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개(石介)의 격사홀명(擊蛇笏銘)
석개(石介)는 중국 북송(北宋) 때의 학자로 자는 수도(守道). 연주(兗州) 봉부(奉符) 사람이다. 진사과(進士科)에 급제한 후 지방관으로 있다가 부모가 죽자 추라이 산(徂徠山) 밑에서 농사를 지으며 역(易)을 가르쳤다. 후에 국자감(國子監) 직강(直講)이 되자 따르는 학자들이 많아 이때부터 국자감이 점차 융성하게 되었다. 괴설중국론(怪說中國論)을 지어 불가(佛家)와 노가(老家)의 설(說)을 공격했고, 당감(唐鑑)을 지어 간신·환관·궁녀들의 폐단을 비판했다.(1005~1045)
여기서 홀(笏)이란 조정조회(朝廷朝會)에 입조(入朝)하는 대신들이 손에 드는 조각의 하나로 대나무로 만들어 그날의 회의 순서를 기록하기도하고, 지시하상을 비망록처럼 기록하는 대나무조각이다. 벼슬아치들은 보통 이 홀을 항상 소매 속에 넣어 지니고 다녔다. 여기서 격사홀(擊蛇笏)이란 말은 “뱀을 공격한 홀”이란 뜻이다. 본문을 다 읽은 뒤에 다시 풀이하겠다.
격사홀명(擊蛇笏銘-뱀을 공격한 홀에 대한 명)-석개(石介)
천지란 지극히 큰데, 그 사이에 사악한 기운이 끼어 흉악하고 포악한 짓을 하고 남을 상하게 하고 해치는 짓을 하는데도, 멋대로 행하도록 내버려 두어서 마치 천지가 이들을 양육하며 전혀 막지 않고 있는 것만 같다.
(天地至大 有邪氣干於其間 爲凶暴 爲殘賊 聽其肆行 如天地卵育之而莫禦也)
사람이 가장 영특한 존재인데, 간혹 특이한 물건들이 겉으로 나타나서 이상스럽고 괴이한 짓을 하고 음란하고 미혹된 짓을 하는데도, 그 이상한 단서를 내버려두어서, 마치 사람들이 이것들을 덮어주어 드러나지 않도록 해주는 것만 같다.
(人生最靈 或異類出於其表 爲妖怪 爲淫惑 信其異端 如人蔽覆之而莫露也)
상부(祥符) 연간에 영주의 천경관(天慶觀)에 요망한 뱀이 있었는데 매우 괴이하였다. 고을의 자사(刺史)는 하루에 두 번이나 그 마당으로 찾아가서 절하고, 사람들은 그것을 용이라 생각하여 온 고을 사람들이 안팎과 멀고 가까움을 가릴 것 없이 모두 그 문 앞으로 달려가 절하고, 공경스럽고 엄숙히 절하는 일을 누구도 감히 게을리 하지 않았다.
(祥符年 寧州天慶觀 有蛇妖 極怪異 郡刺史日兩至於其庭朝焉 人以爲龍 擧州人內外遠近 岡不駿奔於門以覲 恭莊肅祗 無敢怠者)
지금 용도대제(龍圖待制)벼슬의 공공(孔公)이 그 때 이 고장 자사의 막료로 일하고 있어서 그 곳 자사를 따라 천경관 마당에까지 따라갔었다. 공공이 말하기를, “밝으면 예악이 있고, 어두우면 귀신이 있다. 이 뱀은 속임수가 아니겠는가? 우리 백성들을 미혹시키고 우리 풍속을 어지럽히고 있으니 용서 않고 죽여야만 하겠다.”고 하면서 손에 들었던 홀로 뱀의 머리를 쳐서 그의 앞에서 죽이고 말았는데, 그 뱀은 아무런 이변도 드러내지 않았다. 고을의 자사와 안팎의 멀고 가까운 백성들이 몽매함으로부터 환하게 깨어나 푸른 하늘을 보고 밝은 해를 보듯 깨달았다. 그래서 뱀은 흉악하고 사람을 헤치는 짓을 멋대로 하지 못하고 요상함으로서 미혹시키는 일을 성공시키지 못하였다. 역경(易經)에 이르기를, “이런 까닭에 귀신의 실상을 알게 된다.” 하였는데, 공공을 두고 한 말인 듯하다.
