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새로운 밀레니엄,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용의 해 경진년(庚辰年)이다. 용(龍)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용과 유사하면서도 쥬라기 공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공룡이 생각난다. 거대한 몸집의 공룡은 긴 세월동안 지구를 지배하다가 6천5백만년 전인 백악기 말기에 한꺼번에 그 자취를 감췄다. 공룡이 일시에 사라진 것은 좁은 콧구멍으로 들여 마신 산소를 긴 몸의 구석구석까지 운반하는 물류(物流)기능은 탁월했지만, 색맹이어서 입체를 잘 인식하지 못했고, 또 고막이 바로 피부에 드러나 단순한 진동만을 감지하여 그 당시의 환경변화에 순응하는 속도가 느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시각과 청각 기능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었더라면 공룡은 분명 오늘의 거북이처럼 살아 있을 것 같다.
이처럼 하나의 생물도 보고 듣고 움직이는 제 기능이 균형을 이루어야 생존할 수 있듯이 한 사회도 부문간에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생명력이 있다. 다시말해 대학과 연구소와 기업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활력이 넘친다는 뜻이다. 고등교육과 학술연구를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나가는 ‘대학’과 이를 응용하여 미래기술이나 공공기술을 개발해 나가는 ‘연구소’, 그리고 경쟁력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나가는 ‘기업’이 협동의 차원을 넘어 공생의 필요성을 느껴 나갈 때 산학연 협력은 강화되어 나갈 것이다.
1. 지금은 공생차원의 산학연 협력을 추진할 때
일반적으로 대학은 기본적으로 ‘왜’라는 의구심을 해결하는 理由知(know-why)가 몸에 배어 있고, 연구소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目的知(know-what)를 지니고 있으며, 기업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아는 技術知(know-how)를 생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고 연계해 나가야 상승효과가 커지게 된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기에는 좀 이르지만 21세기는 비용과 품질의 경쟁에서 누가 먼저 값싸고 좋은 상품을 공급하느냐하는 “시간경쟁”과 더 나은 가치를 창조하려는 “가치경쟁”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대학의 미션은 인재를 양성하는 고등교육과 학술연구에서 이제는 기업과의 협력연구로 확대되어 가고 있으며 사회와 연계되지 않는 대학교육은 그 의미가 약해져 가고 있다.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대학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국내 대학도 “플러그 앤 플레이 세대”에 맞는 사이버 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기업과도 기술개발 손잡기를 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 이에 참여한 대학은 기업으로부터 자금과 현장경험을 지원 받아가며 연구를 하고 있고, 기업은 대학으로부터 필요한 기술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형태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산학연의 협력 중요성에 비추어 과학기술부는 지난 1996년 ‘협동연구개발촉진법’을 제정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연구가 산업과 직접 연계되도록 대덕연구단지관리법을 개정하여 대덕연구단지를 기존의 연구학원 중심에서 산학연 협동연구단지로 변화시키는 기틀을 마련하였고 이에 힘입어 금년부터는 연구결과를 실용화할 수 있는 시설이 입주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KAIST의 신기술창업지원단을 벤처보육 거점기관으로 육성해 나가는 등 대덕연구단지를 벤처창업의 전진기지 또는 창조의 전당으로 확대․운영해 나갈 계획으로도 있다.
뿐만아니라, 대학이 산업과 협동연구를 강화해 나가도록 하기 위해 이공계 교수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산업현장에 파견하거나 학·연·산 기술정보 교류회를 자율적으로 개최토록 지원하고 있으며, 국가 연구개발사업 추진시에는 연구기획단계에서부터 대학과 산업계 전문가의 참여 폭을 확대하여 협동연구가 확대되도록 하고 있고, 산학연이 보유한 고가의 연구기기도 공동으로 활용해 나갈 수 있도록 연구기자재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도 구축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실질적인 산학연간 인력교류가 미흡한 실정이어서 앞으로는 이러한 인력파견제도가 어느정도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해나가야 하겠다.
한마디로 지금은 산학연 사이에 막연한 협력관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공생의 관계가 필요한 것이다.
