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
산기슭에 온통 금낭화가 즐비하게 피었다. 추녀에 물방울 굴러떨어지듯 오롱조롱 맺힌 꽃들이 아름답다. 거기다 밭 가운데는 모란인가 했더니 가득 작약이 피었다. 이원수의 ‘고향의 봄’에 나오는 양산 살구꽃이 요즘은 안 보여서 일부러 심었다는 절이다. 그 꽃이 흐드러질 때는 함박눈이 쏟아지는 것 같다. 한 바퀴 돌면서 이 꽃 저 꽃을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을 담가 파는데 큰 독이 뜰에 그득 가지런하다. 맑은 산골 물로 빚어 만들어서인가 맛이 좋아 많이 사 간다. 시내 곳곳에도 파는 가게가 보인다. 주차장 매점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남다르다. 상수인 상온에서 타 마신다는 구절이 보인다. 다 끓인 물에 커피를 넣어 마시는데 무슨 말일까 했다.
물의 종류가 어떤가 싶어 살펴보다가 놀랐다. 물은 강수와 해수가 있고 둘이 합쳐진 기수가 있다. 맑은 물과 소금물을 담수와 염수라 이른다. 기수라니 그런 말도 처음 알았다. 그곳에 사는 물고기도 각기 다르다. 한강과 서남쪽의 금강, 영산강, 동남의 낙동강이 바다로 들어가는 곳이다. 부산 다대포가 그런 물이다. 그게 다 아니다 물의 종류가 많다.
가둬 둔 저수와 호수가 있고 정원 가운데 분수와 절벽을 내리는 폭포수가 있다. 더운 여름에 얼음 녹인 시원한 빙수와 검붉은 팥이 든 팥빙수도 먹음직하다. 뿌리는 살수, 깨끗한 정수, 증류수, 원자력발전소의 경수와 중수가 쓰이고 강물 연수가 흐른다. 건물에는 세 개 관이 필요하다. 뒷간 오수와 빗물을 흘려보내는 우수, 주방에서 버린 음식물 찌꺼기와 그릇 설거지에서 나오는 폐수이다. 손 씻는 개수와 이들이 떠내려가는 하수이다.
마실 수 있는 물에 음료수와 각종 소다수, 탄산수가 있고 빙산이 녹아내린 빙하수와 그 얼음물이 모인 바다 가운데 육각수와 다듬은 정제수가 있다. 이온이 들어간 이온수와 전기 분해한 전해수이다. 차가운 냉수와 자연의 생수, 따스한 온수, 산기슭의 약수, 우물 마른 동네에 나르는 급수, 더 맑게 씻은 정수와 백수가 있다.
또 있다. 물을 흐르지 못하게 하는 단수와 잠긴 물을 빼내는 배수, 배에 차는 복수, 태어나기 전의 양수, 땅에 고인 요수, 물을 아껴 쓰자는 절수, 물이 불어나서 수위가 올라간 증수, 강물 끌어들이는 취수, 비가 많이 와 잠기는 침수, 설사 때 나타나는 탈수, 검게 보이는 흑수가 있다.
더 있다. 가물 때 저수지 바닥을 보이거나 샘이 마를 때의 갈수와 공장에서 사용하는 공업용수, 농사에 물 대는 농업용수가 필요하다. 아침저녁으로 씻는 세수와 6, 7월 퍼부을 때 많이 내리는 억수장마, 빈 곳에 물을 채운다는 충수가 있다. 우리나라 중부를 흐르는 큰 강이란 뜻이고 가뭄과 홍수를 나타내며 차가운 물이란 한수도 있다.
그뿐이 아니다 찾으면 자꾸 나온다. 짠 바닷물 간수와 강물 외에 비 내리는 것을 또한 강수라 하고, 가득한 물을 만수, 자연을 뜻하는 산수, 소독과 금속 분석할 때 시약으로 쓰는 수소수, 신장의 물을 신수, 고기를 삶아 낸 물을 육수, 물속에 들어가는 것을 잠수, 바닷물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조수, 비가 많이 와 강물이 넘쳐흐를 때는 홍수라 한다.
그 외에도 감람수, 광천수, 국화수, 급류수, 납설수, 매우수, 반천하수, 방제수, 벽해수, 석간수, 세안수, 순류수, 암반수, 역류수, 옥류수, 옥정수, 용천수가 있다. 땅속 심층수와 지하수, 맑은 물을 떠 놓고 비는 정화수, 천리수, 천연수, 추로수, 춘우수, 한천수 등 많다 많아.
