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亥年 코흘리개들의 망년회
@코흘리개들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어제까지 비와 진눈깨비가 섞여 내리던 꾸물꾸물하던 날씨가 맘에 걸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고운햇살이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닌 가!
오랜만에 아내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고 사무실로 출근하여 책을 읽다가 13시에 장가가는 직원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영등포로타리에 위치한 웨딩홀로 가니 벌써 많은 화객들이 북적거린다,
오늘은 나의 코흘리개들과의 모임이 있는 날이라 어제 밤은 설렘으로,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동안 나는 오직 나의 길만 고집하며 살아왔었고, 집과 직장과 학교와 교회 그리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소박하지만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산행도하고 겨울이면 스키도 타면서 나름대로 나만의 삶을 고집하며 살아왔다, 고향은 그저 명절 때나 가는 곳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왔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작년 계룡산 산행 전까지는 초등학교친구들은 나의 머릿속에는 없었다는 말이 맞을 런지도 모른다.
결혼식을 마치고 나오는 신랑의 등을 툭툭 쳐주며 좋은 꿈꾸라고 말하고 나는 서둘러 시계를 보니 아직까지 예매한 기차시간까지 2시간정도 여유가 있어, 예식장을 나와 어디로 갈까 무엇을 할까? 머리로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나의 발은 여의도 쪽으로 옮기고 있다.
@빠른 기차에 몸을 싣고
기차를 타기위해 여의도에서 지하철을 타고 신도림역에 내리는데 누가 나의 어깨를 툭친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신대원에서 함께 공부한 목양교회 담임목사님이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어딜 가느냐고 묻는다, 대구에서 모임이 있어 간다고 하니까, 목사님께서 언제 시간한번 내어 우리교회에 와 중고등부나 청년부에 특강을 한번 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얼른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몇 번이고 거듭 거듭 부탁하여 한번 시간 내 보겠노라 말하고, 광명역으로 가니 토요일이라 그런지 넓은 역사가 좁게만 느껴질 정도로 무척 붐빈다.
빠른 기차가 개통 된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났건만 나는 오늘 한국에선 처음 기차를 타 본다, 유럽에서 유레일을 타본 기억 때문인지는 모르나, 쾌적함이나 좌석이 새마을호 보다 오히려 좁게 느껴진다,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차창 밖을 내다보니 가을걷이가 끝난 벌판이 쓸쓸하고 웬지 황량한 느낌마저 든다,
@걸쭉한 욕지 꺼리
평소에는 전화도 잘하지 않던 찬규와 달규가 그래도 용암동에서 함께 자랏다고 그런지 그는 몇일 전부터 참석할 거냐고 몇 번이나 전화로 확인한다, 기차는 도착예정시간 보다 3분정도 빠른 18시5분에 동대구에 도착하여 희락이에게 전화하니 차를 대기해 놓고 천수가 나를 마중하기위해 프렛트 홈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역사밖으로 나오며 달규에게 전화하니 7시쯤 대구북부 정류장에 도착한다고 하여 달규를 싣고 가자고 말하니 아무 군말없이 흔쾌히 차량으로 봉사한 희락이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달규를 기다리며 배가 고프다고 말하니 천수가 빵과 음료수를 사가지고 와 나누어 먹고,
희락이가 계추에 참석하고 있는 순달이에게 전화하여 고기 좀 구워 오라고 말하는 것 같다, 달규를 기다리는데 차가 예정시간보다 늦게 와 나는 조바심이 난다,
달규를 싣고 순달이를 태우기 위해 대구은행 쪽으로 가니 순달이가 쇠주2병과 맥주1병 삼겹살을 구워온다. 나는 회가 동하여 허겁지겁 고기 몇 점을 집어먹는데 걸쭉한 순달이의 욕이 시작된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그 욕이 하나도 듣기에 거북하지 않고 오히려 구수하게 들리는 것은 코흘리개시절 6년이란 세월을 부대끼며 함께 보냈기 때문이리라,
사람은 유아시절 일찍 만난 사람일 수 록 더 정감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니가 아바이 보다 더 다정다감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배속에서 열달동안 있었기 때문이며, 초등학교 동창들이 중,고 동창보다 더 살갑게 느껴지는 이유도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사이기 때문이리라......
