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낚시 포인트의 맹점
1) 얕은 곳이 좋을까, 깊은 곳이 나을까?
본격적인 밤낚시의 계절이다. 붕어낚시의 진수는 역시 밤낚시일 것이다. 한낮의 폭염도 사그라
진 시원한 밤, 쭉쭉 올라오는 케미라이트 불빛은 꾼들을 밤낚시의 매력에 젖어들게 하기 충분하
다. 꾼들은 이 시기의 밤낚시에 어떤 근거로 포인트를 잡을까? 수초대, 아니면 지형지물? 만약
수초나 특별한 지형지물도 없을 땐 어떻게 할까. 그렇다면 아마 수심을 가장 중요시 여길 것이
다.
더군다나 요즘 시기에 밤낚시터로 즐겨 찾는 계곡형지는 수초가 많은 곳 이 별로 없다. 특히 장
마가 유난히 빨리 찾아온 올 여름의 경우는 저수지에 물이 가득 차있는 곳이 많아 포인트 선정
하기가 더욱 애매하다.
최상류에 앉자니 너무 얕은 것 같고, 그렇다고 수심 깊은 중류에 앉자니 어쩐지 너무 깊은 것도
같다. 만약 주변에 수초나 바위라도 있다면 그것을 중심으로 포인트를 정하면 되지만…….
이렇듯 꾼들이 포인트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는 수심. 낮과 밤 에 따른 포인트 선정
은 어떻게 해야 되며, 밤에는 과연 어떤 수심이 적당할 까.
2) 적정 수심, 꾼에 따라 달라 - 밤엔 조금 얕은 곳 선호해
새우낚시를 좋아하는 꾼들은 1m 내외, 떡밥낚시를 좋아하는 꾼들은 그보다 더 깊은 1.5m∼2m
정도다. 그리고 또 자주 다니는 낚시터에 따라서도 약간씩 차이가 난다. 수로를 곧잘 다니는 꾼
은 70∼80cm가 무난하다고 하는 반면, 밋밋한 계곡지를 자주 가는 꾼은 2m 수심을 서운해하기
도 한다.
"밤낚시엔 얕은 곳이 좋나요, 깊은 곳이 낫나요?" 이번에는 더 구체적으로 물어 봤다. 그랬더니
이상하게도 거의 대부분의 대답이 같았다. 얕은 곳. 낮보다는 밤에 얕은 곳이 더 좋다는 것이
다. 다만 떡밥 꾼의 경우, 낮 밤 구별 없이 비슷한 수심이 좋다고 대답한 이가 몇 명 있었을 뿐이
다.그들은 그 이유를 밤엔 낮보다 불안감이 덜하기 때문에 붕어가 얕은 곳까지 나오기 때문이라
고 했다. 아마 그간의 조행 중에 겪은 경험에서 나온 결론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로 밤낚시를 가든 간에, 대부분의 꾼들이 생각하는 '낮엔 깊은 곳, 밤엔 얕은 곳'
식의 법칙이 통해야 할텐데 그렇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어느 저수지에서는 밤에 깊은 곳
에서만 입질이 오기도 하며, 또 어떤 곳에서는 깊고 얕음에 따라 씨알이나 마리수가 현격히 차
이가 나는 곳도 있다.
3) 물빛 따라 적정 수심 정해야
지난 7월 초 전북 고창에 있는 궁산지에서 밤낚시를 한 서울꾼들은 낮과 밤의 현격한 조황 차를
실감했다. 오후에 도착하여 저수지 전체를 돌아보며 조황을 체크해보니 수심이 1m 정도이고 수
초가 많은 상류에서만 붕어가 낚였을 뿐, 다른 곳의 조황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일행중 대부분은 상류에 자리를 잡았고 유독 깊은 수심을 좋아하는 두 명만 제방에 앉았
다. 상류에 자리잡은 일행들은 대를 펴자마자 중치 급 붕어의 입질을 연신 받았다. 그러나 오후
에 떡밥 미끼로 올라오던 붕어 는 정작 밤에는 입질 한번 하지 않았다. 가끔 지렁이를 달아 쓴
꾼만이 잔챙이 한두 마리를 낚았을 뿐이다.
반면 오후에 입질이 없던 제방권은 밤이 되자 떡밥 미끼에 씨알 좋은 붕어가 계속 올라오기 시
작했다. 많이 낚은 이는 밤에 40여 수를 낚는 등 수심이 3m 정도로 깊은 제방권에서 밤낚시가
매우 잘됐다.
