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직그림이 올라온 곳 :
https://www.youtube.com/watch?v=EgKsu9obCGU
▶ 옮긴이(잉걸)의 말 :
이 다큐멘터리의 원래 이름은 한국방송(‘KBS’)이 만든 < 유라시아 로드 > 시리즈의 제 6부인 「 바그다드, 위대한 지혜의 도시 」 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금으로부터 열아홉 해 전인 서기 2004년 양력 5월 18일(이 날은 서기 1980년 한국의 전라남도 광주시에서 광주항쟁[‘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날이기도 하다)에 방영되었다.
나는 중세시대에 ‘압바스’(아바시드) 제국의 수도이자 계획도시였던 바그다드 시를 소개함으로써, 무슬림이 아닌 ‘순혈’ 한국인들이 중세 서아시아의 갈마(‘역사[歷史]’를 일컫는, 순수한 배달말 낱말)를 제대로 이해하기를 바랐고,
비록 오늘날에는 미군의 침략(지금으로부터 스무 해 전인 서기 2003년에 일어났다. 나는 그 전쟁을 TV와 신문으로 봤고, 그 전쟁에 반대했다)과 점령으로 쇠락했지만, 중세시대인 서기 904년(서기 10세기 초)에는 그 도시가 상경용천부(上京龍泉府 : 흔히 ‘발해’로 알려진 나라인 중기 고리[高麗]의 황도[皇都 : 황제가 있는 나라의 수도])나 금성(金城 : 오늘날의 경주시)이나 개봉(開封 : 북송 왕조의 도읍)이나 장안(長安)이나 콘스탄티노플 못지않은 아름답고 훌륭한 도시였음을 보여주고 싶었으며,
나아가 “신(神)께서는 상거래를 허락해 주셨노라.” 라는 『 꾸란 』 의 가르침( 참고로, 『 성경 』 「 신약성서 」 는 이와는 반대로 “ 돈을 사랑하는 마음이 모든 악[惡]의 뿌리가 되나니. ” 나 “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밧줄[‘낙타’는 오역이라고 한다]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도 어려우니라 . ”라는 가르침이 나온다. 나아가 - 이 다큐멘터리에는 안 나오지만 - 내가 서아시아/아프리카사를 다룬 책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 꾸란 』 은 치부[ 致富. 부(富)에 이름(致) → 재물을 모아서 부자가 됨 ]를 “ 아름다운 일 ” 이라고 가르치는데, 이는 「 신약성서 」 를 쓴 사람들이나 초기 예수교 신자들이 돈과 부를 비난하고 사람이 그것들에 매달리는 일을 ‘ 악마를 섬기는 짓 ’ 이라고 가르친 것과는 많이 다르다 )이나 “ 매매 계약을 할 때는 (그 계약을 입증해 줄) 증인을 세워라. ” 라는 『 꾸란 』 의 가르침이 이슬람 제국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함으로써, 이슬람교가 (적어도 중세와 근세에는) 근대 이후와는 달리 사회 발전에 기여했음을 (무슬림이 아닌) ‘순혈’ 한국인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덧붙이자면, 아랍 사회에는 오늘날에도 중재 문화가 남아 있다. 두 사람 – 또는 두 집단 – 이 서로 싸우거나 갈등하거나 맞부딪칠 때, 그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는 제3자가 나서서, 두 사람 – 두 집단 – 의 말을 모두 귀담아 듣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해서 둘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이나 타협안을 내놓아 문제를 해결하는 관습이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다루는 중개인 문화도 그런 중재 문화의 한 갈래로 보면 된다. 이 문화는 예전에 미스르[영어권에서 ‘이집트’로 부르는 나라의 정식 국호]를 여행한 적이 있는 한국인 남성도 접한 것이다)
바그다드가 서기 10세기 초에 세계에서 맨 처음 수표를 만들어서 쓰기 시작한 도시고(이는 북송[北宋] 시대에 지폐인 ‘회자’가 만들어져 널리 쓰이기 시작한 사실과 비슷하다. 이건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영향을 받은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그냥 역사 발전의 일반 법칙일 뿐일까?),
그 수표를 금화/은화와 맞바꿀 수 있는 곳인 환전소가 바그다드나 카이로(올바른 이름은 아랍어인 ‘까이라’. 이는 서울이 ‘세울[영어권 나라 사람들의 발음]’이나 ‘소우루[ソウル]’가 아닌 것과 같다)에 있었다는 사실,
그 도시에서 “네 방향”으로 뻗은 “도로”가 무역과 교역과 상업과 번영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
중세시대에 바그다드를 비롯한 서아시아/북아프리카의 이슬람 세계에서는 화폐 경제가 뿌리를 내렸지만, 같은 시기의 바이킹 왕국들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은화가 ‘경제에 필요한 돈’이 아니라 그냥 ‘은 덩어리’ 정도로만 다루어졌다는 사실,
바이킹들은 순도 높은 바그다드의 은화를 탐내 바그다드 장사꾼들의 상거래 규칙을 따랐다는 사실,
