면 좋
겠습니다.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천천히 준비한 결과가 꾸준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대만에도 돔구장 첫 삽을 떴다고 하고 쿠바도 우리보다 10배의 야구장을 가지고 있다죠.
정신력만으로 지금의 젊은 세대, 다음의 세대들에게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착각입니다.
이 정도로 쓸 생각은 없었는데 *도 모르면서 장황하게 주절댔습니다.
정말 길게 썼군요. 지겹게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도 죄송합니다. ^^
하지만 정말 프로나 아마추어나 동호인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는
'대~ 한 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글을 써 봅니다.
== 보너스 1. ==
일본의 돔구장 들입니다.

== 보너스 2. ==
제가 뛰어보았던 우리나라의 사회인 야구장 들입니다.
Goodle Earth에는 우리나라 사진이 왜 겨울 사진으로 도배놓았는지....ㅜㅜ
그러나, 사회인이 뛰는 구장에 천연잔디가 드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잔디가 없더라도 백넷만이라도 또는 고른 운동장이라도 되면 좋겠습니다.
꿈일까요..

(구리시 인창중고 구장)

(노원구 산업대 구장)

(도봉구 성대구장)

(서울대학교 포스코 구장)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 야구장)

( 인천시 송도 구장)
첫댓글 제가 쓴 글을 스크랩하자니 좀 쑥스럽네용..ㅎㅎ 나름대로 공들여 쓴 글이라 혹시 못보신 분들이 있으실까하여..ㅋ
대단하네요.. 일본 사회인야구가 우리나라 국대를 이길만한 인프라네요.. 부럽습니다..
논문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이글의 주인장님이시군요..ㅎㅎ 야구관련 카페 돌아다니다가..정말 열심히 3번 읽었습니다. 볼떄마다....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네요 ㅡㅡ
부럽네요. 일본 야구가 강할수밖에 없다는걸 새삼 느끼게 되네요. 앞으로 우리나라도 저보다 더 좋은 시설 갗출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 맘이 아프네요...
일본 갔을떄 강가 근처에 있는 사면 야구장을 보고 정말 놀랬었는데 다시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아 일본에서 우리나라 사회인 야구 같은 걸 할 때는 연식공을 많이 쓰니 80M를 넘어갈일은 별로 없지 않을까요? ^^
아..이제야 읽었습니다..일본 야구를 보다 깊숙히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일본은 야구가 곧 생활이라고 합니다..우리가 삼시세끼 밥을먹듯이 그사람들은 하루에 반드시 야구를 한다는거죠..아주 귀한자료 잘 봤습니다..
큰 대학교에 가보면 축구장과 야구장이 나란히 만들어져 있는데, 야구장에도 축구골대가 놓여있고...'소운동장'으로 불리우는 곳이 많죠.
정말 대단하네요...... 일본은 밉지만... 배우고 싶은건 많은 나라인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나는 왜 화가날까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있는 구장도 철거 당하는 판이니..
예전에 고정운 축구선수가 일본에서 잠시 선수생활을 하고 돌아와서 인터뷰 한 걸 봤는데, 그 당시 일본에서 J리그가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을때였죠? 그당시 일본에서의 선수생활할때 축구시설은 한국에 비하면 천국이고, 한국이 일본보다 축구는 잘하고 있을때인데도 한국은 지옥이라고 비유하더군요. 축구도 그럴진데 야구는 오죽하겠냐... 생각은 하면서도 참 기분 묘합니다. 작은 운동장에서 아웅다웅하는 한국의 사회인야구인들과 일본 사회인야구인들의 환경을 비교한다면? 정말 이건 우리나라에서는 꿈, 환상에 불가하겠군요. 그나마 있는 야구장도 철거하는데... 스크랩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