2. 21세기에는 앞질러 나가는 전략이 필요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두드러진 특징은 자본이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이 개인과 기업 그리고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고부가가치를 높이는 핵심이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술과 지식과 정보가 중요시되는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더욱 두드러져 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세기에는 어떤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물질을 자게 더 자게 쪼개가며 분석하는 기법이 주로 사용되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으나, 오늘날에는 작은 것도 많아지면 달라질 수 있다는 시스템적 접근이 강조되면서 과학과 과학, 과학과 기술간의 융합을 통해 어떤 현상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활발해 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의 21세기는 여러 분야의 지식이 종합되어야만 어떤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과학기술 합성의 시대’라고 말하고도 있다. 기계공학은 전자학과 결합하여 Mechatronics(전자기계학)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여 공작기계산업을 크게 변화시켜 가고 있고, 광학은 전자학과 융합한 Optronics(광전자학, optics + electronics)로 발전하여 광통신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으며, 생물학은 전자학과 맞나 Biotronics(생물전자학, biology + electronics)로 그리고 화학과 합성하여 생화학으로 발전해 나가는 등 과학과 과학간 합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인조피부를 만들기 위해 생명과학에 재료기술을 접목시킨 생체친화성 재료기술이 선을 보이고 있고, 초고속 컴퓨터 개발에 재료공학과 정보기술이 접목된 광컴퓨터 기술이 필요하게 되는 등 과학과 기술간 접목도 활발해 지고 있다.
또 오늘날에는 전파천문학자들이 하늘에 흐릿한 모습으로 숨어있는 별을 분석하기 위해 개발한 화상 재구성기법을 이제는 방사선학자들이 암세포를 찾아내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양전자방출 영상촬영(PET)에 쓰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천문학과 의학과의 멋진 만남으로 생각된다. 또 금융도 공학과 결합하여 금융공학으로 까지 발전해 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부문간 지식격차를 해소해 가면서 ‘과학과 과학’ 또는 ‘과학과 기술’의 합성물을 첨단기술에 잘 접목하여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고 가치있고 품질이 좋은 마인드웨어 상품등을 남보다 한발 앞서 일궈서 세계가 우리상품을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제는 모방을 통한 따라 잡기식 접근보다는 함께 경쟁하거나 앞질러 선도해 나가는 기술개발전략을 구사하여 미래 원천기술을 미리미리 쌓아 가야할 때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연구흐름에 맞춰 양성된 인력들이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지식을 확산시키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역할을 하여 국내 기술혁신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고급 과학기술인력 활용네트웍을 강화해 나가면서 산학연이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해 나가도록 세심한 지원과 관심을 보여 주어야 하겠다.
3. 고급 과학기술인력을 중소․벤처쪽으로 유동시켜야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연구업적을 남긴 곳과 수상한 기관이 다른 경우가 많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예로 벨연구소에서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윌리암 쇼클리(William Shockley)는 베크만사에서 노벨상을 수상했고, 존 바딘(John Bardeen)은 일리노이대학에서 노벨상을 수상했다. 또 아시아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11명중 6명은 미국에서 이룬 연구성과로 기초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았다.
이처럼 연구인력이 자연스럽게 산학연으로 흐르거나 국경을 넘나들게 되면 연구협력이 강화되고 또 자기가 하고싶은 본연의 연구의욕도 성취시켜 나갈 수 있어 과학기술 발전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산학연간 협동은 사람의 흐름이 가장 중요하고 또 효과적이라고 한다. 기업에서 오랜 현장경험을 지닌 기술자가 대학교수나 연구원이 되고, 대학교수가 기업이나 연구현장에서 일하며, 연구소의 연구원이 기업이나 대학에서 경험을 나눠 일하는 상호 교류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한국과학재단의 요청으로 대전대학교 에너지정책연구소가 조사․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공계 고급인력은 출연연구소와 기업에서 대학으로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학으로 이동하는 주된 이유로는 연구의 자율성과 사회적 대우를 들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이동한 후에는 연구비와 연구 투입시간이 감소되어 결국은 연구환경이 더 미흡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60~’85년까지 25년 기간동안 이공계 대학을 수석으로 입학한 사람들에게서도 그대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처음부터 교수로 채용된 사람은 25% 이었으나, 그 후 연구소에 채용된 연구원중 21.2%가 교수로 전업하였고, 또 기업에 채용된 회사원중 5.6%가 교수로 전환하여 현재는 15%나 늘어난 39.7%가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구원으로는 41.2%, 회사경영 및 임원으로는 11.8%가 활동하고 있다.
