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도 여전히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그 뜨거운 태양도 젊음을 어쩌지는 못했습니다.
공주에서 대학 다닐 때의 일입니다. 사는 게 좀 싱거웠습니다. 뭔가 화끈한 일을 이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연결된 곳이 대평리에서 십리나 더 들어가야 하는 원봉리라는 곳이었습니다. 그땐 버스도 가지 않는 하늘 아래 오지 동네였습니다. 여름 방학을 그 곳에서 불태우면서 지냈습니다.
낮에는 길을 닦았습니다. 밤에는 아이들을 학교에 모아 놓고 성경도 가르치고 동화도 들려주었습니다. 30년 전 일이지만 기억은 생생합니다.
저는 옛날이야기에 좀 소질이 있었습니다. 교실 한 칸을 빌리고 어스름한 호롱불 하나 걸어 두었습니다. 그땐 그 시골에도 아이들이 수북했습니다. 교실 한 칸이 꽉 찼습니다. 밀짚모자를 쓰고 성경이야기를 해 주면 아이들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초롱거리는 눈알들이 빠져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아마 선풍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정없이 뿜어져 나오는 다양한 냄새였습니다. 교실 한 칸에 수 십 명의 꼬맹이들이 들어찼으니 발 냄새, 땀 냄새, 하여튼 희한하고 야리 꼬리한 냄새들이 진동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화생방 실험이라도 하면 야단이 났습니다. 한 놈 두 놈 코를 잡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다가 꼭 한마디 거드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거 영식이 꺼다.”
“맞다, 맞아.”
그러면 영식이 근처에 있는 아이들은 혼비백산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방귀에도 색깔이 있으며 그 걸 아이들끼리는 훤히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거시기가 다 달랐습니다.
고구마 먹고 온 아이가 발사한 것, 무밥 먹고 온 아이가 내 질러 버린 것, 보리밥 등등.
종종 한꺼번에 실험을 여러 놈이 해 버려서 혼동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땐 엉뚱한 녀석이 누명을 씌우는 실수를 해서 주먹질이 오가기도 했지만 어떤 넉살 좋은 놈은 아예 연발로 요란한 소리를 내서 한바탕 웃음바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간식이 나오면 아이들은 아주 조용해졌습니다. 뭐라도 먹을 것이 있으면 그저 감사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어른이 되었을 것입니다.
숙소는 어느 할아버지네 사랑방을 사용했습니다. 모기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모깃불을 피워 놨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 놈들도 오랜 만에 포식을 하는 모양입니다.
낮에는 복숭아 밭 밑에 있는 콩밭 풀매는 작업을 했습니다. 땀이 강같이 흘렀습니다. 그 와중에도 저는 어느 여학생 근처를 맴돌았습니다. 나중에 사진을 찾아보니 거기에 증거가 나와 있었습니다. 그 여학생 혼자 찍은 사진까지 다 찾았습니다. 그땐 완전히 그녀에게 마음을 홀랑 뺏겼었습니다. 그 여자 그땐 정말 순진했는데 요즘은 아주 쎄졌습니다.
얼마 전에 다시 그 원봉리를 찾았습니다. 행정도시가 온다고 이제 사라져 버릴 모양입니다. 그래도 예배당 하나 의젓하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스치는 바람결에 미소가 흘렀습니다.
종종 편한 것 보다 행복한 것이 뭘까를 생각합니다. 흘리는 땀이 보람이기를 소원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목사님께서 "첫사랑 로맨스" 말씀을 자주 하시네요. 오히려 성도님들이 '사모님' 눈치를 보게되네요. 말씀 끝에 "지금 같이 사는 여자입니다." 하시면 "후유~" 하고, "그 때 그 여자분이랑 잘됐으면~" 하시면 "저걸 어쩌나.." 하지요. 목사님 로맨틱한 감성은 여전하십니다. ㅎㅎ 주일까지 '무사'(?) 하시길..ㅋ
첫댓글 목사님의 옛 추억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녀..] 우리교회는 유난히 정씨하고 인연이 깊다시는 말씀..ㅋ 저도 지나면 이렇게 추억할 고생담이 있을지.. 늘 편한 것만 쫓는 생활을 가끔은 점검해야 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목사님의 대학시절 그녀..와의 로맨스는 완벽이었던 것인겁니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목사님께서 "첫사랑 로맨스" 말씀을 자주 하시네요. 오히려 성도님들이 '사모님' 눈치를 보게되네요. 말씀 끝에 "지금 같이 사는 여자입니다." 하시면 "후유~" 하고, "그 때 그 여자분이랑 잘됐으면~" 하시면 "저걸 어쩌나.." 하지요. 목사님 로맨틱한 감성은 여전하십니다. ㅎㅎ 주일까지 '무사'(?) 하시길..ㅋ
지난 주 <흰 실크 넥타이와 검정양복 코디> 좋았습니당. 제가 넥타이에 좀 집착을 하걸랑요. 분홍넥타이도 한번 더 선보여주십시요. ㅎㅎ
그렇군요 저는 넥타이가 어떤게 멋있는 줄 몰라요 저의 남편는 양복 입으면 촌사람이 결혼식날 어쩌다 입은 분위기... 일찌기 관심밖의 일이라서...남편과 의견일치를 본겁니다.ㅎㅎ
고백하나 할까요? 제가 넥타이 맨 남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한번도 누구에게 넥타이를 선물해준 적이 없답니다. 넥타이 차림이 제일 멋진 울 "남편"에게도요. 누구에게 넥타이 선물을 처음으로 하게될지 저도 무척 궁금함다. 어쩌면 평생 안 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