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0일 토요일,
여덟 시 전에 나름 중무장을 하고 집에서 나오니 바깥의 날씨는 잔뜩 흐렸다.
버스를 타고 청담역 앞에서 내려 지하철 7호선을 타고 태릉입구역에서 내려
지하철 6호선을 갈아 타고 한 정거장 지나 화랑대역에서 내려 바깥으로 나오니
친구들과 만나기로 미리 약속한 시간인 아홉 시보다 무려 20분은 더 이른 모양이다.
어제 동생과 함께 한 온 가족들의 저녁식사 자리가 있었고, 그 동안 안팎으로
아이들 학교 문제로 조금은 무거웠던 분위기가 나름대로 정리도 되었고 해서인가
술을 제법 마셨음에도 한결 산행을 나서는 발걸음을 가볍고 쉽게 했다.
잠시 기다리면서 그냥 동네 주위 사진 몇 커트 담았다.
몇 달을 별러서 이제야 겨우 실행에 옮기게 된 명성산(鳴聲山)행이다.
그것도 외국계 회사 사장님과의 부부동반 저녁약속으로 ㄴ은 불참을 하게 되었고.
오늘따라 어쩌면 그렇게들 시간을 잘 지키는지, 아홉 시 조금 전에
지하철로 온 ㄱ을 만나 인사를 나누기가 무섭게 차를 가지고 온 ㅅ이 소리쳐 부른다.
셋이 함께 ㅅ의 카렌스를 타고 드디어 제대로 된 출발이다.
태능을 지나 47번 국도를 타고 북으로 북으로 올라갔다.
남양주 진접신도시 택지개발지구를 지나면서 ㄱ은 사둔 땅을 이야기했고.
퇴계원-진잡-내촌-화현-일동-장암-이동에서 왼쪽으로 316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잠시 가파른 길을 넘었다. 살짝 진눈깨비라도 있었는지 길이 조심스럽다.
잠시 밀리는 듯 했지만 길은 좋았고 열시 반쯤이 되어서,
산정호수 관광지에 닿자 입구에서 주차비로 1,500원을 받는다.
어딜 가나 입장료, 관람료 등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山井湖水 - 산중에 묻혀있는 우물같은 호수라는 이름이란다.
길 양편으로 '눈썰매장 개장'이라는 광고 깃발이 요란하게 휘날리고 있었고
바로 길 옆이라 그런가 아이들 노는 소리가 왁자하게 들어왔다.
오전에 눈,비 잠깐의 예보도 있고 해서 한편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워낙 이즈음의 풀린 날씨를 믿고 그냥 오르는 것으로 했다.
초입의 상점에서 김밥이 없어 컵라면과 막걸리, 귤을 조금 사서 담았고.
입구에 늘어선 모텔, 펜션을 지나고
막 오르는 길을 접어들어 비선폭포 옆으로 생뚱맞은 발마사지 도로를 꾸며 놓고
천하대장군과 지하대장군 두 장승이 우리를 맞는다.
누구일까, 산행을 나서다 신발을 벗어놓고 발마사지를 즐기려는 이들은.
지난 한 동안 영상의 따뜻한 날씨와 한두 차례 비도 있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북쪽의 높은 산이라 그런가 군데군데 잔설과 얼음이 눈에 띄었다.
금세 등룡폭포에 닿았고 쉼터에 서서 잠시 폭포 구경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다시 채비를 하고 그렇게 조금 더 오르며 따뜻한 커피를 한 잔 하면서 귤을 하나씩 까 먹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허연 것이 흩날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제법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가볍게 시작한 눈이 시간이 지나면서 바로 2~3 미터 앞의 시야도 가릴 정도였다.
옷에 바로 닿는 부분이 먼저 녹으면서 옷과 배낭이 다 젖어들었다.
사진을 찍느라 카메라를 넣다 뺐다 하면서 주머니 속에도 눈이 들었다.
그러면서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어느새 벌써 겨울을 얼추 다 보내고 있음에도 드러난 억새밭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렇게 약수터도 그냥 지나치고 억새밭을 삼각으로 돌아 더 올라갔다.
그대로 눈길을 걸어 열두 시 반이 넘어서 눈꽃이 가득한 억새꽃밭에 도착을 했다.