다섯명을 태운 스타렉스는 경상도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엑센트가 유난히 강한 걸쭉한 욕지껄이와 웃음을 가득싣고 모임장소인 팔공산 한티제를 힘겹게 오르고 있다.
@팔공산 염소 머슴집
배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든가!
팔공산 한티제의 겨울 칼 바람은 산허리에 휘감기며 우리가 타고 있는 스타렉스를 사정없이 몰아치는데 모임장소의 위치를 정확히 몰라 팔공산 괸리사무소까지 갔다가 다시 차를 돌려 내려와 순달이가 오근이 한태 전화하여 정확한 위치는 알려달라고 한다,
한티제 넘어 군위쪽 부계면에 팔공산 중턱에 위치한 염소머슴집은 흰색4층건물에 지하에는 노래방 1층은 주방겸 주인 살림집 2층 찜질방겸 샤워실 3층 음식점 및 홀, 4층 우리가 묵은 한식홀이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가 모임장소에 도착 하니 ,먼 길 마다하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온 친구들이 환한 모습으로 판을 벌이고 있다, 희석이가 반기며, 인사는 한바퀴 빙 돌고 와서 따로 우리들을 위하여 상을 봐 놓은 곳에 자리를 잡아 준 다, 약주가 몇 순배나 돌았는지 벌써 친구들의 얼굴은 홍조를 띠고 있다,
차려진 상을 보니 생선회와 육회, 불고기 산체비빔밥 등이 맛깔스럽게 차려져있다.
저녁을 먹고 지하노래방으로 옮겨 흥겹게 놀고 있는 친구들 얼굴들이 하나같이 정이 넘쳐난다 , 오늘 귀빠진 명화를 위해 케이크와 다과를 준비해 놓고 축하해 주며 우리들의 우정을 위한 건배와 신나는 노래로 분위기를 띄우니 친구들 모두 발바닥 부비고 손은 허공을 찌르며 신나게 놀고 있지만, 나는 피곤하고 분위기에 적응이 안 되고, 어딘지 모를 냉랭한 기운이 느껴져 찜질방에 와서 일찍 자리를 잡고 누웠으나,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옆에서는 비안 이두마을 한동네 사람들이 부부모임을 우리와 같은 장소에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찜질방에 와서 술판을 벌이며 떠드는 소리를 피하여 또다시 4층 한옥실에 올라오니 올망졸망 친구들이 누워 있는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고 누우니, 친구들의 코골이 소리를 자장가 삼고, 부대끼는 친구들의 살이 엄니의 품속처럼 포근하여 불편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
@팔공산에서 매월당 김시습을 만나다
엊그제까지 곱디고운 가을단풍이 비경을 뽐내었을 팔공산의 단풍들이 어느새, 앙상한 가지와 찬바람만 남기 채 사라지고, 팔공 자락에 서있는 나의 가슴을 시리게 하는 것은 날씨 탓만은 아닐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바쁜 일이 있다며 먼저 가는 동호의 뒷모습에 마음이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41명이 모인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고 지금 25명만이 남았다,
케이블카로 팔공산에 올라왔어도,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도, 기념사진을 촬영 할 때도, 먼저 떠난 친구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기분이 울적하던 나를 반겨주는 것이 매월당 김시습 시비를 보며 마음을 달래어 본다.
“공산을 바라보며”
험준한 공산이 우뚝하게 솟아서
동남으로 막혔으니 몇 날을 가야할꼬?
이 많은 풍경을 다 흞을 수 없는 것은
초췌하게 병들어 살아가기 때문 일세___ 중략_ 매월당 김시습 시비 중에서 ~~~
시비 밑에 나란히 공산 팔경이 있어 여기 올려 본다
公山 八憬(공산팔경)
1,無心峰(무심봉)의 흰구름
2,祭天亶(제천단)의 소낙비
3,積石珹(적석성)의 밝은달
4,百里嶺(백리령)의 쌓인눈
5,錦屛檣(금병장)의 단풍
6,浮搗曝布(부도폭포)
7,藥獅峰(약사봉)의 새벽별
8,桐華寺(동화사)의 종소리
팔공산의 정기를 가슴 속 깊이 받아들이기 위해 깊은 큰 숨을 쉬며, 삶이란 참으로 복잡하고, 아슬아슬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우리의 모임이 회를 거듭할 수 록 사는 방법이 다른 사람들이 그저 동기라는 명목으로 생각까지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을, 지천명을 살아가는 지금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코믹변사 김명화
팔공산에서 케이블카로 내려와 고려가든에서 동동주와 산체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으면서 명화가 재담을 실타래 풀 듯 풀어 놓는다.
