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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의 '온몸투혼'정신
“Stay Hungry, Stay Humble”
김종호: 美 온누리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
어쩌면 테니스황제 라파엘 나달이라고 고쳐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라파엘 나달이 윔블던 6연패를 노리던 로저 패더러를 굴복시키고 새로운 챔피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며칠전 테니스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명승부가 있었습니다. 해설자 존 맥켄로는 “이 경기를 보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행운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테니스 역사상 한 명의 최고의 선수 로저 페더러와 프랑스 오픈을 3년 연속 제패하고 윔블던까지 점령하려고 분투한 신예 나달이 윔블던 센터 코트에서 대결한 이 경기는, 두 사람의 피할 수 없는 만남이며, 경기의 질과 묘기, 극적인 승부를 포함하여 테니스를 즐기는 팬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해 준 영원히 기록될 경기였습니다. 로저 패더러의 윔블던 6연패라는 역사적 순간을 보려던 팬들은 실망시켰으나, 차세대 황제 나달의 강인함과 기량 및 정신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주었습니다.
제가 정확히 1년전에 5연패를 달성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에 대하여 썼는데, 오늘은 그 속편에 해당되는 셈입니다. 저는 패더러가 지난 6월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에게 힘없이 졌으므로, 그 한풀이를 하듯 나달에게 무난히 이겨 6연패를 달성하리라 기대했습니다. 윔블던 잔디 코트에서 그는 2002년 이후 져 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존 매켄로의 해설대로 “테니스 역사상 단 한 명의 선수를 고르라면 (the tennis player) 그것은 로저 페더러다”라고 말한대로 입니다. 그의 동작의 우아함과 파워와 기교는 감탄사를 나오게 합니다. 그런 그가 무려 5시간을 끄는 5세트 경기에서 라파엘 나달의 터프함와 기량에 무릎을 꿇은 것입니다. 마지막 포인트를 내 주기 전에 그의 얼굴에서 정신력으로 나달에게 패한 모습이 화면에 살짝 보였습니다. 상대의 강인함에 두려움을 느낀 것입니다. 패더러가 26살, 나달은 22살이니 체력이 조금 낫다고 할까요? 아니면 스핀을 최고로 넣어서 아주 까다로운 공을 구석 구석 사력을 다해 쉴 새 없이 쳐대는 도전자에게 질린 것일까요?
테니스는 상대방의 공을 내 손에 맞아 느끼게 되고, 되쳐내는 난타전이기 때문에 복싱과도 같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경기는, 어린 시절부터 생생하게 기억하는 알리와 조 프레이져의 헤비급 매치를 보는 듯했습니다. 조 프레이져의 터프함에 알리는 결국 굴복하고 말았지요.
나달이 1년동안 그렇게 빨리 성장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3번씩이나 윔블던에서 페더러의 챔피언 등극의 제물이 되었는데, 지난 6월달에 클레이코트 프랑스 오픈을 3년 연속 제패한 후에, 자신의 약점이라고 지적된 잔디코트 윔블던을 이기려고 부단한 노력을 한 것입니다. 그의 정신력은 황제를 압도했습니다. 처음으로 준우승자 은접시를 받은 로저 페더러는 패배의 쓰라림을 다 감추지는 못했고, 존 메켄로와 인터뷰 도중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습니다. 그의 눈물 속에는, 그가 제패하지 못한 프랑스 오픈을 기어이 이겨 보려고 결연한 자세로 임했건만 나달에게 무참히 패한 후에, 자신이 유리하다고 평가되던 윔블던에서 마침내 패한 쓰라림을 가누지 못해서 일 것입니다. 어쩌면 자신의 챔피언 등극에 제물이 된 많은 선수들의 눈물을 한꺼번에 느꼈을 것입니다. 이 모두는 승부의 기쁨과 쓰라림이라서, 인생 그 자체이고 삶의 마라톤이기도 합니다. 영원한 승자도 없고, 기록은 반드시 깨지기 위해서 있다고 했으니, 승부가 끝난 후에는 신사의 도를 지키고, 서운함은 감추고 축하를 나누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패더러와 나달은 서로를 위대한 선수라고 칭찬하는 모습은 제게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나달은 경기 중 그토록 질긴 투사같았는데, 그의 말투는 매우 귀엽고 겸손한 22살 젊은이의 모습이었습니다. 나달은 그의 코치를 맡고 있는 삼촌에게서 테니스 선수로서의 정신력을 잘 배웠다고 합니다. 그의 삼촌이 그에게 준 모토는 “Stay Hungry, Stay Humble” 이라고 합니다. 낮은 기준에 만족하지 말고 바를 더 높게 올려서 목표를 향하여 노력해야 하고, 정상에 오르더라도 결코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만 챔피언이 되는 것일 겝니다. 위기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를 회복하는 정신력은 실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러시아의 출중한 선수 마라트 사핀은 로저 페더러를 이긴 적도 있는 훌륭한 선수인데, 얼굴이 좀 어둡고, 잘 안 풀리면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경기를 망칩니다. 그래서 그의 별명을 “Moody Marat” 라고 합니다. 기분에 따라 실력이 좌우되는 마라트. 그것은 극복해야 할 장애입니다.
존 메켄로가 두 선수에게 “테니스 선수로서 감사하다” 라고 말한 바대로, 드라마를 연출해 준 두 선수에게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그들 귀에 들리지 않겠지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던진 명승부를 통하여, “Stay Hungry, Stay Humble” 를 가르쳐 준 두 선수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겸손은 최고의 미덕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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