<표 1> 이공계 고급인력의 유동현황 분석결과
(단위 : %)
구 분
교 수
연 구 원
회사원
기타
소 계
당 초
25.0
48.5
26.5
-
100
현 재
39.7
41.2
11.8
7.3
100
부문간 과도한 이동은 연구분위기 측면에서 보면 부정적일 수도 있겠으나, 사회분위기에 맞는 적정한 이동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급인력이 어느 정도 이동되면 ‘대학’의 기초과학 연구는 더 활성화되고 산학협동이 촉진되며, 현장감과 응용력이 요구되는 ‘기업’은 전에 지녔던 경험을 기술의 실용화와 기술확산에 활용하여 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 있게되며, ‘연구소’는 기초연구능력이 보강되거나 현실을 직관하는 역량이 커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람직한 부문간 이동은 연구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 기업 → 출연(연) → 대학 → 벤쳐창업 형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고급인력의 점유비율이 점차 감소되어 가고는 있으나 아직도 국내 박사급 인력의 75%를 차지하고 있고, 약 10%의 박사급 인력을 보유한 기업은 상위 20개사의 대기업에 46.5%가 집중되어 있어 중소․벤쳐기업이 고급인력을 얻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박사급 인력의 약 51% 정도가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미국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음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우, 최근 기업연구소를 빠져 나오는 인력이 점차 감소('99. 3월 6.6% → 6월 3.2% → 9월 4.8%)되어 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이들 중 70~80%는 다시 취업('99. 3월 71% → 6월 77% → 9월 79%)으로 이어져 전체의 약 3% 정도만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책방향은 고급인력이 집중된 대학의 기초연구를 활성화시켜 나가는 시책을 계속 꾸준히 추진해 나가되, 고급인력의 효율적 활용차원에서 대학의 고급인력이 기업부문 특히 중소․벤쳐기업으로 많이 이동하도록 인력유동 촉진노력을 병행해 나가야 할 것 같다.
<표 2> 이공계 박사급 고급인력의 유동현황
(단위 : 명)
구 분
대 학
기 업
연 구 소
소 계
한국
‘87년
8,976
(78.4%)
467
(4.1%)
2,012
(17.5%)
11,455
‘97년
28,529
(75.4%)
4,082
(10.6%)
5,248
(14.4%)
37,859
미국(‘95년)
26,900
(51.6%)
19,500
(37.4%)
5,700
(10.9%)
52,100
이런 점에서 과학기술부에서는 고급인력의 경력경로 등을 추적하여 부문간 연계가 이루어 지도록 고급 과학기술인력 D/B를 구축․운영해 오고 있는 데, 앞으로는 능력있는 인력이 산업현장에서 기술자문등을 해줄 수 있도록 부문별로 중요인력을 별도로 관리하는 Pannel D/B의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4. 미취업․실직 고급 과학기술인력의 연구력도 유지시켜 나가야
최근 경기가 점차 회복되면서 고급인력의 신규채용이 늘어나 금년에는 지난해 보다 자연계 석․박사의 미취업율이 감소되고 있고, 기업의 연구인력 실직율 또한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도 미취업과 실직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어간다 하더라도 기업등 산업계의 인력수요가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어 당분간은 어렵게 양성된 고급과학기술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체 실업의 고통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과학기술부에서는 고급과학기술인력의 연구 잠재력을 향상시키고 이들을 취업과 연계시켜 나가기 위하여 고급과학기술인력활용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표 3> 미취업․실직 고급인력 지원실적 및 계획
(단위 : 명, 억원)
구 분
‘99년
2000년
비 고
인원
예산
인원
예산
○인턴연구원
2,349
201
1,000
100
․석․박사
○과학기술지원단
802
40
400
20
․실직인력
○과학문화지원단
381
10
-
-
합 계
3,532
251
1,400
120
취업하지 못한 이공계 석박사 인력은 연구사업의 연구보조인력인 인턴연구원으로 활용하고, 실직한 고급과학기술인력은 기업의 기술지원을 돕도록 과학기술지원단 형태 등으로 활용해 오고 있는 데, 지난 ‘98년에는 2,444명(160억)을 지원하여 931명이 취업되었고, ’99년에는 3,500여명(251억)을 지원하여 지난달 까지 684명이 취업하였으며, 금년에는 120억원을 투입하여 인턴연구원지원사업과 과학기술지원단 활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고급 과학기술 인력은 자질이 매우 높기 때문에 활용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취업되기도 하는 데, 지원종료 후에는 약 45%가 취업과 연계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을 활용해본 기관에서 당장은 어렵지만 언젠가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우리회사로 모시겠다거나 인턴연구원이 현장기술개발에 큰 도움을 주고 있어 계속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해 오는 중소․벤처기업 등이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지원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과학기술부에서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고급인력에 대해서는 지난해 5월부터 인터넷에 운영중인 “고급두뇌 채용마당”을 통해 취업을 계속 지원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의 문제는 우리가 기술선진국이 되기 위한 미래원천기술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 산학연을 얼마큼 잘 활용해 나가며, 특히 고급 과학기술인력들이 유연하게 유동해 나가도록 어떻게 인력유동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느냐에 따라 우리사회가 활력을 띨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제 산학연의 협력은 외형적으로만 보여주는 보기 좋은 협동의 차원이 아니라 다함께 살아가는 길이 오직 이길 뿐이라는 공생인식을 갖고 서로 협동하고 협력해 나가야 하겠다.
<참고문헌>
1. 대학 수석입학자 추적연구, 과학재단(충남대 김언주), 1999.11
2. 이공계 고급인력의 흐름분석 및 고급인력의 활용에 관한 조사, 과학재단(대전대학교 이창기), 19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