牧童(목동)
유동양(柳東陽:?~?)
자는 무백(茂伯). 문화(文化) 사람
소를 몰고 가는 맨다리 아이
驅牛赤脚童 구우적각동
가을 산빛을 가득 이고가네
滿載秋山色 만재추산색
이랴! 이랴! 쑥대머리 긁으면서
叱叱搔蓬頭 질질소봉두
노래 부르며 돌아가는 길에 저녁달이 떠 있네
長歌歸月夕 장가귀월석
*
헐렁한 옷차림
봉두난발의 아이가 소를 타고
산으로 간다
소에게 풀을 먹이기 위해
온종일 소와 같이 있어야 한다
아직 가을에 성긴 풀이라도
소에게는 간절함이 있다
소를 풀어놓고 풍경(워낭) 소리가 땡그랑땡그랑 울리고
감나무 가지 하나를 빌려서 잠을 잔다
소나무는 옷에 송진이 묻어서
잠을 자기에는 감나무가 제격이다
한참을 자고나도 소는
주인 곁에서 멀리 떠나지 않는다
눈이 커서 그런지
겁이 많은 동물이다
“각자무치(角者無齒)”라는 말이 있다
‘뿔이 있는 짐승은 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누구에게나
각자의 복은 따로 있는 것이다
어릴 적에 소를 타고 산으로 들로
소띠기(소에게 풀을 먹이는 일)로 많이 다녔다
소의 특유의 노린내와
손등을 핥아 주는 소의 커다란 눈망울
소 똥 속에 숨어있는 쇠똥구리도 많이 잡았다
지금은 추억 속에서만 남아 있지만
소는 희생의 동물이다
인간은 소에게 커다란 빚을 지고 있다
다시 한번
모든 소들이 살아있을 동안이라도
아픔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