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터 지킴이
김 시 종
청명한 날씨다. 하늘은 맑고 푸르다.
푸른 하늘은 자꾸만 멀어지는 듯하다. 두둥실 떠있는 뭉게구름은 바람을 타고 춤을 추듯 세월 가듯이 흘러간다. 요사이 한낮은 무더운 여름 같은 날씨다. 봄인가 싶더니 벌써 여름이 닥친 모양이다. 오늘 일기 예보는 31도라 했다. 대구 사람은 봄 같은 봄을 즐기지 못하는 듯하다. 봄인가 생각되면 어느새 여름이 다가온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지각 변동이 심한 듯하였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 하더니 초목에도 생기가 넘치듯 하루가 달라 보였다. 생태계의 모든 변화가 대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싶다. 새로운 생명력을 지닌 초목이 산천을 녹색 물감을 드리운 듯 싱그럽기도 했다.
5월은 장미의 계절이라 하더니 곱게 물든 장미꽃은 바람결에 출렁거리며 길손의 눈길을 유혹하는 듯하였다.
나는 동창이 밝아오면 출근을 서두른다. 초등학교 정문 옆 경사진 교차로에 간다. 등교하는 아동들의 등굣길을 도와준다. 아침마다 녹색 어머니와 교통 봉사가 일과의 시작이다. 어린 아동의 교통사고 예방과 신호등 지키기를 지도한다. 학년 반별로 번갈아 나오는 도우미 학부모를 위해 근무 위치를 지정해 주는 것도 나의 몫이다. 등교 시간이 끝날 때가 되면 학부형은 철수시킨다. 혹시라도 지각생이나 원아(園兒)의 안전을 위해 나는 연장 근무를 한다.
교통 봉사가 끝나면 교문을 채운다. 정문의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한 학교 측의 방침이다. 잠시 틈을 내어 교문 일원과 운동장 등지에 환경 정리가 끝나면 학생 안전 보호실인 배움터 지킴이 초소로 돌아간다.
아침마다 반복되는 봉사이지만 근무 장소는 변동이 없다. 정문 앞 도로는 도시 외곽도로와 서대구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진입로와 인접해 있는 교차로다. 아침 출근 시간이나 눈 내리는 날은 더욱 복잡하고 교통량이 폭주한다. 00초등학교에 배움터 지킴이로 봉사한 지 3년이란 세월이 접어들지만, 지금까지 교통사고는 없었다. 이곳 교차로는 교통신호 체제가 다른 교차로와 다르다, 타 교차로에 없는 대각선 건널목이 추가되어 있다. 대구지방 경찰청에서는 도심에 교통량이 많고 학교 인근 교차로 5개소를 선정하여 시범적으로 운용하는 교차로다.
우리나라도 비엔나 협약에 가입된 국가로 국제협약을 준수하고, 선진화된 교통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듯하다. 차량 진행 신호가 터지면 모든 건널목 신호등에 적색 불이 켜진다. 보행자는 누구도 건널목에 진입할 수 없다. 보행 신호가 들어오면 동서남북 각 방향의 차량이 일시에 정지 신호를 받은 신호 체제다.
대구에서는 2011년 3월부터 국제 신호 체제 시행을 앞두고 교통 시설물 보완이 필요했다. 나는 지난 공직 생활의 경륜과 인맥을 통한 노력으로 가장 먼저 시설물 설치를 했었다. 교통 시설물 작업이 끝난 후 작업 인부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기뻤다. “이곳보다 더 급한 교차로가 있었는데 올해에 제일 먼저 설치했다”고 하였다.
나는 냉전 시대 경찰에 입문하여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과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였고, 영광스럽게도 모범 공무원으로 퇴임하였다. 과거에는 경찰로 퇴직하면 사회 참여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경찰 출신이라 하면 사회로부터 냉대가 심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형상이 많이 달라졌다. 산업의 발달과 사회 변천에 따라 생활 양상이 많이 변모했다. 기초 질서는 무너졌고, 학교 폭력과 성폭행 등으로 치안의 사각지대가 증가하는 모양새가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생활이 풍요해 짐에 따라 성 문화가 문란해졌다. 어린 아동을 대상으로 범법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유교사상이 붕괴하고, 핵가족 제도가 정착화된 현실에 어린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심각한 문젯거리가 되고 있다.
내가 봉직하는 00 초등학교 역시 몇 해 전까지만 하여도 문제점이 있었던 학교라 했다. 학교 주변에 공원이 3개소나 있어 불량 청소년이 출입이 빈번했지만, 재향경우회의 아동 안전 지킴이 활동과 담당 지구대의 예방 순찰로 이제는 사소한 사건 사고가 없어졌다. 학교의 교육 방침도 달라졌었다. 주입식 교육이 체험 학습을 통한 인성 교육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듯했다. 체험 교육을 통한 아동들 사이에 소통과 친화로 왕따란 언어가 사라졌다.
나는 수업 시간이 끝날 때마다 복도나 취약지로 추정되는 장소를 순찰하면서 아동들을 유심히 살핀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기초체력이 부족한 탓으로 비만 아동이 증가하는 듯했다.
내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운동장도 협소하고, 체육 시간도 많이 부족한 듯했다. 아동의 체력 향상과 학업에 도움이 될 좋은 방안이 없을까 싶어 고심해 보았다. 어느 날 오후 내 생각을 교감 선생님께 건의하였더니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씀하셨다. 우선 운동장이 좁고 협소하니 고학년(4, 5, 6)부터 참여키로 했다. 아침 등교 시간을 이용하여 경쾌한 교내 방송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책가방을 메고 걷기가 쑥스러운 듯 참가 아동이 적었으나 지금은 교내 생활의 시작이 걷기운동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이제는 저학년(1, 2, 3)의 대다수가 참여하고 있다. 몇 개월이 지난 후 00초등학교 걷기 운동에 대한 사진과 기사가 대구일간지에 보도된 바 있었다. 학교 당국이나 아이들도 기쁘고 만족스러운 듯하였다. 어느 날 교통 봉사를 마치고 정문 위에 펄럭이는 현수막을 보았다.
2012년 교육청에서 실시한 학교 평가에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우수상과 학습 부진 학생 책임지도 최우수 학교로 선정되는 등 각종 경연 대회에서 아동들의 두각을 나타낸 자랑거리를 현수막을 통해 보았다.
나의 보잘것없는 봉사가 아동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되니 봉사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참 다운 희생정신이 우리 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꾸민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감에 젖어드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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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구문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 松 鶴 金 時 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