어린시절 과수서리하다 권영수선생께 들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도망갔는데 나무위에 올라간
윤옥이는 내려오지도 못하고 권선생의 호통 소리에 놀라 오줌을 쌌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우리 모두는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우리가 초등시절에는 너나 할 것 없이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 이였다,
사는 집은 볏집으로 이엉을 역어 지붕을 덮어씌운 초가집에 살았었다, 그래서 뱀이 사람과 함께 지붕 또는 처마 끝에서 살았고, 종종 집안에서 심지어는 안방 실겅위에 언저둔 옷바구니 속에서 구렁이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때는 집안에서 사는 뱀을 집 지킴이라하여 죽이지 않고 사람과 함께 살았던 시절, 가난했지만 순박했던 우리들이 어느새 욕심이 들어가 반목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실없는 웃음이 나 스스로를 비웃는다.
@배려를 아는 사람들
우리모임을 위하여 지금까지 밑거름이 되어준 재성이, 우리회를 앞으로 이끌어갈 성렬이,
언제나 우리모임을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애쓰는 많은 친구들 모두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특히 이번 모임에 고군분투한 희석이, 또 물질로 협력해준 승녕이, 동호,영서,남열 그리고
고이희욱의 미망인 에게 머리 숙여 심심한 고마움을 표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바쁜 시간 쪼개어 한 걸음에 달려온 나의 사랑 나의 친구들 모두감사하이
동대구역까지 또 친구들 하나하나 끝까지 챙겨준 승녕이 고마우이~~~
잠시나마 코흘리개 시절로 돌아가 아런한 그리움의 추억으로 빠져들 수 있었고 티없이 맑고 순수한 코흘리개 소년, 소녀들이 이제는 반백의 지천명 시간들을 살아가는 정다운 나의 친구들을 뒤로하고 기차에 몸을 싣고, 하늘을 쳐다보니 저 멀리 서쪽하늘에는 구름도 헤어짐이 아쉬운 듯 무심히 흘러가고 있다 2007,12울 9일 만경산
첫댓글 동창회모습을 잘그려줘서 내가 참석한듯하네요~조은 만남 부럽습니다....
넵 모처럼 대구 바람 쐬이고 왔슴당 ~~~ 요즘은 매일 모임이 있어 몸이 좀 부담 스러워합니다 ㅋㅋㅋ 선배님 건강하시죠?
누실,지국촌놈(?)들 다 모지였구먼 ㅎㅎㅎ오랜만에 회포를 풀엇는강? 우리 구천 촌놈들도 그시간에 팔공산 갓바위 밑에서 고주망태가 되엇지 ㅋㅋㅋ희석,동호는 종종 연락하고 승녕이랑 영서는 자주 만나고 있지..담에는 함께 만나보세나..
ㅎㅎㅎ 그리고 보니 아는 칭구들이 있구먼^^^ 그 시간에 같은 팔공산속에서 있었는가?\오랜만에 만난 칭구들 너무 반가웠다네 ~~ 오늘 설에서는 청산회 모임이있다네
동무~ 동무~ 씨동무~~ 보리가 나도록~~ 씨동무 !! ㅎㅎ~~ 언제 어느 때 만나도 허물없이 좋은 친구가 고향친구가 이닌가 싶네. 동심에서 보낸 친구가 부러우이~~^^
설에는 잘 다녀갔는가? 공산에 올라 도까비 생각을 했다네 ^^^^^^^^^^^^^^
그려~~ㅎ~ 낮 도까비가 밤 도까비 보다 훨씬 혼을 잘 빼 놓는다네 ^^
ㅎㅎㅎ