그 위로 팔각정이 있었고, 명성산의 표지석이 있어 정상으로 보일 수도 있었겠다.
그래서 일부러 사진도 찍었고 일단 멈추어 점심을 먹으면서 상황을 보았다.
홀로 산행을 하던 아저씨가 내려가면서 그만 하산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남기고 간 인절미의 맛 하며, 컵라면과 이동막걸리?k 먹고 마시고 하면서 잠시.
이곳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산정호수의 모습이 아주 좋았을 텐데 너무 아쉽다.
점심을 다 마칠 때까지도 시야는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더 이상의 등산을 포기하고 한 시쯤 하산을 결심하고 길을 내려섰다.
미끄러울 것을 예상하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다지 심한 것은 없었고
한 반쯤이나 내려왔나, 어느 틈에 날은 밝게 개이고 있었다.
어쩌랴, 다시 돌아 오를 수도 없겠고, 거기까지가 한계인 것을.
세 시쯤 되어 출발을 한 입구에 다시 내려와 차에 짐을 챙겨 넣어두고서
산정호수 공원 - 놀이동산과 조각공원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놀이동산 '타가디스코'의 방정맞음과 조각공원 돌과 금속류의 차가운 정물들.
얼음이 덮힌 호수가로는 산뜻하게 치장을 한 오리보트들이 꿈쩍을 못하고 모여 매여 있었다.
소시적 학창시절에 한두 번 와 보았음에 틀림이 없겠으련만
어쩌면 그렇게도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 없던지 모든 것이 다 너무 새로웠다.
길모퉁이 포장마차에서 오뎅과 군밤을 사 먹었다.
그냥 돌아가기가 무엇해 차를 타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포장도로가 끝나고 그냥 흙길로 남아있는 산안고개 하산코스까지 가 보았다.
멀리 높이 눈덮힌 명성산의 제대로 된 봉우리들의 모습이 정말 보기좋게 다가왔다.
마음 속으로 좋은 날 잡아 꼭 한 번 다시 오리라 하고 다짐을 했다.
네 시가 조금 안되어 우리는 서울을 향해 차를 달리기 시작했다.
316번 국도를 동으로 조금 더 달리다 문암에서 43번 국도를 타고 남으로 향했다.
포천-송우리-의정부를 지나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청량리로 나왔다.
저녁이 되면서 길은 제법 밀렸고 ㄱ은 좁은 차안에 오래 있는 것을 많이 힘들어 했다.
동대문으로 와 ㄱ과 먼저 차를 내리고 ㅅ은 집에 차를 두고 함께 하기로 했다.
동대문운동장 뒤, 팔도풍물먹거리 장터,
몇 바퀴를 돌다가 들어가 앉았는데 먹거리 고르기가 그다지 쉽지를 않다.
겨우 머뭇머뭇거리다 돼지껍데기와 양미리 구이를 시켜 소주를 마셨고,
한참을 있다가 주인 아주머니 추천으로 나중에 오징어 숙회를 하나 더 시켰다.
처음 먹어본다는 먹거리에 엽기적이라는 둥, 두 사람 불만이 가득했다.
대충 마무리를 하고 바깥으로 나와 다시 대로변의 밝은 포장마차에 들어가
따뜻한 잔치국수와 안주를 놓고 간단히 한 잔을 더했다.
정녕 이럴 줄 알았으면 갈비와 막걸리로 유명한 산정호수, 이동 그 곳에서
그냥 제대로 뒤풀이를 하고 왔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정말 아쉬웠다.
아쉬우나마 거기까지만 하고 그렇게 헤어지기로 했다.
아홉 시가 채 안 되었나.
동대문운동장역에서 4호선을 타고 한 정거장을 가 충무로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
대치역에서 내려 터덜터덜 집으로 홀로 돌아왔다.
식구들에게 자랑스럽게 눈 덮힌 산 이야기와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
마침 진행하는 TV주말극 '하얀거탑'을 보는 것으로 그렇게 긴 하루를 마감했다.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가을 억새로 유명한 그 명성산이 그기에 있었군요..
위 그림 중 한개를 슬쩍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누구 아무도 본 이가 없나? ...아이씨~~ 왜 맨날 맨 아래 사진은 먹는 사진..........묵고 잡은디~~~~~~ 무봐라 한마디 하는 법도 엄씨~~~~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