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행이란 착하고 어진 행실을 말한다. 간혹 자신의 연예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일회성 선행을 과시하는 연예인도 있지만, 가수 박상민(45)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남모르게 선행을 실천해온 경우라 더욱 빛을 발한다. 그의 스케줄 중 절반 이상은 돈을 받지 않는 무료 행사다. 더욱이 그 행사에서마저 불우한 아이들이 눈에 띄면 되레 주머니에 든 것을 다 털어주고 오는 일이 부지기수다.
“주변에선 ‘이젠 형도 돈 좀 모으고 제 몫도 챙겨라’며 야단이지만 흘려듣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소아암 환자들에게 수년 동안 치료비를 후원하고 있고, 격투기 홍보대사를 하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운동하는 선수들을 돕고 있어요. 최근 2년여 만에 12곡으로 꽉 채운 12집을 발표했는데, 이번 앨범의 수익금 일부를 불우이웃돕기에 내놓을 생각이에요.”
박상민에게 기부는 습관이요, 생활이다. 어느덧 ‘기부 천사’라는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런 평가가 ‘가수 박상민’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오죽했으면 지인들이 충언이랍시고, 기부 자제를 요청했을까.
“이런 성격은 부모님에게서 나왔어요. 부모님은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 기쁨을 감추지 않으세요. 그런 부모님을 보고 있으면 어느 때보다도 짜릿함을 느껴요.”
오랫동안 농사와 채소 장사를 겸해온 그의 부모님은 지금도 수확량의 절반을 양로원 등에 나눠주고 있다. 박상민 역시 스스로 나서서 선행할 곳을 찾아다닌다. 자신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면 매니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연락한다. 그를 잘 아는 이벤트 기획자는 “2005년 한 경찰관의 딸이 간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다. 만만치 않은 수술비 때문에 몇몇이 모여 이벤트 공연을 준비한 적이 있다”며 “이 소식을 들은 박상민이 직접 전화를 걸어 무대에 오르겠다고 했고, 공연 중 목걸이 몇 개를 경매해 수술비에 보탰다”고 귀띔했다. 이 일화는 그가 해온 숱한 선행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

박상민이 12집 앨범에 “노래 잘하는 가수보다는 사람 냄새가 나는, 정이 많아서 인간미 넘치는 박상민으로 다가가겠다”고 밝혀놓았듯이 그는 사람 냄새 폴폴 나는 가수임에 틀림없다. 작은 것이라도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했던 아버지의 유전자를 그대로 닮은 그는 효성도 극진하다.
그가 선행에 가속을 붙인 것도 아버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의 아버지는 최근 암으로 큰 수술을 받으면서 부쩍 늙었다고 한다. 그의 선행 이면에는 “좋은 일로 아버지를 기쁘게 해서 건강을 되찾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는 듯하다”는 것이 지인들의 전언이다.
16년간 봉사와 기부를 하면서도 박상민의 선행은 최근에야 알려졌다. 묵묵히 십수 년을 이어온 일이니, 그의 본심이 무엇인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세상 역시 그의 선행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점이다.
박상민의 소속사인 팍스뮤직 관계자는 “12집을 구입하겠다는 주문이 경기 지역의 각 관공서와 화장품업체, 리조트업체, IT업체 등에서 단체로 들어오고 있다. 적게는 수천 장에서 많게는 수만 장씩 주문하고 있다. 박상민의 팬 층이 10~40대로 두꺼운 데다 앨범 수익금 일부를 불우이웃돕기에 내놓는다는 말에 판매에 가속이 붙은 듯하다”고 말했다.
여기엔 수록곡에 대한 관심도 한몫했다. 이번 앨범 수록곡 중 ‘웃자’ ‘긍정의 힘’ ‘Stand up’은 힘내자는 뜻을 담고 있다. 경제위기를 맞아 어깨가 무거운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특히 ‘긍정의 힘’은 미국 레이크우드교회 담임목사인 조엘 오스틴의 저서 <긍정의 힘>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최근 유명 인사들의 잇따른 자살 소식에 충격에 빠진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노래다.
이 때문인지 박상민의 이번 앨범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그는 “12집에는 뻔한 사랑 이야기보다 세상살이, 부모님, 자연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뤘다. 언제나 앨범이 나오면 뭔가 빠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모든 걸 다 녹여낸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팬 서비스도 숨어 있다. 12집 앨범에 투명 안경을 낀 박상민의 사진이 한 장 들어있는 것. 박상민은 그 사진에 대해 “선글라스를 벗으면 벌거벗은 기분이 된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그가 선글라스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대답은 간단하다. “강한 이미지가 사라질까봐 두렵고, 선글라스를 끼면 노래가 더 잘 나온다”는 것.
세상의 멍울진 곳을 어루만지는 그이지만 자신의 앞가림엔 젬병인 모양이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아직 싱글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독신주의자? 이에 박상민이 발끈한다.
“저도 여자를 좋아하는 정상적인 남자예요. 일에 빠져 살다보니 이 나이가 됐습니다. 이제 주위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 일만 남았어요.”
지난 16년 동안 꾸준히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행을 실천해온 ‘기부 천사’ 박상민. 그의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을 사로잡을 ‘그녀’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글·강석봉 스포츠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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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동입니다,, 선글래스안에서 다시 깊고 깊은 사랑의 샘을 만들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