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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40대 재밋는 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봉화사랑
포항 구룡포 과메기. |
여행 재미 중 가장 큰 것은 식도락. 겨울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동해안엔 지금 여행객들을 위한 성찬이 준비돼 있다. 바다내음 흠뻑 밴 과메기가 익어가고 살이 꽉 찬 대게가 제철을 만났다. 갈매기가 떼지어 나는 겨울바다는 여행의 덤이다.
# 과메기의 고장 구룡포
과메기는 ‘바람이 만드는’ 겨울철 먹을거리다. 요즘 포항 구룡포에는 어디든 과메기 말리는 겨울 풍경화를 볼 수 있다. 횟집은 물론 건어물 상회, 젓갈집, 심지어는 일반 가게 처마밑까지 과메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포구뿐만이 아니다. 구룡포 해안도로 곳곳 널린 것이 과메기 덕장이다.
과메기는 구룡포산을 제일로 친다. 구룡포 지역의 특유한 기후 때문이다. 구룡포는 겨울에 북서풍이 세게 부는 지형. 백두대간을 넘어온 북서풍은 영일만을 거치면서 습기를 머금고, 다시 한 번 산을 넘어오면서 습기를 넘겨주어 건조해지고 차가워진다. 밤이면 산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샛바람에 꽁치를 꽁꽁 얼렸다가 낮에 바다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녹이기를 계속한다. 그렇게 3, 4일 지나면 쫀득쫀득 고소하고 자르르 붉은 윤기가 흐르는 과메기가 숙성된다.
과메기는 ‘엮걸이’와 ‘짜가리’(일명 배지기) 등 두 종류가 있다. 엮걸이는 통째로 숙성시킨 과메기이고, 짜가리는 내장을 제거하고 뼈를 발라낸 것이다. 구룡포 과메기영어조합법인 정재덕 대표는 “깔끔한 맛에 관광객들은 짜가리를 많이 찾지만 과메기 맛을 아는 사람들은 건조되는 과정에서 꽁치 내장의 기름이 살 속에 스며들어 구수한 맛을 내는 엮걸이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가격은 20마리 한 두름에 9천원, 엮걸이는 6천원 정도 한다. 작년(1만원)에 비해 조금 싸다. 꽁치값이 내렸기 때문. 구룡포 과메기 영어조합법인(054-276-0760)에 택배를 신청하면 집에서도 과메기를 먹을 수 있다. 물론 택배비(4천원)는 따로 부담해야 한다.
과메기는 김이나 미역, 배추에 싸서 쪽파, 마늘, 고추장을 곁들여 먹는다. 미역에 싸서 초고추장에 푹 찍어 한점 입에 넣으면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살맛이 입안에 착착 달라붙는다. 포항시 죽도동 중앙교회 옆 ‘과메기 특구 김순화식당’(054-283-9666)은 과메기 전문식당이다. 과메기회는 물론 과메기 초밥, 구이, 무침, 튀김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있다.
구룡포에선 과메기는 물론 물회와 물곰탕, 고래고기도 맛볼 수 있다. 12월 말경에는 구룡포 과메기 축제가 계획돼 있다.
# 지금 영덕엔 대게철
영덕군 강구항 주변은 온통 대게집이다. 수족관마다 대게가 넘쳐나고 있다. 음식점 앞 대게를 쪄내는 찜통에선 하얀 김이 피어오른다. 그 구수한 향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들어차고 맛과 향기가 뛰어난 대게를 가리키는데, 한번 조업에 몇 마리밖에 잡히지 않는 귀하신 몸이다. 엄지발가락에 파란 반지를 끼워놓았다. 영덕군이 품질을 보증하기 하기 위해 도입한 브랜드다. 일단 파란 반지를 끼고 있는 게는 품질을 인정해야 한다. 박달게라 해서 다 비싼 것은 아니다. 15만원, 비싼 것은 20만원(음식점 가격)까지 하는 것도 있지만 5만원짜리도 있다.
대게와 비슷한 것으로 홍게가 있는데, 생김새는 비슷하나 빛깔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전체적으로 붉은 빛을 띤다. 특히 대게는 배와 다리 안쪽이 흰빛을 띠지만, 홍게는 몸 전체가 짙은 주홍색이다. 너도대게(일명 청게)란 것도 있다. 대게와 홍게의 교잡종인데 빛깔도 대게와 홍게의 중간쯤이다. 셋 중에서 대게가 맛과 향에서 앞선다. 홍게는 대체로 짠맛이 강하고 맛도 떨어진다.
4인 가족의 경우 큰 대게의 경우 12만~15만원, 중간 것은 10만원 정도면 먹을 수 있다. 대게가 인기를 얻으면서 요즘은 러시아, 북한에서 집힌 수입산 대게가 넘쳐난다. 같은 대게지만 맛과 가격에서 국내산에 비해 다소 차이를 보인다. 가격은 수입산의 경우 국내산의 절반 수준이다.
노점상에서 사서 먹는 방법도 있다. 주위에 게를 쪄주는 찜 전문집이 많다. 음식점보다 조금 싸지만 몸집만 크고 속은 부실한 물게(살이 덜찬 게)일 경우가 많다.
상가연합회 김성식 사무국장은 “대게가 비싸다는 생각을 버려라”며 “각자 주머니 사정에 따라 골라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
# 겨울바다
바다는 역시 겨울에 가야 제 멋을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이 죽은 것처럼 숨을 죽인 겨울. 그러나 바다만큼은 한겨울에도 펄펄 살아있다. 사람들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겨울 바다를 찾는다.
파랗다 못해 눈이 시리다. 하늘 역시 파랗다. 동해안 바닷가는 가다가 아무 곳에나 차를 세우더라도 눈이 시리게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을 즐길 수 있다. 거기다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은 정지된 공간에 활력마저 불어 넣는다.
구룡포는 갈매기의 바다다. 구룡포 갈매기 수는 고깃배가 닿는 여느 포구에나 떼지어 다니는 수십~수백 마리 정도의 무리가 아니다. 해수욕장 백사장이나 갯바위에 앉았다 한꺼번에 날아오르면 먹구름처럼 바다를 덮을 정도다. 바닷바람이 잘 드는 곳에는 어김없이 과메기 덕장이 들어서 있다. 빨간 살에 기름이 자르르르 흐르는 과메기는 바닷바람 속에서 맛있게 익어간다. 구룡포는 그래서 겨울이 더 아름답다.
강구가는 길도 내내 바다를 끼고 달린다. 쪽빛 바다를 오른쪽 차창에 걸어둔 채 달린다. 어촌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가다가 포구마을이 보이거든 도로를 이탈해 갯가 둑 옆으로 난 좁은 동네길로 차를 몰자. 바다 풍경이 좀더 가까게 다가와 정겹게 느껴진다.
◇ 가는 길
대구에서 포항 구룡포로 가는 길은 대구~포항간 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건천IC에서 빠져나와 제2산업도로를 타고 포항 철강공단을 거쳐 구룡포로 가는 길이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경주를 거쳐 포항으로 가는 길도 있다.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가장 빠른 길이긴 하지만 출퇴근 시에는 다소 밀릴 수도 있다.
<펌글 -LIFE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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