(今龍圖待制孔公 時佐幕在是邦 亦隨郡刺史於其庭 公曰 明則有禮樂 幽則有鬼神 是蛇不以誣乎 惑吾民 亂吾俗 殺無赦 以手板 擊其首 遂斃於前 則蛇無異焉 郡刺史曁內 遠近庶民 昭然若發蒙 見靑天覩白日 故不能肆其凶殘 而成其妖惑 易曰 是故知鬼神之正裝 公之謂乎)
하늘과 땅 사이에는 순수하며 강직하고 지극하고 바른 기운이 있어서 혹은 물건에 뭉쳐지기도 하고 혹은 사람에게 뭉쳐져 있게도 된다. 사람에겐 죽음이 있고, 물건에는 다하는 때가 있으나, 이 기운만은 타오르듯 열망하지 않고 억만 년에 걸쳐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다
(夫天地間 有純剛至正之氣 或鍾於物 或鍾於人 人有死 物有盡 此氣不滅烈烈 彌亘億萬世而長在)
요임금 때에는 간사한 자를 가리키는 풀이 되었었고, 노나라 때에는 공자가 소정묘를 베는 칼날이 되었었고, 진나라와 제나라에 있어서는 동호와 남사의 붓이 되었었고, 한나라 무제 시대에는 동방삭의 창이 되었었고, 성제 때에는 주운의 칼이 되었고, 동한에 있어서는 장강의 수레바퀴가 되었었으며, 당나라에 있어서는 한유의 논불골표(論佛骨表)와 축악어문(逐鰐魚文)이 되었고, 또 단수실이 모반한 주차를 쳤던 홀이 되었는데, 지금 와서는 공공(孔公)의 격사홀(擊蛇笏)이 된 것이다.
(在堯時 爲指佞草 在魯 爲孔子誅少正 在晉在齊 爲董史筆 在漢武帝朝 爲東方朔戟 在成帝朝 爲朱雲劒 在東漢 爲張綱輪 在唐 爲韓愈論佛骨 逐鰐魚文 爲段太尉擊朱泚笏 今爲公擊蛇笏)
故佞人去(고녕인거) : 그래서, 간사한 자들이 떠나가
堯德聰(요덕총) : 요임금의 덕이 밝아졌고,
少正卯戮(소정묘륙) : 소정묘를 죽임으로써
孔法擧(공법거) : 공자의 법도가 드러났으며,
罪趙盾(죄조순) : 임금을 죽인 진나라 조순의 죄를 밝혀서
晉人懼(진인구) : 진나라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하고
辟崔子(벽최자) : 제나라 임금을 죽인 최저를 내침으로써
齊刑明(제형명) : 제나라의 형법이 밝아졌었다.
距董偃(거동언) : 한나라에 와서는 동언의 방자함을 막고
折張禹(절장우) : 장우의 간사함을 꺾었으며,
劾梁冀(핵량기) : 양기의 부정을 탄핵하여
漢室乂(한실예) : 한나라가 잘 다스려졌었다.
佛老微(불로미) : 한유로 말미암아 불교와 도교가 쇠약하여지자
聖道行(성도행) : 성인의 도리가 행하여지게 되었고,
鰐魚徙(악어사) : 악어가 도망가자
潮患息(조환식) : 조주의 환난이 없어졌으며,
朱泚傷(주차상) : 반란을 일으키려던 주차가 부상함으로써
唐朝振(당조진) : 당나라는 세력을 떨쳤으며,
怪蛇死(괴사사) : 괴이한 뱀이 죽자
妖氣散(요기산) : 요상한 기운이 흩어졌었다.
아아! 하늘과 땅은 순수하고 강직하고 지극하고 바른 기운을 공공의 홀에 모아 놓았으니, 어찌 한 마리 뱀만을 죽이는데 그치고 말겠는가? 궁전 섬돌 아래 임금을 속이고 백성들 중에서 부모의 뜻을 받들어 효도를 하는 백성을 속이는 자가 있으면
공공은 홀로 그를 지적할 것이다. 묘당 위에 현명함을 가리고 법을 어기고 기강을 어지럽히는 악한 행위를 덮어주는 자가 있다면 공공은 홀로 그를 물리칠 것이다. 조정안에 아첨하는 얼굴에 간사한 빛을 띄우고 사악한 자들에 붙어 올바름을 배반하는 자가 있다면 공공은 홀로 그를 칠 것이다.