중세 바그다드에는 “토지세/물품세” 같은 “제국 전역에서 거둬들인 세금들”의 세목(稅目. 조세의 종목)과 그 액수를 세세하게 적어놓은 “국가 예산서”가 있었다는 사실,
압바스 왕조의 군사가 탈라스 전투에서 당군(唐軍) 군사를 포로로 잡아 종이를 만드는 법을 알아냈고, 압바스 왕조는 적의 기술이었던 제지법(종이를 만드는 법)을 받아들였으며, 그것이 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그러니까, 압바스 왕조의 무슬림들은 설령 자신과 싸우던 적의 것이라도, 쓸 만한 기술은 기꺼이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압바스 왕조의 영토 안에서는 당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와는 달리 닥나무나 뽕나무로 종이를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자, 압바스 왕조 사람들은 종이의 재료를 바꿔 자신들의 땅에 흔한 삼나무에서 만든 삼베를 가공해 그것을 찧고 삶고 빻음으로써 튼튼하고 질긴 자신들만의 종이를 새롭게 만들어냈다는 사실(이것이 바로 ‘재해석’/‘재창조’가 아니겠는가?),
중세시대의 바그다드에는 “100곳이 넘는” “서점”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서점”들에는 “책의 목록”만 적어놓은 책이 따로 있었고, 서점을 이용하던 손님들은 그 책을 읽고 자신이 사고 싶은 책을 따로 주문했다는 사실, 아랍어로 옮겨져 서점에 나와 아랍 무슬림들에게 팔린 책들 가운데에는 헬라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인 『 윤리학 』 과 『 자연학 』 이 있었다는 사실, 같은 시대의 유럽에서는 수도원에만 책이 있었고, 그나마도 “다섯 권이나 열 권만 있어도” ‘괜찮은 수도원’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는 사실(참고로, 바그다드의 중앙 도서관은 무려 몇십만 권이라는 장서 수를 자랑했다!),
이런 사실들을 제대로 안다면, 세계사를 보는 눈은 새롭게 바뀌지 않겠는가? 나는 그래서라도 이 움직그림을 여러분에게 소개해야겠다고 판단했다.
부디 이 움직그림이 여러분이 아랍 세계와 중세 서아시아/북아프리카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빌며, 오늘날(서기 2023년 현재) 바그다드 시민들이 전쟁의 상처와, 종파간의 충돌과, 이라크 정부의 부정부패와, 경제난에서 벗어나 중세의 영광을 되찾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이며 이 글을 마친다.
- 단기 4355년 음력 12월 23일에, ‘이제 우리는 알카에다나 알바그다디나 빈 라덴이 아니라, 중세 바그다드나 까이라나 수리야[ “ 시리아 ” 의 바른 이름]나 코르도바에서 살았던 시민들을 바탕으로 서아시아/북아프리카의 아랍 무슬림들을 이해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잉걸이 올리다
====================================================================================
▣ 보충설명 :
바그다드가 ‘마디나트 앗살람’, 그러니까 ‘평화의 도시’로 불렸다는 이 다큐멘터리의 설명은 그 도시의 공식 명칭이 ‘바그다드’ 시가 아니라 ‘살람’ 시였다는 뜻이다. ‘살람’은 아랍 말로 ‘평화’라는 뜻이기 때문이다(참고로 같은 셈 어족에 속하는 옛 히브리 말로는 ‘평화’가 ‘샬롬’이라는 뜻이다. 두 언어에는 발음과 뜻이 비슷한 낱말들이 꽤 많다. 한 예로, 아랍 말로는 ‘아들’이 ‘븐’인데, 히브리 말로는 ‘벤’이다. 이는 배달말과 만주어, 배달말과 몽골어, 배달말과 왜어[倭語]에 비슷한 낱말들이 있고, 어순이나 문법 구조가 비슷한 사실과 견줄 수 있다).
나(잉걸)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 ‘바그다드’를 다룬 역사학자의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의 내용에 따르면, 원래 ‘바그다드’는 아랍인이 붙인 이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전 페르시아 인이 그 땅에 붙인 ‘바그다<두>’가 바뀐 이름이고, 새 정복자이자 점령군이고 이라크의 새 주인이 된 아랍 무슬림들은 그 이름 대신 자신들의 말로 ‘평화’를 일컫는 ‘살람’이라는 이름을 붙여 압바스 제국의 수도를 ‘살람 시(市)’로 불렀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살람’이라는 공식 명칭보다는 ‘바그다드’라는 이름이 더 널리 쓰이게 되었고, 그래서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그 도시를 ‘바그다드’로 부르는 것이라고 한다.
(압바스 왕조의 수도이자 이라크의 수도가 ‘바그다드’와 ‘살람’이라는 두 가지 이름을 지닌 것은, 서울이 옛 이름인 ‘한성’이나 ‘한양’으로도 불리고, 제주도가 ‘제주특별자치도’로 불리지만, 아직도 그 섬의 옛 이름인 ‘탐라(耽羅)’가 함께 쓰이는 사실들과 견주어서 이해하면 되리라. 한 도시나 지역을 일컫는 이름은 둘 이상일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