그날 궁산지의 경우만 놓고 보면 낮엔 얕은 곳에서, 그리고 밤엔 오히려 깊은 곳이 좋은 포인트
였던 셈이다. 이렇게 저수지에 따라 적합 수심대가 달라지는 것은 수심 이상으로 조황에 영향
을 주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색은 그중 가장 먼저 감안해야 할 사항이다. 물색 또한 수심과 마찬가지로 붕어의 불안감을
완화시켜주기 때문에 이 점을 포인트 선정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즉, 물색이 탁하면 그만큼
불안감이 덜하기 때문에 1m도 안 되는 얕은 곳에서도 입질이 온다. 반면 물색이 맑은 곳은 낮
엔 입질이 전혀 없고, 밤에도 3m가 넘는 곳에서만 붕어가 입질하는 곳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
하여 '밤낚시 수심은 ○m'라는 공식보다는 그때 그곳의 물색에 따라 적정수심을 정하는 게 바
람직할 것이다.
4) 절대수심보다 상대수심 중요 - 밤엔 요(凹)부위 입질잦아
저수지 중엔 상·중·하류에 따라 수심 차가 심한 곳이 있는가 하면 전 연안이 고루 비슷한 곳도 있
다. 주로 들판에 축조된 평지형지는 전 연안이 고루 얕은 편이며, 산간에 있는 계곡형지나 준계
곡형지는 상·중·하류는 물론이고 연안과 중심부의 수심차도 심한 편이다.
한편 얕은 상류 중에도 연안이 깊은 곳이 있는가 하면, 모두 깊을 것 같은 하류에도 얕은 완경
사 지역이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지 않고 '얕은 곳= 상류, 깊은 곳=하류'식으로 포인트를 정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데 A는 밤낚시를 얕은 수심에서 하고 싶어 상류에 앉았다고 하자. 자
리를 잡고 수심을 재보니 1.8m 정도. 그런데 약간 깊은 곳을 찾아 중류에 앉은 B의 자리는 오히
려 1.2m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실제 낚시는 A는 깊은 곳에서, B는 얕은 곳에서 한 셈이
다. 만약 A의 조황이 좋았다면 얕은 상류 중에서도 깊은 곳의 조황이 좋았다는 말이 된다. 또 B
가 많이 낚았다면 깊은 하류 중 얕은 데서 입질이 온 셈이다.
이처럼 밤낚시 포인트를 정할 때는 주변과 비교해 깊거나 얕은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
얕은 곳보다는 상대적으로 얕은 곳, 전체가 깊은 곳보다는 주변보다 깊은 부위(凹부위)에 붕어
가 몰리기 때문이다. 밤엔 한 포인트라 하더라도 조금 더 깊은 곳에 떨어진 대에서만 입질이 오
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런 현상은 그 포인트가 얕거나 깊거나를 불구하고 고루 발생한다.
미끼·포인트 바닥 상태도 고려해야 - 밤과 아침 포인트 달리하면 효과적
궁산지에서 낚시를 한 앞의 경우, 오후에 입질이 왔던 상류가 밤엔 왜 입질이 없었을까? 또 제방
에선 왜 밤에만 입질이 왔을까? 쉽게 생각하면 낮엔 얕은 수심에, 밤엔 깊은 수심에 붕어가 몰렸
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자세히 알아보면 정답을 알 수 있다. 제방에 앉은 두 명중에도 한 명은 40여 수를 낚
은데 반해 다른 한 명은 열 댓마리에 그쳤는데 이들 의 포인트는 다른 점이 있었다. 같은 3m 수
심의 제방권이었지만 바닥이 깨끗한 곳에 앉은 이는 많이, 그리고 무너미 근처 잔풀과 퇴적물
로 바닥이 다 소 지저분한 곳에서는 덜 낚인 것이다.
밤과 낮을 기점으로 상류와 제방이 조과 차를 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다. 즉, 두 곳 다 미끼로
떡밥을 썼을 때 바닥 상태에 따라 상류는 낮에, 제방은 밤에 입질이 온 것이다. 만약 미끼로 눈
에 잘 띄는 지렁이를 썼다면 상황은 또 달라졌을 것이다.
이처럼 수심이 같은 곳이라 할지라도 바닥상태나 미끼에 따라 낮과 밤의 조황이 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얕은 수심을 포인트로 정하고자 한다면 상류의 얕은 곳에 앉되, 바닥이 잔 수초 등으
로 지저분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미끼나 채비를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밤낚시는 통상 오후에 도착하여 그 다음날 오전까지 낚시를 하게 된다. 그러므로 초저녁∼아침
까지를 밤낚시의 중심 시간대라 볼 수 있다. 그런데 한밤과 아침의 낚시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
다. 오후에 입질하던 곳이 밤까지 계속 입질하기도 힘들고, 한밤에 짧은 대에 붙던 입질이 아침
에도 계속 짧은 대에 오기도 어렵다. 대부분의 저수지는 아침이 되면 수심이나 미끼, 대 의 길이
까지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날 오후에 잡았던 자리에서 똑같은 대와 미끼로 낚시를 한다면 밤낚시를
하는 내내 계속적으로 입질을 받기는 힘들다. 결국 수심이나 바닥 경사도 등이 다른 포인트로
한 번은 옮겨주는 게 바람직하다. 이는 새우나 지렁이 등 동물성 미끼를 쓸 경우 더욱 필요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