폭우와 호우 외에 우리 말 물의 쓰임은 옛말 가람과 경상도에서 자주 쓰는 시냇물의 방언인 개울과 거랑 외에 내, 도랑, 시내, 여울이 있다. 국과 눈물, 땀, 뜨물, 샘, 오줌, 콧물, 피가 물이다. 들깨와 산초, 참깨, 초피나무, 콩, 피마자 등에서 짜낸 것도 기름 섞인 물이다. 막걸리와 소주, 정종의 술과 벌이 모아놓은 꿀도 단맛이 들어간 물이다. 구수하게 끓인 숭늉도 누룽지 물이다.
된장에서 우려낸 간장과 초산균을 넣은 시금털털한 식초도 물이다. 독성이 강한 부자와 비상 외에도 넓은 잎에 부드러운 산속의 천남성과 예쁜 색상에 찢어지지 않고 잘 부러지는 독버섯, 짠 간수, 복어 내장을 끓여서 마시면 귀한 목숨을 앗아가는 조선왕조의 무서운 사약이 물이다.
덖은 보리와 옥수수, 생강을 끓인 것과 지리산과 전남 보성의 차나무 잎이나 중국의 보이로 만든 차가 모두 물이다. 짜게 먹거나 가루음식을 급히 먹으면 목에 신물이 올라온다. 싫증이 날 때 얼굴을 찡그리게 되는데 역류하는 식도의 쓰라림 때문이다. 5대양과 흑해, 홍해, 사해, 서해, 동해 등 양과 해도 넓은 바닷물이다.
러시아 중남부 바이칼과 몽골 북부의 흡수굴이 아시아 내륙 가운데 여러 강이 모여들기만 하고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호수다. 북미 오대호, 미국의 휴런호, 미시간호, 아프리카의 탕가니카호수가 물 천지다. 아프리카 케냐의 빅토리아와 북미의 미국과 캐나다 나이아가라, 남미 아르헨티나 이과수의 거대한 폭포가 넘치는 물이다.
끝으로 하늘의 비와 얼어서 내리는 눈, 서리, 우박이 있다. 가랑비와 단비, 도둑 비, 보슬비, 소나기, 소슬비, 안개비, 여우비, 이슬비, 장대비, 장맛비, 진눈깨비가 있고, 가랑비의 사투리인 싸락비, 는개비가 있다. 모두 물이다. 하늘의 푸른 빛을 그대로 드러내는 바다이다. 지구와 사람의 몸은 거지반 물이 차지하고 있다. 넘실대면 세상을 뒤집을 수 있는 커다란 자연이다.
아세안에서 나오는 커피에 그런 것이 있었다. 상수(上水)와 상온(常溫)이라서 그냥 따뜻한 물인가 했다. 팔팔 끓지 않아도 녹는 것인가. 물도 미지근한 물이 있고 따신 물, 입천장을 델 따끈한 물이 있다. 중간쯤 물로 알았다. 상수 상온을 처음 들어 봤다. 지나가는 말로 언뜻 듣고 봤어도 귀에 담지 않아 무심한 단어였다.
상수도 하면 쉬운데 도가 빠지니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릴 하면서 헤매게 됐다. 늘 듣던 상수도도 상수가 무슨 뜻인지 알려 하지 않은 채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다. 샘물과 수돗물 등 마시는 물과 살아가는 사철 온도를 말한다는 것을 몰랐다. 맹물에 타 마시는 커피도 있었나.
첫댓글 알고 있어도 사용하지않으면 전혀 모르는 단어가 됩니다. 물 종류가 그렇게 많은줄도 몰랐지만..몰라도 살아가는데 전혀 마이너스가 되지 않으니...ㅋ
오늘은 죙일 실비가 내립니다. 빗물 이라하기도 그런 물이 도로에 젖어있습니다.
금낭화 가득한 산기슭 절이 수채화처럼 그려집니다.
대단하십니다
그 많은 종류 어찌 다 꺼 집어 내셨는지요
그저 상수와 하수 두 가지만 알아도 삶에
지장이 없구만요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성도님 박회장님 반가워요.
장마여서 꿉꿉합니다.
미끈 6월이라더니 언제 지나가고 그만 7월입니다.
여름 석 달은 빠르다니 건강하시길 빕니다.
물의 종류가 이리 많군요. 샘의 글을 읽으면 유식해지는 것 같아요. ㅎ
전 주말 농장에 낙수를 받아 놓고 사용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사람님
우물을 파서 짠 물을 걸러 사용합니다.
올 해는 들깨 잎과 풋고추를 먹습니다.
작년엔 기수(바닷물)로 많이 시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