(噫天地鍾純剛至正之氣 在公之笏 豈徒斃一蛇而已 軒陛之下 有罔上欺民 先意順旨者公以此笏指之 廟堂之上 有蔽賢蒙惡違法亂紀者 公以此笏麾之 朝廷之內 有諛容佞色附邪背正者 公以此笏擊之)
夫如是(부여시) : 그렇게 하면
則軒陛之下(칙헌폐지하) : 궁전 섬돌 아래
不仁者去(불인자거) : 어질지 못한 자들이 떠나게 될 것이고,
廟堂之上(묘당지상) : 묘당 위에는
無奸臣(무간신) : 간신이 없게 될 것이고,
朝廷之內(조정지내) : 조정안에는
無佞人(무녕인) : 간사한 위인이 없게 될 것이니,
則笏之功也(칙홀지공야) : 그것은 홀의 공로라 할 것이다.
豈止在一蛇(기지재일사) : 어찌 한 마리 뱀을 없애는 데에 그치겠는가?
公以笏爲任(공이홀위임) : 공공은 이 홀로써 책임을 수행하고,
笏得公而用(홀득공이용) : 홀은 공공을 만나 제대로 쓰이게 된 것이다.
公方爲朝廷正人(공방위조정정인) : 공공은 지금 조정의 올바른 사람이 되어있고,
笏方爲公之良器(홀방위공지량기) : 홀은 지금 공공의 훌륭한 연장이 되어 있다.
敢稱德于公(감칭덕우공) : 감히 공공과 덕을 대칭시키며
作笏銘曰(작홀명왈) : 다음과 같은 홀 명을 짓는다.
至正之氣(지정지기) : 지극히 올바른 기운
天地則有(천지칙유) :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데,
笏爲靈物(홀위령물) : 홀은 신령스런 물건
笏乃能受(홀내능수) : 홀이 그것을 받았네.
笏之爲物(홀지위물) : 홀이란 물건의 성질은
純剛正直(순강정직) : 순수하고 강직하여 바르고 곧은데
公惟正人(공유정인) : 공공은 올바른 사람이라
公乃能得(공내능득) : 공이 그것을 얻게 되었네.
笏之在公(홀지재공) : 홀은 공소에 있어서
能破淫妖(능파음요) : 음란함과 요사스러움을 깨뜨리고
公之在朝(공지재조) : 공은 조정에 있어서
讒人乃消(참인내소) : 남을 모함하는 자를 없애네.
靈氣未竭(령기미갈) : 신령스런 기운 다하지 않는다면
斯笏不折(사홀불절) : 이 홀 부러지는 일 없을 것
正道未亡(정도미망) : 바른 도리 없어지지 않는다면
斯笏不藏(사홀불장) : 이 홀 감추어지지 않으리라.
惟公寶之(유공보지) : 오직 공이 이를 보배로 간직했으니
烈烈其光(열열기광) : 훨훨 그 불빛 발하게 하리라
석개(石介)선생은 역학(易學)의 대가로 유교이외의 다른 학문을 배척한 분이다. 마음을 다스리고 행동함에 있어 공(公)과 사(私)를 엄격히 구분하고, 반드시 바른 길로 가도록 하라는 것이다.
“하늘과 땅(天地)이 비록 넓고 크지만, 그 안에 간사하고 흉포한 것들이 널려 있는 것은 마치 천지가 그들을 놓아길러서 그대로 놓아두는 것 같고. 만물 중에 사람이 가장 영특하다지만, 요망하고 음란하며 이단을 믿는 것을 보면 사람이 그 것들을 덮어주어서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 것 같다.“ 고 전제하고,
영주 땅에 있는 천경관(天慶觀)이란 곳에 요망한 뱀이 살았는데 그 고을 자사(刺史)로부터 모든 백성들이 뱀을 용이라 하고, 하루에 두 번씩 찾아가 절하고 공경하였다. 그 때 공공(孔公)이라는 사람이 자사를 따라가 뱀을 보고 말하기를 “밝은 곳에는 예(禮)가 있고, 어두운 곳에서는 귀신(鬼神)이 있다 했으니, 이 뱀은 용이 아니라 백성을 속이고 풍속을 어지럽히는 요물이다.” 하고 소매 속에서 홀(笏)을 꺼내어 뱀에게 내리쳐서 뱀을 죽였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과거 중국에서 당시에 각종폐단을 일으켰을 때, 현자가 나와서 해결했던 에를 들고, 그 결과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끝으로 홀에 대한 명(笏銘)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